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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시대유감

제복입은 청년과 미국산 쇠고기

by G_Gatsby 2009. 10. 15.

 환절기라 감기 환자가 참 많은것 같습니다.
여기 저기에서 앓아 눕는 소리가 들립니다. 모두 몸살 감기 조심하셔야 할것 같습니다.

보궐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방송에서 힘있는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인터뷰를 하는 지방에 사는 한 상인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이러한 거짓을 믿고 계시는 분이 많으시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웠습니다. 힘있는 여당은 서민경제 살리기나, 지역소상공인 살리기에는 특별한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그들의 거대함에 숫자가 하나 더한다면 더욱더 오만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풍경 #1

말끔한 제복을 차려 입은 청년의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대한민국 육군 일병의 계급장을 단 청년의 옆에는 어머니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함께 서 있습니다. 청년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어머니의 눈가에는 벌써 눈물이 고여 있습니다. 가을 햇빛이 따사롭게 느껴지던 광장의 모습입니다.

키가 훤칠한 청년은 어머니를 내려다 보며 듬직한 웃음을 짓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군대 입대후 첫휴가의 모습은 변화된 아들의 모습과 어색한 어머니의 눈물이 교차합니다. 아들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사랑과 어머니를 생각하는 아들의 사랑이 서로의 눈길에 묻어 있습니다.

이윽고 아들은 어머니에게 가벼운 거수경례를 합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붙잡고 마지막 작별인사를 합니다. 아들의 팔뚝을 잡고 힘주는 어머니의 모습은 애틋한 모정을 느끼게 합니다. 아들은 돌아서서 역안으로 들어갑니다.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어머니는 애처 참아왔던 눈물을 훔칩니다. 아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던 어머니가 뒤돌아서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이제 다음해가 되어서야 아들의 모습을 볼수 있겠죠.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구겨진 바지와 바람막이 외투의 색이 낡아 보입니다. 어머니의 걸음걸이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어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아마도 십수년전, 나를 배웅하던 어머니의 뒷모습도 이랬을겁니다. 그때를 생각하니 잠시 코끝이 찡해옵니다. 아들은 나라를 위해 가족과의 짧은 이별을 하고, 어머니는 그런 아들의 건강을 위해 매일 기도를 할것입니다.

느낌 #1

국정감사를 통해서 미국산 쇠고기가 일부 전,의경들에게만 제공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입에 개거품을 물며 광우병이 안전하다고 말하던 정치인 집단도, PD수첩을 공격하며 자신들의 거짓말을 애써 숨기려 하던 언론사의 기자들도, 사람들을 불러놓고 시식회를 하며 안전하다고 큰소리치던 어느 공무원 집단도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았습니다. 그저 소리쳐 반항하지 못하는 일선의 전,의경들만 위험하다던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습니다. 더군다나 먹어서는 안되는 칠레산,캐나다산 쇠고기도 있다고 합니다.

미국산 쇠고기가 가격이 싸기 때문에 전의경들만 먹였다는 변명은 하지 못하겠지요. 어쩌면 속으로는 자신들도 무척 불안하기 때문일것입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정권의 실책을 숨기기 위해, 자신들의 아집을 우기기 위해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이야기 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당장 광우병 환자가 발생하지는 않을테니까요. 근시안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미래의 모습이 보일리 없습니다.

어느 사상가는, 인간애(愛)를 잃어버린 정치집단은 광기에 집착하며 그들이 만들어 내는 사회는 끊임없는 시비와 불평등을 만든다고 했습니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권력은 힘의 논리로 독재를 만들고, 일관된 생각으로 사상의 획일화를 만듭니다.

세상을 한탄하던 한 소설가는, 대한민국 사회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란 자신에게는 관대한 힘의 논리를, 남에게는 엄격한 법의 논리를 들이댄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자식은 중요하고 남의 자식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 집단이 살기좋은 대한민국을 만든다고 지껄여 댑니다.

진중권 전 교수를 사모하던 한 이름없는 인터넷 언론 대표가 진행한 소송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자신이 하면 점잖은 평론이고 남이 하면 명예훼손이 되는겁니다. 이러한 논리를 내세우며 자신도 기득권인양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높은 부패지수는 감추면서 다른 사람의 사소한 의견 까지 트집잡습니다. 참 웃긴 세상입니다.

어느 동물 농장 이야기에서 본 내용입니다.
을 꼬득여서 거사를 꿈꿉니다. 개는 본디 충성심이 강하기 때문에 쥐에 대한 영원한 맹세를 합니다. 그리고 가 거사에 성공을 하고 엄청난 식량을 손에 넣습니다.에 충실했던 는 기뻐하며 굶주림 없는 유토피아를 꿈꿉니다.
 
하지만 는 거대한 식량창고를 지키기 위해서 의 목에 쇠사슬을 걸어 놓습니다. 는 죽지 않을 만큼만의 식량과 물을 제공 받으면서도에 대한 충성심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거사를 알아차린 주인이 창고에 도착했을때 는 도망가고 를 대신해 창고를 지키기 위해서 짓던 는 주인의 몽둥이에 두들겨 맞고 죽고 맙니다. 동물농장 이야기가 우리의 세상과 크게 다르진 않을겁니다.


걸어가는 어머니의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따스한 가을햇살이 어머니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립니다. 햇살은 참으로 공평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똑같이 비춰줍니다. 

자연은 이렇게 공평한 모습을 우리에게 안겨주지만, 우리는 무척 불공평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의 건강을 기원하며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위험해서 먹지 않는 미국산쇠고기를 전의경만 먹였다는 이야기가 서로 교차 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렇게 햇살이 밝은 만큼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