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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우리시대 동화37

스누피 양말의 희망 시선 하나. 겨울의 끝자락에 있는 지하철앞 광장. 비가 내리고 난뒤에 불어오는 바람이 아주 차다. 황량해 보이는 광장에는 벤치가 흩어져 있고, 그 주변엔 생활정보지가 여기저기 흘어져 을씨년스럽다. 사람들의 발길을 재촉하듯 바람은 멈추지 않고 불어온다. 그 차디찬 광장의 끝자락에 볼품없이 앉아 있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눈에 띈다. 차디찬 바닥에 커다란 보자기를 펴놓고 양말을 팔고 있다. 노점의 모습이 그러하듯 노란 박스종이위에 가격표가 붙어 있2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눈길조차 던지질 않는다. 보자기 끝 찬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안쓰럽다. 아마도 팔아야할 양말을 올려놓을 욕심에 자신의 무릎은 보자기에 걸치지도 못하고 차디찬 바닥에 내려놓았나 보다. 울긋 불긋 꽃무늬가 들어가 있는 여성.. 2009. 3. 13.
흔들리는 시선 - 사랑한다 친구야 열심히 산다고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노력한다고 모두 다 되는것은 아닌것 같다. 흔들리는 세상에 하나의 시선을 고정시키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더라도 때로는 세상의 시선에 어우러져 자신의 시선도 함께 흔들리게 된다. 오늘 문득 걸려온 목소리는 담담하게 자신의 파산 소식을 전했다. 돌팔이 의사 이야기. 기억을 더듬어도 언제인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또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던 기억은 선명하다. 땀흘리며 어울리던 또래들과는 달리 녀석은 늘 외토리 였다. 두꺼운 뿔테안경과 투박한 얼굴은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거기다가 비싼옷과 깔끔을 떠는 녀석의 행동을 보면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우리와는 달리 부잣집 외동아들 같은 분위기는 아직 순수했던 우리들에게도 뭔가 모를 이질감을 느끼게 했.. 2009. 2. 8.
바보 형과 길 잃은 강아지 아마도 오랜 기억을 더듬어야 했다. 살아온 시간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시간의 흔적은 언제나 그렇듯이 잡힐듯 말듯 모호하다. 그 기억은 때맞춰 내리는 겨울비속에 비추어진 풍경만큼이나 흐리고 아련하다. 슈퍼마켓집 외아들. 어릴적 동네 슈퍼마켓을 하던 아저씨의 집 외아들이 있었다. 꽤나 넉넉한 풍채의 아저씨는 늦게 얻은 아들을 끔찍히 사랑했다. 나 같은 꼬맹이들은 그 아들을 형이라고 불렀다. 몇살 터울이 나진 않지만, 형은 우리들과는 달라 보였다. 마치 부잣집 외동아들처럼 근엄하고 얌전하며, 성숙해 보였다. 아니 무언가 우리들과는 다른 세상의 사람같이 보였다. 형의 눈빛은 다부지고 단호해 보였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았다. 이웃분들은 그 형을 보며 총기가 넘친다고 했다. 까까머리를 하고 이제 막 중.. 2008. 12. 18.
부치지 못한 마지막 소포. 할아버지를 처음 만나게 된것은 5년전 이었다. 당시 한 모임에서 돈을 모아 독거노인들에게 틀니를 선물하는 행사가 있었다. 보살핌없이 홀로 살아가는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이 있었고, 뜻이 있는 사람들이 힘을 모았다. 서른을 넘긴 나이. 하나의 길만에 집중하며 걷던 나에게는 뭔가 다른 세상의 풍경이 필요했었다. 이제 조금은 나만의 세상에 익숙해져 간다는 자만심도 있었고, 조금 가진것을 자랑하기 바빳던 시절이었다. 아마도 진정한 어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나와는 다른 또다른 풍경에 대한 호기심만이 더 컸던 시절이었다. 초여름이 찾아오던 어느날. 경기도 연천의 작은 마을에서 할아버지를 처음 만났다. 하나의 기억. 두평 남짓한 방에서 혼자 생활하는 할아버지는 키가 컸고 체격이 좋.. 2008. 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