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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우리시대 문화

토지에서 태어나, 토지를 낳으시고, 토지로 돌아가다.

by G_Gatsby 2008. 5. 20.


  소설 [토지]에 대한 기억은 남다르다. 대하소설 이라는 거대한 세상에 파묻혀 오랜 시간을 끙끙 거리며 읽어 내려 갔었다. 광할한 이야기속에 그려지는 주인공들의 삶, 그것은 대단하지도 위대하지도 않은 보편적인 우리 민초들의 삶의 모습 이었다.

  소설 [토지]를 보고 나서 민족의 역사란 위대한 지도자나 영웅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시대 인물들의 삶을 통해서 우리 문화와 정체성이 만들어 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소설 [토지]를 읽고 나서 한동안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다룬 역사소설에 푹 빠진 적이 있었다. 조정래씨의 [아리랑],[태백산맥],[한강]을 거쳐서 [소설 동의보감],[상도],[토정비결]등의 다양한 작품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소설속 주인공들의 삶에 따라 울고 웃고 분노하고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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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지음 | 나남 펴냄
경남 하동의 평사리를 무대로 하여 5대째 대지주로 군림하고 있는 최참판댁과 그 소작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박경리 대하역사 장편소설. 1860년대부터 시작된 동학운동, 개항과 일본의 세력강화, 갑오개혁 등이 『토지』 전체의 구체적인 전사(前史)가 된다. 동학 장군 김개주와 윤씨 부인에 얽힌 비밀이 차차 풀려나가고, 신분문제와 이기적 욕망에 사로잡혀 귀녀와 평산 등이 최치수를 살해하는데... 세트(전21권) ★ 한국간행물

   어제 "TV,책을 말하다"는  박경리 선생 특집으로 나왔다. 평소 가까이 모셨던 정현기 교수와, 노회찬 전 국회의원도 나왔다. 고인을 기리면서 목이 메어 말을 못하던 노교수의 눈물이 참 애틋하다. 어제 박경리 선생이 하신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몇가지 있다.

나는 자투리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고 두루마리 같은 시간을 쓰고 싶었다.
삶을 개량화된 시간개념으로, 마치 짜집기 된 것처럼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인간의 삶은 세대별로, 직업별로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런 삶의 연속성을 믿는다.

  "하루"와 "하루" 라는 시간개념의 단절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긴 시간을 두루마리 휴지처럼 끊기지 않고 산다는 것이다.  박경리 선생의 삶에 대한 믿음과 끊임없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과, 인간의 욕심으로 절대 환경이 파괴 되어서는 안된다며 안타까워 하셨다.

  소설 [토지]를 통해서도 박경리 선생의 삶에 대한 진지함은 묻어 나온다. 700명이 넘는 등장인물 속에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의 자화상이 존재 하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 [토지] 가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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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대에 속하고 편협한 나로서는
문학작품이 자본주의 원리에 따라 생산되고 소비되는 오늘의 추세는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다.
상인과 작가의 차이는 무엇이며
기술자와 작가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
차이가 없다면
결국 문학은 죽어갈 수밖에 없다.
의미를 상실한 문학
맹목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삶
나는 왜 작가가 되었을까
그을 쓰지 않는 내 삶의 터전은 아무곳에도 없었다.
목숨이 있는 이상 나는 또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토지를 내며 故 박경리


  작가적 사명 이전에, 삶에 대한 열정과 끊임없는 관찰로 우리에게 단절되지 않는 삶의 가치를 말해주는 박경리 선생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다. 비록 고인이 되었지만, 소설 [토지]를 읽는 사람들에게  선생의 가르침은 계속 전해질 것이다. 이번 여름 휴가기간에는 꼭 소설 [토지]를 다시 읽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