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영화본후.

하하하 - 숨어서 웃다

G_Gatsby 2010. 7. 3. 03:17

개인적으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참 좋아한다.
채색하지 않고 마구 그려넣은듯한 영화의 느낌을 참 좋아한다. 고된 한주를 보내고 맞이하는 주말, 혹은 무미 건조한 일상을 보내고 난 뒤에 오는 소중한 휴식 시간에 그의 영화를 보는 것은 짜릿한 재미다. 홍상수 감독, 임상수 감독이 주는 영화속 풍경을 사랑한다. 물론 정치인 안상수가 그려내는 풍경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꾸준히 영화를 만드는 한 세월이 가도 그의 변하지 않는 팬이 되고 싶다. 

영화 '하하하'가 주는 제목의 의미를 보면 크게 웃는 영화일듯 하다.
하지만 감독의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별다른 반전없이 이어지는 줄거리가 못마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어 가는 배우들의 이름을 보면 좀 더 집중력을 가지게 된다.



홍상수 패밀리라고 할수 있는 김상경, 예지원. 매력적인 배우 유준상. 기대되는 배우 김강우.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 문소리,윤여정. 그리고 개념있는 배우 김규리가 나온다. 이들은 괴팍한 감독이 연필로 마구 그려놓은 스케치북에 자신들의 감정을 하나 둘씩 칠한다. 그게 어색한듯 이어지는 배우들의 매력이다. 무엇보다도 관객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특별한 생각의 여백을 제공한다. 그게 홍상수 영화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 하하하.. 웃긴 영화다

두 남자가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 한다.
선후배 사이인 두 남자는 지난 여름, 우연찮게 비슷한 시기에 통영을 방문하게 된것을 알게되고 각자의 에피소드를 말하기 시작한다. 술 한모금 이야기 한토막씩. 이야기가 한토막씩 나올때 마다 술한잔을 서로 권한다.  그들이 한번 크게 웃고 나면 다음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렇게 한잔 두잔 마시면서 영화는 만들어 진다.



그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내놓으며 재미있어 하지만, 두 이야기는 묘하게 닮아 있다. 
비슷한 시기에 방문한 두 남자가 서로 마주치지만 않았을뿐 서로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두 남자는 그 사실을 모른다. 영화를 보는 관객만이 그 사실을 안다. 두명의 남자는 서로 잘 아는 사이지만 등장하는 또 다른 남자는 한명만 안다. 그래서 서로 같은 이야기라는 것을 둘은 모른다. 그들이 마주치는 인물들이 똑같고, 두사람의 이야기가 마무리 될 무렵엔 그들의 웃음소리가 참 우습게 들린다. 이 바보같은 놈들... 하면서 관객이 웃을수 있는 것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 하하하.. 허상을 보다.

영화속 남자들의 직업은 고상하다.
영화감독 지망생, 영화 평론가. 그리고 시를 쓰겠다는 작가지망생. 현실속의 그들의 모습은 아직 이루지 몸ㅅ한 미완성의 상태다. 하지만 그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허상은 대단하다. 


한 남자는 나약한 존재다. 일에 대한 열정도 그다지 없어 보인다. 그저 어머니에 기대고 세상에 휩쓸리며 살아가는 나약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특별히 모난 구석도 없지만 특별히 잘난 구석도 없다. 아직도 어머니에게 회초리를 맞으며 우는 나약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또 한남자는 위선자다. 결혼을 했지만 애인이 있다. 애인이 있지만 다른 여자를 넘보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에 부딪치면 여자의 동정을 바라며 회피해 버린다. 우울증 약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먹어대기도 하고, 여자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또다른 남자는 허세다. 시를 쓰는 시인이 되고는 싶지만 시를 쓰고 싶진 않다. 남들과 다른 독특함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무엇이 다른지 설명하진 못한다. 그저 자신이 만든 세상에서 특별한 존재로 살고 있다고 믿는듯 하다. 두 여자를 넘다들며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은 사랑이 무엇인지 모른다.

# 하하하.. 숨어서 웃다.

세 남자와 세 여자가 만들어 가는 에피소드에는 진지한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 남자가 여자에 대한 욕망을 품고 고상한 말로써 포장을 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사랑을 말하진 못한다. 그들은 늘 타인에 대한 평가에 익숙하지만 자신에 대한 평가에는 미숙하다. 그래서 관념적인 말들이 난무하고 일관성이 없다. 우리가 사는 주변의 모습과 묘하게 닮아 있다.

세 남자와 세 여자가 사랑 비슷한 감정을 가지지만 영화 어디에도 결과를 보여주진 않는다.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졌는지 누구도 알수 없다. 그저 두 남자가 마지막 잔을 기울이며 크게 웃는 것이 전부다. 그들이 어느 여름날 통영에서 겪었던 일의 결과는 아무도 알수 없다.


하하하
감독 홍상수 (2010 / 한국)
출연 김상경,유준상,문소리,예지원,김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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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영화에는 이러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성공하지 못한 영화감독, 유명하지 않은 작가. 그들은 고상한척 관념을 말하지만 현실은 철저히 본능에 충실하다. 그들이 인정받고 싶은 세상과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철저히 다르다. 어쩌면 홍상수 감독 스스로에 대한 자학인지도 모르겠다.

영화 '하하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답게 호불호가 철저히 갈리는 영화다.
영화를 보고는 유쾌하게 웃는 사람이 있을것이고, 뭘 말하는지 알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무엇을 보았건, 아무것도 보지 못했건 그건 관객의 선택이다.

영화 '하하하'를 보면서 예전과 다르게 조금은 온순해진 감독의 취향을 느낄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두남자 처럼 크게 웃을수 없는 이유도 분명 있다. 두 남자가 알지 못했던 부분을 관객은 알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의 모습과 묘하게 닮아 있는 무언가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