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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103

만추. 누군가와 보기로 약속했던 영화였지만 약속은 지켜지질 못했다. 꽤 긴 시간이 흘렀고 봄이 되어서야 혼자 볼 수 있었다. 절대적인 시간은 소멸을 가져올 뿐이지만, 상대적인 시간은 소멸만을 가져 오지 않는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도 함께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소멸이 아닌 '영원함'을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멈추어 버린 여자에게 남자는 시계를 맡긴다. 그리고 그제서야 여자의 시간은 흐르기 시작한다. 비록 그것이 얼마 있어 소멸될 짧은 시간이지만 말이다. 여자에게 멈추어 있던 시간은 분노와 혼란. 안개처럼 보이지 않던 과거, 그리고 목적 없는 기다림. 여자는 남자와의 짧은 만남을 통해서 드디어 앞으로 나아갈 시간의 의미를 되찾게 된다. 그저 말랑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서 더 마음에 들었던 영화. 안개 자.. 2012. 4. 2.
왕의 귀환, Into the west 한달이 넘도록 긴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옷을 입은채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일에 대한 긴장감이 풀린대다 열시간이 넘는 운전에 지쳐서 그랬는지 잠을 깨니 벌써 일요일 아침이었다. 이대론 도저히 살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큰맘 먹고 대형 롤스크린을 사고 프로젝션를 사는 사치를 부렸고, 홈시어터를 연결해서 방 하나를 모두 나만의 영화관으로 만들어 버렸다. 치킨과 맥주가 배달되었고, 첫 상영작으로 무엇을 할까 하는 심각한 고민끝에 선택한 영화는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이었다. 옆집이 뭐라 하건 말건 스피커를 크게 틀어놓고 푹신한 의자에 누워 영화를 보았다. 남자를 좋아하는 간다프를 보면서 환호했고 리즈 테일러의 미모에 흠뻑 젖어 들었다. 진정한 희생은 무엇이며, 용기란 무엇이던가. 그리고 믿음이란 .. 2012. 3. 14.
아는지 우연히 찾은 작은 도시의 작은 골목길에서. 아무런 생각없이 길을 걷다가 문득 가슴을 파고 들어오던 노래. 아마도 그날은 몹시 쓸쓸한 겨울비가 내렸었고. 얼어 붙기 직전의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매서웠던 것 같다. 잊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고. 잊혀질 인연이 못내 아쉬웠을 것이고. 시간은 몹시도 더디 흘렀을 것이며. 미련은 몹시도 아렸을 것이다. 인연의 끝은 언제나, 머뭇거리는 시간이 있었고 불편한 대화가 오고 간다. 그리고 나선 긴 침묵이 이어지고 그 사이마다 아쉬움과 기다림의 짧은 시간이 있을 것이다. 나는 바다에게 줄곧 인연의 깊이에 대해서 물었고, 바다는 나에게 짧은 인연의 추억만을 던져주었다. 사랑이 뭔지 알 수 있을까 영영 모를 수 있어. 하지만 이별은 알 것 같아 가슴이 아프고 또 아픈.. 2012. 3. 11.
시(Poetry) - 아름다운 시를 쓰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를 보기 전에는 몇가지 선입견이 있었다. 과연 주인공의 나이에서 느끼는 감정을 내가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고, '시'를 쓰지도, 읽지도,낭송하지도 않는 내가 여백이 많은 이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결론적으로 큰 이질감을 느끼지도 못했고 대단한 공감을 느끼지도 못했다. 그러고 보면 영화의 제목처럼 '시'를 느낀 보고 읽은 다음에 느끼는 감정이 이런게 아닌가 싶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찾아보진 않은것 같은데 작품들을 보니 대부분 본 영화다. 봤다고 모두 이해할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작품들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걸 보면 이창동 감독이 주는 영화의 뒷맛은 꽤 강렬한것 같다.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영화가 있고 몇몇 장면.. 2010.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