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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270

환승역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에스컬레이터 근처에서 서성거립니다. 1호선과 인천지하철의 교차하는 곳. 사람들은 환승을 하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입니다. 누군가에게 물어 보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지만 젊은 사람들의 걸음이 빨라서인지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소심하게 느린 걸음걸이로 옆을 지나가며 할아버지 얼굴을 천천히 들여다 봅니다. 혹시나 무언가 물어 보면 대답해줄 마음을 갖고 말이죠. 광택이 나는 구두에 멋스러운 통바지를 입으신 자그마한 할아버지였습니다. 자식들 집을 찾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먼 길을 떠나오신 듯 보였습니다.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할아버지를 쳐다 봅니다. 할아버지는 눈이 마주치자 자그마한 손가방에 힘을 주면서 뒤로 살짝 물러섭니다. 인상이 험악한 사람이 웃으면서 다가오니까 순간.. 2011. 11. 14.
내려 놓기와 다시 잇기 환절기 때문에 고생했던 비염증세가 사라지는 걸 보니 겨울이 왔나 봅니다. 계절은 또다시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고 그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좋던 싫던 또다시 적응해야 하는 시간이 온 것 같습니다. 공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찬 바람을 예고하는 대지의 공기도 이제 곧 추운 겨울이 다가 온다는 것을 알리고 있습니다. 평온한 오후의 한적한 시간. 아름답던 단풍 나무들도 이제 칙칙한 색깔만 남아 있습니다. 색이 바랜 벤치에 앉아 앙상한 겨울 풍경을 조용히 바라봅니다. 한 여자가 벤치에 앉아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가끔 소리가 높아지기도 하고 조용히 전화기에 집중하며 듣고 있기도 합니다. 자세히 들리지는 않지만 아마도 사랑하는 누군가와 긴 통화를 하고 있나 봅니다. 여자의 등뒤에 홀로 서 있는.. 2011. 11. 13.
희망가, 짬뽕국물 이야기 날씨가 많이 풀리긴 했지만, 남자의 얼굴은 아직도 겨울이었다. 때가 많이 묻은 검은색 점퍼, 상표의 흔적마저 사라진 황갈색 운동화. 흰머리가 듬성듬성한 거칠은 머리카락, 그리고 말라붙은 광대뼈의 모습. 초라하게 구겨진 배낭과 덥수룩한 수염까지. 낡은 중국집 앞에서 꽤 긴 시간을 서성거린다. 따스한 햇살과 함께 찾아온 봄을 느끼기 위해 나왔던 나에게 남자가 그리고 있는 풍경은 추운 겨울이었다. 누군가 중국집의 문을 박차고 나왔고,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남자는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리고 가장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무엇이 그리 초조하고 불안한지 앉아 있는 남자는 다리를 계속 떨며 앉아 있다. 주인 인듯한 남자가 무언가를 이야기 하자 남자는 때묻은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2011. 2. 23.
웃는 연습을 하다. 벌써 1월의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시간 참 빠르죠. 올 한해는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하나..하는 고민도 하기 전에 벌써 한 달이 지나갔습니다. 성실한 블로거가 되겠다며 몇 년째 하던 약속도 이젠 못하겠습니다. 갈수록 어딘가에 글을 남기는 것도 버거워 지네요. 이번에는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묵묵히 한 해를 보내볼까 합니다. 그래야 스스로에게 미안한 감정이 없을 테니 말이죠. # 1 얼마 전에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대기실에 많은 사람들이 있더군요. 저도 그 사람들 틈에 끼어 환자 티를 내봅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의 표정이 많이 아파 보입니다. 한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대기실로 들어옵니다. 의자에 앉아 덤덤하게 벽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핍니다. 그러더.. 2011.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