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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본후.

빅키,크리스티나,바르셀로나 - 사랑, 또한번 고민해보자.

by G_Gatsby 2009. 4. 15.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우리에게 던져 주는 우디 알렌 감독의 영화가 드디어 나왔다. 
영화의 원래 제목은 무시하고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라는 이상한 간판을 달고 나왔다. 아무리 요즘 불륜이라는 코드가 유행하고 막장드라마 라는 새로운 장르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이런 제목을 만들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꽤 신경질적인 우디 알렌 감독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무척 신경질을 부리지 않았을까.

감독의 명성과 함께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배우들이 나왔기 때문에 이 영화는 꼭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였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an)" 에서 사발머리 살인마로 출연한 '하비에르 바르뎀'이 아주 매력적인 스페인 화가로 출연했다. 코웬 형제의 작품인데다가, 워낙 인상적인 캐릭터여서 영화를 본 이후 그가 출연한 영화를 찾아서 볼만큼 팬이 되었다. 예전의 사발머리 살인마의 모습은 찾을 수 없지만 커다란 코와 눈매는 여전히 남아 있다.



매력적인 금발미인 스칼렛 요한슨이 '크리스티나'역으로 나오고, 하몽하몽의 몽환적 스페인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가 신경질적인 화가 엘레나로 열연을 한다. 지적인 이미지의 레베카 홀이 '빅키' 역으로 나온다. 이 정도 배우라면 영화비가 아깝진 않을것 같다.

빅키,크리스티나 - 상반된 시각

영화는 절친한 친구인 '빅키'와 '크리스티나'가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하면서 부터 시작된다. 뉴요커인 이들에게 바르셀로나는 휴식과 배움의 공간이기도 하며, 일탈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틀을 벗어던지고 또 다른 자신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그래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멀리서 되돌아 볼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그들은 친구이지만 서로 다른 이상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것도 아주 상반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한 여자는 감성적이고 이상적이고, 또 다른 여자는 지적이고 현실적이다. 한 여자는 풍요와 미래를 꿈꾸고, 한 여자는 이상과 사랑을 가슴에 품는다. 그렇게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두 여자가 바르셀로나 라는 색다른 공간에 가게 되었다.




영화는 상반된 가치관을 가진 두 여자를 보여주는데, 보는 사람에 따라서 둘중 한사람에게 더 호감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가치관과 똑같진 않지만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두 여자가 가지고 있는 사랑과 관습에 대한 시선은 확연히 구분이 되는데 관객은 그러한 시선을 통해서 자신의 시선을 생각하게끔 한다. 과연 어느쪽이 더 바람직할 것인가. 해답을 찾아 보자.

바르셀로나 - 들어가다.

두 여자에게 한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스페인 특유의 정열적인 남자다. 거기다가 그는 그림을 그리는 제법 유명한 화가이기도 하다. 이 로맨티스트의 느닷없는 등장에 두 여자는 또 다시 상반된 감정을 가지게 된다. 이 남자는 누군가에는 버릇없고 매력없는 남자가 되는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매력적인 로맨티스트가 된다.




 
우습게도 두 여자는 그를 사랑하게 된다. 사랑에 대처하는 방법은 역시 서로 다르다. 한 여자는 마음속에서 나오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한 여자는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사랑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두 여자는 모두 한 남자와 뜨거운 밤을 보낸다.이후에 대처하는 방법은 역시 상반된다. 한 여자는 감정에 충실하고 한여자는 죄의식에 빠진다.

한 여자는 이곳이 매력적인 바르셀로나이기 때문에 멋진 로맨스를 즐긴다고 생각한다. 한 여자는 이곳이 자신의 생활무대가 아닌 바르셀로나이기 때문에 잠시 실수를 한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상반된 시선과 생각으로 바르셀로나의 밤은 깊어간다. 한 여자는 행복해 하고, 한여자는 고민에 빠진다.

느닷없이 찾아온 사랑에 대한 대처법은 이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만든다. 우리 정서상 용납할 수 없는 이 바람둥이 남자. 부럽다면 스페인에서 그림을 공부하는 방법 밖엔 없다. 아무튼 특별한 공간인 바르셀로나에서 일어나는 이 특별한 관계는, 서로간의 감정과 생각을 최고조로 끌어 올린다. 하지만 결국 그들이 바르셀로나에서 발견한 것은 바로 '사랑' 에 대한 또 다른 감정 일것이다. 서로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은 역시 똑같이 사랑을 느낀다.


바르셀로나 - 나오다.

영화는 관객에게 조금 더 큰 고민을 안겨 준다. 과연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는가. 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직도 열정을 가지고 있느냐를 간접적으로 묻는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두 커플의 모습을 보면 '빅키'와 '크리스티나'가 고민하는 사랑에 대한 문제가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어쩌면 두 여자의 미래의 모습이 두 커플의 모습에서 그대로 보여준다.

사랑하지만 결코 함께 있을 수 없는 부부가 있다. 그들은 진정으로 서로를 사랑하지만 매번 사소한 말다툼을 하고 충돌을 일으킨다. 절대로 화해가 불가능할 것 같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끼고 이내 사랑을 한다. 그리고 서로에게서 또 다른 매력과 열정을 발견한다.

함께 있지만 사랑이 식은 부부가 있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는 것 같지만 열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의 사랑은 하나의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형식적이고 관습적인 부부의 모습으로만 남아있다. 사랑하지만 열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애정이 식어버리고 인연의 정만 남아버린 통상적인 부부의 모습이다.



이 두 부부의 모습은 빅키와 크리스티나의 미래의 모습일것이다. 사랑하며 열정적으로 사느냐, 관습적으로 사랑하며 애정을 잃어 버리느냐 둘중의 하나다. 우리는 둘다 포기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은 그렇질 않다. 결국 어느 시점에서의 타협과 선택이 필요하다. 얄미울정도로 현실적인 감독의 시선이 엿보인다.

결국 그들은 바르셀로나를 떠난다. 바르셀로나에 오기전에 가졌던 그들의 가치관은 변하지 않았다. 한 여자는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는 텅빈 사랑을 채우기 위해서 여행을 할 것이다. 또 다른 여자는 사회적 관습과 사랑을 선택하여 좀 더 나은 미래를 계획할 것이다. 그들은 바르셀로나를 떠났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에서 가졌던 고민을 오랫동안 기억하며 그들의 선택을 후회해야 할 것이다.


빅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Vicky Christina Barcelona)
감독 : 우디 알렌
출연 : 하비에르 바르뎀, 페넬로페 크루즈, 스칼렛 요한슨, 레베카 홀



영화는 '사랑'에 대한 두 여자의 시선을 통해서 관객의 시선을 되돌아 보게 한다. 서로 다른 사랑에 대한 감정은 두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더 헷갈리고 고민스러워 진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선택이 필요하다면 어느쪽을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두려움을 안겨준다. 물론 확신을 안겨줄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고민하는 문제인 '영원한 사랑', '열정적인 사랑', "후회없는 사랑"에 대한 고민을 해볼수 있는 영화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판단보다는 자신만의 시선과 생각을 되돌아볼수 있게 만든다. 결론은 없지만 두고두고 고민해야 할 생각들을 안겨주는 영화다. 그래서 우디 알렌 감독이 얄미워 지기도 한다. 진지한 고민은 아니더라도 우리가 꼭 해야할 고민들이 담겨있어서 꼭 봐야할 영화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