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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우리시대 동화

봉우리.

by G_Gatsby 2008. 6. 6.

"시인과 촌장"

20대 젊은 시인은, 삶이 힘들어 자살을 하기로 결심 한다. 그를 힘들게 했던 것은 경제적인 이유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아니었다.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원천적인 질문 이었다.

하늘과 구름이 어울려 하나가 되는곳. 그는 한계령 정상에 올라 발아래 놓여 있는 풍경을 내려다 본다.그리고 눈을 감는다. 자연과 인간, 죽음과 삶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곳. 그 구름아래 놓인 영원한 삶의 안식처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바른길이 없기에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 한것, 바람처럼 한평생 살다 가면 그만인 것을 무엇 때문에 고민하는가. 젊은 시인은 눈물을 닦고 뒤돌아 선다.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씨 이야기다.

" 봉우리 "

아스팔트 거리위에서 구호를 외치는 한 젊은이의 소리 없는 눈물을 보았다.
이른 새벽부터 늦은 저녁 까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가난과의 전쟁. 스물 여섯의 고아.
부모 얼굴 한번 보지 못했다는 한 청년의 거친 얼굴과 울음 섞인 외침.
어릴적 부터 늘 혼자 여서 외로웠다는 이 청년은,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속에 섞여 있는 자신이 너무 행복하다고 목이 메인다.
이럴땐 모두가 똑같은 사람.
한번도 들어 준적 없는 세상을 향해, 함께 어울려 외치는 부조리에 대한 어색한 어울림.
거리에서 처음 만난 26살 청년과 나는, 마치 오랜 시간을 보낸 친구 처럼 함께 웃었다.
아스팔트 거리 위에서 나는, 봉우리를 향해 한걸음씩 걸어 올라가는 우리 이웃들의 삶의 모습을 보았다.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봉우리...
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는 생각지를 않았어
나한테는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냐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저기 부러진 나무등걸에 걸터 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 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 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 볼 수 있을테니까 말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같은 것이 저며 올때는
그럴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by 김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