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_Gatsby 2012. 4. 2. 21:16

누군가와 보기로 약속했던 영화였지만 약속은 지켜지질 못했다.

시간이 흘렀고 봄이 되어서야 혼자 있었다.

 

 

 

절대적인 시간은 소멸을 가져올 뿐이지만,

상대적인 시간은 소멸만을 가져 오지 않는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도 함께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소멸이 아닌 '영원함'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멈추어 버린 여자에게 남자는 시계 맡긴다.

그리고 그제서야 여자의 시간은 흐르기 시작한다. 비록 그것이 얼마 있어 소멸될 짧은 시간이지만 말이다.

 

여자에게 멈추어 있던 시간은 분노와 혼란.

안개처럼 보이지 않던 과거, 그리고 목적 없는 기다림.

여자는 남자와의 짧은 만남을 통해서 드디어 앞으로 나아갈 시간의 의미를 되찾게 된다.

 

그저 말랑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서 마음에 들었던 영화.

안개 자욱한 시애틀의 풍경이 묘하게 여자를 닮아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여자가 웃기를 바랬고,

영화가 끝나기 바로 전에야 여자는 미소를 지었다.

 

남자가 채워준 시계는 하나의 상징이 되어 여자에게 남았고, 이제 여자에게 기다림은 이상 소멸을 뜻하지 않았다.

배우들의 표정 만으로도 아름다웠던 영화.

 

 

영화가 끝이 나고 창문을 열어 보니 살포시 비가 내렸다.

어쩌면 사랑이 영원하길 바라는 것도, 서로가 갖고 있는 마음 상처를 치유하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내내 이어지던 음악이 귓가에 맴돌았고, 나는 갑자기 따뜻한 커피가 먹고 싶어 졌다.

 

Hi, It's been a long time...

 

우리는 지금, 어떤 기다림을 꿈꾸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