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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 그날이 오다. 자전거를 타고 웃음짓는 아이들의 모습을 멍하니 지켜 본다. 권력의 거짓말에 익숙해 지다 보니 변덕스러운 날씨도 이상하게 느껴진다. 이러다가 다시 눈이 오진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래도 계절의 여왕이 만들어 내는 5월의 햇살은 따사롭고 여유롭다. 벤치에 앉아 물을 마시던 아이들이 정치논쟁을 한다. 파란당과 노란당의 이야기가 오가고 '쥐'와 '부엉이 바위의 전설'에 대한 이야기까지 흘러 나온다. 아이들의 조숙함은 나름대로 대단한 논리까지 갖추고 있다. 일단 서로 좋아하는 당이 갈리자 아이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아이들의 싸움은 언제나 그렇듯이 목소리 큰 녀석이 주도한다. 목소리 큰 아이는 '쥐'가 물어죽인 누군가의 이야기와 쥐의 천적인 '부엉이'의 주술적 상관관계에 대해서 설명한다. 벌써 5월이다. 따사로운 .. 2010. 5. 9.
스님의 은혜와 이별의 아픔 어제 오후에 법정 스님이 입적을 하셨습니다. 한참 밥벌이에 집중하며 일을 하고 있는데 인터넷 속보로 뜨더군요. 얼마전 몸이 안좋아 입원하셨을 때부터 오래 계시지 못하리라 생각했습니다. 폐암으로 고통을 받고 계셨는데 그게 더 큰 고통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최근에 샀던 스님의 책을 한번 쓰다듬어 봅니다. 몸이 아픈 와중에도 법회에 나와서 하셨던 말씀을 수록한 책이죠. 법문에 담긴 내용을 읽으면서 혼란한 마음을 다스렸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에 인색하지 말라는 말씀처럼 세상을 보듬어 바라보던 시선은 결코 인색하지 않으셨습니다. 저에겐 늘 풍족한 마음을 안겨다 주셨죠. 책을 보고 있자니 스님의 숨결이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 스님의 은혜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읽고, 가장 많이 샀던 책이 법.. 2010. 3. 12.
뒷짐 지고 계단 오르기 오랜만에 전화를 한 친구가 안부를 묻습니다. 뻔한 안부 인사에 뻔한 답변을 합니다. 녀석이 느닷없이 아들은 잘 크냐고 묻습니다.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아들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사실대로 말하면 어떤 질문을 할지 잘 알기 때문에 아주 자알~ 큰다고 대답했습니다. 살면서 뻔한 질문을 받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어찌 사느냐, 밥은 먹고 다니냐, 돈은 좀 벌었냐, 철 좀 들어라, 키는 좀 컸냐... 등등. 대답이 어려운 질문도 있습니다. 잘 사느냐, 행복하냐, 요즘 어찌 지내냐, 다가오는 FOMC 회의가 세종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등. 가끔은 스스로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져 봅니다. 해답을 찾기 위해 고민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답은 궁색하고 변명은 늘어납니다. 질문을 하는 사람.. 2010. 3. 9.
PD수첩과 강아쥐의 분노(憤怒) 안개 자욱한 거리를 길 잃은 강아지가 돌아 다닙니다. 쓰레기통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는 녀석의 배가 홀쭉 합니다. 덩치가 작지 않은 강아지 인데 주거가 불분명해 보입니다. 주인을 잃어 버렸는지 주인이 버렸는지 알수는 없습니다. 근처 슈퍼에서 천하장사 소시지를 한통 삽니다. 녀석이 불쌍하다고 거둘수는 없지만 이렇게 마주친것도 우연인데 한끼 식사라도 제공해 볼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녀석이 킁킁 거리는 전봇대로 다가갑니다. 녀석은 내가 다가가자 갑자기 으르렁 거리기 시작합니다. 쥐보다 큰 녀석이 한성격 하는것 같습니다. 조금 멀리서 비닐을 벗긴 소시지를 던져 줍니다. 녀석은 이내 꼬리를 내리고 단숨에 삼켜 버립니다. 다시 소시지를 던져 줍니다. 이번에도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긴장을 풀어서인지 녀석은 꼬리를 살.. 2010.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