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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동화25

희망가, 짬뽕국물 이야기 날씨가 많이 풀리긴 했지만, 남자의 얼굴은 아직도 겨울이었다. 때가 많이 묻은 검은색 점퍼, 상표의 흔적마저 사라진 황갈색 운동화. 흰머리가 듬성듬성한 거칠은 머리카락, 그리고 말라붙은 광대뼈의 모습. 초라하게 구겨진 배낭과 덥수룩한 수염까지. 낡은 중국집 앞에서 꽤 긴 시간을 서성거린다. 따스한 햇살과 함께 찾아온 봄을 느끼기 위해 나왔던 나에게 남자가 그리고 있는 풍경은 추운 겨울이었다. 누군가 중국집의 문을 박차고 나왔고,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남자는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리고 가장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무엇이 그리 초조하고 불안한지 앉아 있는 남자는 다리를 계속 떨며 앉아 있다. 주인 인듯한 남자가 무언가를 이야기 하자 남자는 때묻은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2011. 2. 23.
갈림길, 풍경을 다시 만들다. 광장앞 모퉁이 노점에서 두꺼운 양말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느끼지 못할 겨울맞이 준비가 시작되고 있네요. 경제적 한파가 이제 곧 시작될 모양입니다. 투기성 자금이 경매시장을 노리고 준비작업에 하기 시작하는군요. 아마도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으로 위험한 줄타기를 하던 사람들의 희생이 시작될 모양입니다.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에게는 꽤 춥고 긴 겨울이 될것 같습니다. 갈림길. 부부처럼 보이는 아저씨와 아줌마가 손에 무언가를 가득 들고 함께 걸어갑니다. 대형마트에서 무언가를 많이 산 모양입니다. 걸어가는 뒷모습이 평범한 우리 이웃의 모습입니다.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걷는 부부의 모습은 언제나 보기 좋습니다. 나란히 걷던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갑자기 길을 멈추고 언성을 .. 2009. 10. 8.
떡파는 할머니와 경상도 아저씨. 더위는 저녁이 되어서도 사라지질 않는다. 밤거리의 풍경은 멀리 보이진 않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특별한 냄새가 전해져 온다.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냄새도,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땀냄새도 밤이 되면 더욱 더 선명하게 전해져 온다. 가끔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곳의 풍경을 맡아 보는것도 좋은것 같다. 시선 #1 자전거 도로를 만든다고 떠들더니, 온동네가 시끄럽다. 밤이 늦도록 도로의 공사는 멈추질 않는다. 사거리의 한모퉁이에는 늦은 시간에도 용접을 하고 자재를 옮기는 아저씨들이 분주하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음식점에서는 하나둘씩 거리에 의자와 테이블을 놓고 손님들을 맞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분주함과 공사하는 소리가 시끄럽기도 하지만, 음식점에서 나오는 왁자지껄한 소리도 만만치 않다. 옆에 편의점에서 생수 한병을.. 2009. 8. 10.
늙은 아들의 소원.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릴것만 같다. 거리는 한적하고 산아래 나무들은 푸르러 간다. 심술맞던 꽃샘추위도 이제 물러가는것 같다. 개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띈다. 지팡이에 중절모. 쇠잔한 몸에서는 알수없는 꼿꼿한 고집이 풍겨온다. 소박하지만 보기 힘든 할아버지의 한복을 보면서 문득 몇해전 안타까운 기억이 되살아 났다. 봄은 희망을 이야기 하면서 찾아왔지만 기억은 쓸쓸한 감정을 더듬어 간다. # 시선 하나. 어둠속으로 관이 들어가고, 지켜보는자의 울음소리는 멈추질 않는다. 아비를 잃은 늙은 아들은 아비의 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아비를 잃은 늙은 딸은 주저앉아 땅을 치며 울부짖는다. 찌는 듯한 더위에 눈물과 땀이 뒤섞이고 매미의 울음과 사람의 울부짖음이 어우러져 하나가 되어 멈추질 않는.. 2009.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