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_Gatsby 2015. 1. 21. 20:41
 

죽음.

죽어가는 사람들 옆에서 잡아 주던 손을 이제 거두어야 했다. 시간 그들의 죽음을 지켜 보았다. 소멸을 앞둔 육체는 절망적이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무언가를 꿈꾸고 있었고, 꿈이 사라져 버린 순간에 나는 매번 깊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노란 개나리가 올라오던 계절에, 나는 조용히 소멸을 기다리던 그들과의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노화.

단지 흰머리가 부쩍 늘고 있을 이라고 스스로 위로를 해보는 시간이 있었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던 늦은 어느 , 아무런 예고 없이 쓰러졌다. 의식은 존재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질 않았다. 마치 "잠수종과 나비" 주인공 "보비" 같은 기분이 살짝 들었다.

정밀 검사를 받고 이것 저것 살펴보던 젊은 의사는 내게 "특별한 이상 없음" 이라는 진단과 함께 수분섭취와 숙면이라는 과제만 안겨주었다. 혹시나 싶어 동양의학에 문의해 보았다. 안경쓴 여의사는 기력부족과 노화현상에 대처하는 한국인의 필수품이라며 고가의 보약을 권했다.

늙는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들은 이렇게 소란스럽다.

 

박범신 김영하

소설은 흥미롭지만, 작가에 대한 도전은 이기적이었다.

그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들과 여름을 보냈다. 나이가 들면서 편식만 하던 감정에 변화가 왔나 보다. 내가 만들어내는 현실의 이야기 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현실이 가깝게 느껴졌다. 가을을 알리는 비가 내릴 무렵,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안식.

이쁘지 않다고 버려진 냥이와 동거를 한지도 2년이 되었다.

이제 녀석들이 작은집의 주인이 되었고, 나는 그저 주고 주고 화장실 치워주는 충실한 집사가 되었다. 손길에 긴장하던 작은 몸집의 녀석들은 이제 체온에 익숙해졌고, 나도 녀석들의 따스함에 익숙해졌다.  불면의 밤이 계속되던 가을밤에는 위에 풀쩍 올라와 "이렇게 자는 거야" 라며 잠자는 모습도 보여주었고, 중성화 수술을 하고 돌아온 어느 날에는 밤새 품에 안겨 "성의 정체성에 대한 공포감" 이겨내기도 했다.

우린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게 위로를 하는 방법을 찾고 있으며, 위에서 느끼지 못했던 안식을 찾고 있다.

 

 

인천 바다.

없이 바다를 보고 있다.

밤에 바라보는 바다는 침묵하는 같지만 움직이고, 보이는 같지만 보이지 않는다.

잘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가까이 때면 바다가 만들어내는 "특별한 고독" 함께 나누기도 한다. 바람 불던 어느 , 겨울 같지 않게 슬픈 비가 내렸고, 무겁게 침묵하던 바다도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당신이 찾던 것은 아마도 이런 아닐까요? 무겁게 침묵하고 무섭게 고독한. 바로 이런 존재들"

오랜만에 바다는 말을 걸었고 나는 여전히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고작 218KM 달려 이곳에 왔을 뿐이고, 바다 너머에 있는 무거운 어떤 것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내려놓기.

불필요한 것들, 필요 해서 샀지만 필요가 없어진 것들, 온갖 상념과 미련을 만들어 내는 아직 쓸만한 것들 모두를 버리기 시작 했다.  침대를 버렸고 이젠 보지 않는 여러 가지 책들을 버렸다. 삐걱거리던 작은 책장도 버렸고, 입는 정장도 모두 버렸다. 1 동안 한번도 앉아 보지 않았던 작은 의자도 버렸고, 이젠 냥이들도 거들떠 보지 않는 낡은 서랍장도 버렸다. 많은 것들을 버리고 나니 집이 무척 넓어졌다. 넓어지니 기분이 좋아졌고, 앞으로 채워야 공간도 늘어났다. 버린 다는 것은 미련과 묵은 상념을 내려놓는 것이고, 채운다는 것은 새로움과 다른 생각들일 것이다. 욕심을 내려놓으면 무게 만큼 홀가분 해지고, 생각의 자리가 넓어 지면 만큼 새로운 감정들이 찾아 것이다.

처음 맞이 하는 2015년이 찾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