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끄적끄적15 흔적4 원칙.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대한 원칙이 조금 더 공고해졌다. 누군가에 의해서 보여질것, 누군가에 의해서 들려질것, 누군가에 의해서 판단하게 될것. 이러한 것들에서 작게 나마 빠져나올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습기를 머금은 여름숲이 주는 작은 '깨달음'은, 산사를 빠져나오는 작은 길을 따라 느리지만 하나의 방향으로 굳어졌다. 참 오랜만에 느끼는 청량감이었다. 습하고 무더운 것들로 부터 빠져나오면서 느끼는 해방감. 그리고 내 삶을 바라보는 또다른 '눈'이 생겼고, 그로 인해 삶의 또다른 원칙도 만들어졌다. 칠층모전석탑. 49제를 치뤘던 그곳의 아침이슬을 기억한다. 죽은자와의 마지막 인연을 끊고 하늘로 보내는 시간이었다. 노승은 살아있는 자를 위해서 '윤회'를 이야기 했고, 어린 손자는 미처 덜 자란 풀밭.. 2019. 9. 9. 흔적.3 죽음. 죽어가는 사람들 옆에서 잡아 주던 손을 이제 거두어야 했다. 꽤 긴 시간 그들의 죽음을 지켜 보았다. 소멸을 앞둔 육체는 절망적이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무언가를 꿈꾸고 있었고, 그 꿈이 사라져 버린 순간에 나는 매번 깊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노란 개나리가 올라오던 계절에, 나는 조용히 소멸을 기다리던 그들과의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노화. 단지 흰머리가 부쩍 늘고 있을 뿐 이라고 스스로 위로를 해보는 시간이 있었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던 늦은 봄 어느 날, 아무런 예고 없이 쓰러졌다. 의식은 존재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질 않았다. 마치 "잠수종과 나비"의 주인공 "보비"와 같은 기분이 살짝 들었다. 정밀 검사를 받고 이것 저것 살펴보던 젊은 의사는 내게 "특별한 이상 없음" 이라는 진단과 함께.. 2015. 1. 21. 흔적.2 소멸. 스물 하고도 일곱살을 더 살아낸 아이는 사흘간을 물한모금 먹지 못했고. 결국 말한마디 남기질 못했다. 열살 이후로 성장을 멈추어 버린 아이는 고된 노동으로 그을린 할머니의 손을 잡고 조용히 소멸했다. 하늘은 매우 차가웠고, 여섯달을 기다린 "형아"라는 소리도 끝내 듣지 못했다. 녀석은 행복한 아이 였을 거라고 노동에 그을린 손을 붙잡고 웃어 주었고, 매서운 찬바람을 등뒤로 하고 혼자 소리없이 울었다. 기억. 운이 좋은 날이 있었다. 반가운 사람이 찾아왔고 지난 기억을 더듬으며 마음껏 웃을수 있었다. 솜씨 좋은 사진도 선물을 받았고, 잊고 있었던 추억도 선물 받았다. "시간이 우리를 참 성장시킨것 같아" "욕심이 우리를 성장 시킨건 아니고?" 가을은 무척 반가운 일들이 찾아왔고 흘러가는 시간속에 조.. 2014. 1. 22. 흔적.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무언가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인지 문득 바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다를 보고 나면 정리되지 않는 무언가도 정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앞을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들. 단지 처음 본 사람일 뿐이고 다시 보지 못할 사람임이 분명한것이고, 옷깃도 스치지 않았고, 서로 눈인사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만은 꼭 확인하고 싶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른 새벽에 월미도로 향했다.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추위가 매서웠고, 바다에서 부는 바람은 내 코를 날려버릴것 같았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던지 택시 기사는 나를 휑한 바닷가 앞에 내려놓고는 주위를 한참 동안 떠나지 않았다. 뜨거운 자판기 커피 한잔을 건내며... 2012. 12. 27.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