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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우리시대 동화

행복, 낮은곳을 보다

by G_Gatsby 2008. 5. 31.

"행복, 비오는날을 기억하다"

비가 추적 추적 오는 날이었습니다.
늦은시간,
어두운 가로등, 빗속을 가르며 달리는 자동차만 보였습니다.
도심에서 벗어난 4차선 도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인도에서, 어느 할아버지를 보았습니다.

구부정하게 굽은 허리 뒤로는
두개의 바퀴가 달린 리어카가 매달려 있었고
리어카 위에는 빈 박스가 가득 실려 있었습니다.
행여 비에 맞을까봐.
폐지를 실은 리어카는 비닐로 감겨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산도 우비도 없는 할아버지는
일흔살 넘은 세월동안 뼈만 남은 손아귀로
자신보다 덩치가 큰
낡은 리어카를 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옆을 지나가던 그 순간. 리어카 뒤에 있는 꼬마 아이를 보았습니다. 아이는 책가방을 뒤에 메고 리어카를 밀고 있었습니다. 순간, 뒤를 돌아 보며 웃음 짓는 할아버지를 보았습니다. 주름진 얼굴에 퍼지는 환한 미소를 보았습니다. 손자를 바라 보는 인자한 할아버지의 넉넉한 웃음을 보았습니다. 물기 머금은 아이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집니다. 할어버지를 향해서 웃음을 짓습니다. 무거운 리어카를 미는 것이 즐겁기만 한듯, 힘차게 내딛는 발걸음을 보았습니다.

비가 오는 거리에서, 폐지를 주어 집으로 돌아 가는 손자와 할아버지를 보았습니다. 내리는 빗줄기 만큼이나, 축축하고 고단한 사람들의 삶을 보았습니다. 가난하고 배고픈 이웃의 그늘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슬프지만은 않았습니다. 함께 걸어가는 그들의 웃음에서 삶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보았습니다. 웃을 수 있는 넉넉한 여유를 보았습니다. 포근한 안식처로 돌아 가는 우리 이웃들의 소리 없는 삶을 보았습니다.
비가 오는 거리에서,
홀로 걸어 가던 걸음을 멈추고, 나도 그들과 함께 웃고 싶었습니다.
- 폭풍2003. 비가 오는 거리에서 -

" 행복, 낮은 곳을 바라 보다 "

영등포 슈바이처 라는 故 선우경식 요셉의원 원장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쪽방촌이 밀집한 곳, 노숙자가 힘들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 그곳에서 평생을 바친, 한 지식인의 삶을 보았습니다.  스스로 겸손하기를 원했던 그분은, 생전 어떤 인터뷰도 취재도 허락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저 스스로 행해야할 삶의 의무라도 되는 것 처럼, 평생을 고단하고 힘든 사람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사회적 명예를 버리고 독신으로 살면서 40만명이 넘는 무료 환자를 도왔다고 합니다. 아침에 문을 열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아픈 몸을 이끌고 찾아 오는 환자들에게 빵과 음료수를 나눠 주셨다고 합니다. 그는 늘 낮은 곳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직접 실천한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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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처럼 경쟁이 우선시 되고, 사회적 부가 미덕이 되는 사회에서 고 선우경식 박사님은 그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우리 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태어날때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죽을때도 아무것도 가져 가지 못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어 버리고, 가지려고 집착하는 우리의 욕심을 반성해 봅니다.어짜피 영원한 소유는 없는 것, 그것을 알면서도 가진것을 되물림 하려고 하는 우리의 허영심을 되돌아 보게 됩니다. 그리고 부끄러워 집니다.

같은 시간을 함께 살아 간다는 것,
비가 오는 험난한 세상에서도 마주 보며 웃을 수 있는 넉넉함.
그것이 행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행복, 내일이 올때까지 행복한 사람 "

- blueclover 님의 블로그 "행복하세요? City of joy" 중 - 

"긴 머리, 떼로 얼룩진 얼굴. 웃어 본적은 있을까.
네 발로 걸어다니며 구걸을 한다. 1루피 2루피...
육교 밑엔 여러 개의 철로, 오고 가는 기차들.

순간일텐데.
힘겨운 하루를 끝내고 영원의 안식처를 줄지도 모를 그 곳.
마음만 먹으면 순간일텐데."

내 삶터. 육교
내가 다른 것은 발이 네개 뿐이라는 것.
구걸을 하고, 밥을 먹고, 가끔은 욕도 먹고.
그래도 이렇게 무사히 잠자리에 드는구나.

누워 있으면 다른 사람들과 많이 다르지도 않은데.
내일이 올때까지 나는 행복한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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