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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본후.

애리조나 유괴사건(Raising Arizona)

by G_Gatsby 2008. 6. 9.

코엔 감독을 좋아하는 사람이 참 많다.
적절한 위트와 유머, 현실에 대한 치밀한 묘사, 불쾌할 정도로 현실적인 인간적 삶의 모습. 그리고 그속에서 치밀하게 벗겨내는 우리들의 불편한 진실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고 난 후 느꼈던 불쾌감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천재 감독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여운이 오래 가기도 하거니와, 불편한 감정과 알송달송한 이야기들이 많은 생각을 만들게 한다.

최근, 코엘 감독의 과거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자주 감탄 하면서도 매니아가 되지 못했던 것은 무심코 영화보는 것에 익숙한 내 습관 때문 이었던 것 같다.

애리조나 유괴사건은 1987년에 만들어진 코메디 영화다. 무려 21년 전에 만들어진 코메디 영화 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내내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해진 니콜라스 케이지의 예전 모습도 나오는데, 상당히 코믹스럽다. 어눌한 말투와 행동이 "애리조나 유괴사건" 처럼 엉뚱한 모습으로 비춰진다. 작지만 아름다운 배우 홀리 헌터의 모습도 나오는데 니콜라스 케이지와는 달리 진지한 모습이 대조적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조엘코엔 감독.1987년작.
니콜라스 게이지, 홀리 헌터.


제목에서 느껴지는 유괴사건의 끔찍한 상황은 전혀 찾아 볼수 없다. 유괴 사건이 일어나고, 아이를 찾으려는 자들의 추격과 도망가려는 주인공들 사이에 스릴감 있는 추격전도 있다. 도로위에 홀로 버려진 아이의 위태로운 장면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심각한 상황을 가벼운 위트로 비켜 나간다. 20년 전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촬영 기법들이 전혀 낯설지 않다는 것도 흥미롭다.

수시로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좀도둑과, 교도소에서 일하는 여자 경찰관의 러브스토리. 장난감 총으로 편의점을 털다가 매번 같은 죄로 잡혀오는 이 암울한 청년과 경찰은 부부가 되기로 결심한다.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고 하지만, 죄인의 프로필 사진을 찍다가 반해 버린 이 대책없는 상황설정. 영화는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상황으로 시작된다.

좀도둑 생활을 청산하고 가족과 가정을 위해서 충실하겠다고 맹세 했는데 하늘은 무심하게 불임이라는 선물을 부부에게 안겨준다. 낙심한 그들에게 전해지는 황당한 소식. 애리조나의 어느 부부가 다섯쌍둥이를 낳았다는 것이다. 다섯명이니 하나쯤 없어져도 상관없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이들 부부의 황당한 애리조나 유괴사건.

아이는 다시 부모에게로 돌아가고, 그들의 황당한 아리조나 유괴사건은 결말을 맺는다.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고 볼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인생은 일장춘몽이라고 하던가. 사랑은 잠시 불어왔다가 사라지는 바람과 같은 것. 그래서 사랑했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 아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때 서로에게 지쳐 가는지도 모른다. 유괴한 아이에 대한 사랑을 통해서 서로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