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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토리7

사랑 하나, 한숨 한모금. 꼬불꼬불한 아줌마 파마. 작은 체구지만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다. 쪼글쪼글한 주름살이 가득한 얼굴엔 표정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담배를 사며 친해진 슈퍼마켓 아저씨가 살짝 일러준 말에 의하면, 동네에서 가장 억센 할머니란다. 화가 나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아무에게나 퍼붓는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늦은밤에도 분리수거함을 뒤지며 폐지와 빈병을 모으는 할머니였다. 할머니 옆에는 조그마한 리어커와, 덩치가 큰 딸이 있다. 너무도 까만 얼굴에 정리하지 않은 머리카락. 낡은 운동화에 발목양말을 신고 보라색 티셔츠를 입고 있는 할머니의 딸과 시선이 마주친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나이이거나 나보다 조금 아래일것 같다. 굳이 슈퍼마켓 아저씨의 말을 듣지 않았어도, 멍한 눈에 둔한 행동을 보면 지능이 조금 모자란 사.. 2009. 8. 4.
서럽던 오후, 오늘을 기억하다. 여름햇살이 내리쬐던 날. 부천 송내역 광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그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웃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이 있었다. 번잡하고 복잡한 광장에도 여름의 햇살은 따갑게 내리쬐고 있었지만,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서있는 사람들, 헌화하는 사람들, 눈물짓는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속에서 누군가를 기억하고 있었다. 영정사진 옆에 설치된 간이 천막에서는 녹음된 고인의 육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삶을 지치게 만드는 뜨거운 오후. 고인은 힘있는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힘없고 배고픈 사람들의 아픔을. 사회적 양심과 원칙을. 할수 있다는 희망을. " 마지막 가는 길을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이 한송이 국화꽃을 들고 있었다. 서로 다른 필체.. 2009. 5. 25.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올라온다. 몇 해전에 새로 닦인 이곳은 속도를 내기 아주 좋은 도로다. 경상도와 충청도가 이어지는 그곳엔, 유난히 터널이 많이 있다. 속도를 내던 차가 터널로 들어가면 묘한 기분에 빠진다. 자유롭게 뻗어 있는 빛의 도로에서, 좁고 어두운 터널로 들어갈때면 마치 또 다른 세상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익숙하지 않은 어둠으로의 이동. 시선은 터널속의 밝은 불빛을 쫓아서 앞으로 나아간다. 속도감 조차 느낄수 없을만큼 고요하고 적막하다. 기억 #1 대전엑스포가 열리기 얼마 전이었다. 벌써 아주 먼이야기가 되어 버렸지만, 그즈음에 대전 인근을 여행한 적이 있다. 군입대를 앞두고 난생처음 떠난 혼자만의 여행이었다.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스무살 시절에는 꽤 많은 고민과 .. 2009. 5. 19.
소박한 카네이션. 가정의 달 5월이 성큼 다가옵니다. 거리의 상점들에서,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여러가지 선물들이 전시가 됩니다. 요즘처럼 힘겨운 시대에는 더욱더 가족과 부모님이 생각 나는것 같습니다. 아주 어릴적에 TV에서 보았던 장면입니다. 반공교육을 받고, 국방성금으로 50원씩 꼬박꼬박 내던 시절이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서 헤어졌던 가족들이 이제 나이가 들고 병든 몸으로 상봉을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기억조차 희미할만큼 어린시절이지만 어머니와 함께 TV를 보며 울었던 기억만큼은 생생합니다. 찾고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듣고 오열을 하던 장면을 보면서는 함께 울었던 기억도 납니다. 꼬마시절이었지만 나도 저렇게 원하지 않는 이별을 한다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울까를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 2009.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