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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36

만추. 누군가와 보기로 약속했던 영화였지만 약속은 지켜지질 못했다. 꽤 긴 시간이 흘렀고 봄이 되어서야 혼자 볼 수 있었다. 절대적인 시간은 소멸을 가져올 뿐이지만, 상대적인 시간은 소멸만을 가져 오지 않는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도 함께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소멸이 아닌 '영원함'을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멈추어 버린 여자에게 남자는 시계를 맡긴다. 그리고 그제서야 여자의 시간은 흐르기 시작한다. 비록 그것이 얼마 있어 소멸될 짧은 시간이지만 말이다. 여자에게 멈추어 있던 시간은 분노와 혼란. 안개처럼 보이지 않던 과거, 그리고 목적 없는 기다림. 여자는 남자와의 짧은 만남을 통해서 드디어 앞으로 나아갈 시간의 의미를 되찾게 된다. 그저 말랑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서 더 마음에 들었던 영화. 안개 자.. 2012. 4. 2.
왕의 귀환, Into the west 한달이 넘도록 긴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옷을 입은채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일에 대한 긴장감이 풀린대다 열시간이 넘는 운전에 지쳐서 그랬는지 잠을 깨니 벌써 일요일 아침이었다. 이대론 도저히 살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큰맘 먹고 대형 롤스크린을 사고 프로젝션를 사는 사치를 부렸고, 홈시어터를 연결해서 방 하나를 모두 나만의 영화관으로 만들어 버렸다. 치킨과 맥주가 배달되었고, 첫 상영작으로 무엇을 할까 하는 심각한 고민끝에 선택한 영화는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이었다. 옆집이 뭐라 하건 말건 스피커를 크게 틀어놓고 푹신한 의자에 누워 영화를 보았다. 남자를 좋아하는 간다프를 보면서 환호했고 리즈 테일러의 미모에 흠뻑 젖어 들었다. 진정한 희생은 무엇이며, 용기란 무엇이던가. 그리고 믿음이란 .. 2012. 3. 14.
시(Poetry) - 아름다운 시를 쓰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를 보기 전에는 몇가지 선입견이 있었다. 과연 주인공의 나이에서 느끼는 감정을 내가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고, '시'를 쓰지도, 읽지도,낭송하지도 않는 내가 여백이 많은 이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결론적으로 큰 이질감을 느끼지도 못했고 대단한 공감을 느끼지도 못했다. 그러고 보면 영화의 제목처럼 '시'를 느낀 보고 읽은 다음에 느끼는 감정이 이런게 아닌가 싶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찾아보진 않은것 같은데 작품들을 보니 대부분 본 영화다. 봤다고 모두 이해할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작품들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걸 보면 이창동 감독이 주는 영화의 뒷맛은 꽤 강렬한것 같다.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영화가 있고 몇몇 장면.. 2010. 7. 17.
하녀 - 씁쓸한 무력감 임상수 감독의 영화 '하녀'를 드디어 보았다. 그동안 임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알송달송한 느낌들이 바로 무력감이 아니었나 싶다. 이번 영화 '하녀'를 통해서 그걸 확실히 느낄수 있었다. 그의 영화 '오래된 정원'에서도 느낄수 있었던 야릇한 느낌이 '하녀'를 통해서 구체화된 느낌이다. 물론 이 둘의 영화가 같은 연장선에서 이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하녀'는 최고의 배우들이 만든 영화다. 칸을 통해서 유명해지긴 했지만 전도연과 이정재, 윤여정으로 이어지는 배우들의 무게는 남다르다. 영화에 몰입할수 밖에 없는, 그래서 조금은 따분한 일상의 모습들이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서 긴장감으로 쉽게 바뀐다. 원작에서 조금은 어긋난 임상수표 '하녀'는 그야말로 쇼킹하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 2010.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