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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희망5

맨발의 청춘, 두손을 불끈쥐다. 대학 시험에 맞추어 추위가 다시 찾아옵니다. 전통은 결코 무시할수 없나 봅니다. 저도 기억을 더듬어 보면 몹시도 추운날에 시험을 치뤘던것 같습니다. 시험을 마친후, 아버지가 주셨던 책이 기억에 남습니다. 공지영씨가 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라는 책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책의 내용이나 작가의 이름을 모두 무시하고, 책의 제목만 보고 선택했다고 하셨습니다. 이제 성인이 된 아들에게 아버지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때 주셨던 책의 제목을 늘 가슴에 담고 살고 있습니다. 공무도하 - 사랑아 강을 건너지 마라 최근에 김훈의 신작 소설 ‘공무도하’를 읽었습니다. 김훈이라는 작가를 참 좋아합니다. 간결한 문체도 좋고, 늘 고민하는 작가의 모습도 보기 좋습니다. 공무도하 카테고리 소설.. 2009. 11. 11.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올라온다. 몇 해전에 새로 닦인 이곳은 속도를 내기 아주 좋은 도로다. 경상도와 충청도가 이어지는 그곳엔, 유난히 터널이 많이 있다. 속도를 내던 차가 터널로 들어가면 묘한 기분에 빠진다. 자유롭게 뻗어 있는 빛의 도로에서, 좁고 어두운 터널로 들어갈때면 마치 또 다른 세상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익숙하지 않은 어둠으로의 이동. 시선은 터널속의 밝은 불빛을 쫓아서 앞으로 나아간다. 속도감 조차 느낄수 없을만큼 고요하고 적막하다. 기억 #1 대전엑스포가 열리기 얼마 전이었다. 벌써 아주 먼이야기가 되어 버렸지만, 그즈음에 대전 인근을 여행한 적이 있다. 군입대를 앞두고 난생처음 떠난 혼자만의 여행이었다.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스무살 시절에는 꽤 많은 고민과 .. 2009. 5. 19.
늙은 아들의 소원.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릴것만 같다. 거리는 한적하고 산아래 나무들은 푸르러 간다. 심술맞던 꽃샘추위도 이제 물러가는것 같다. 개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띈다. 지팡이에 중절모. 쇠잔한 몸에서는 알수없는 꼿꼿한 고집이 풍겨온다. 소박하지만 보기 힘든 할아버지의 한복을 보면서 문득 몇해전 안타까운 기억이 되살아 났다. 봄은 희망을 이야기 하면서 찾아왔지만 기억은 쓸쓸한 감정을 더듬어 간다. # 시선 하나. 어둠속으로 관이 들어가고, 지켜보는자의 울음소리는 멈추질 않는다. 아비를 잃은 늙은 아들은 아비의 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아비를 잃은 늙은 딸은 주저앉아 땅을 치며 울부짖는다. 찌는 듯한 더위에 눈물과 땀이 뒤섞이고 매미의 울음과 사람의 울부짖음이 어우러져 하나가 되어 멈추질 않는.. 2009. 3. 29.
너의 왼발이 되어줄께 아이를 만난것은 작년 여름이었다. 밤이 되면 광화문에 사람들은 모여들었고 촛불은 활활 타올랐다. 사람들의 인파와 구호는 세상을 날려버릴것만 같았다. 명박산성이 등장하고, 그곳에 구리스가 아름답게 빛을 내던 날, 차가운 아스팔트위에서 아이를 처음 만났다. 인연 하나. 살다 보면 특별히 아는 것도 아닌데 유독 인상이 깊게 남거나 어디서 본듯한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의 끈일수도 있고, 인간과 인간이 느끼는 설명하기 힘든 끌림일수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그곳에서 우연히 아이와 마주쳤고, 아스팔트를 따라 걸으면서도 묘한 끌림은 지워지질 않았다. 그리고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는 이내 친해졌다. 아이는 왼쪽 다리를 약간 저는 젊은 청년이었다. 때가 묻은 모자와 낡은 스포츠가방을 매.. 2009. 3.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