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형과 길잃은 강아지1 바보 형과 길 잃은 강아지 아마도 오랜 기억을 더듬어야 했다. 살아온 시간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시간의 흔적은 언제나 그렇듯이 잡힐듯 말듯 모호하다. 그 기억은 때맞춰 내리는 겨울비속에 비추어진 풍경만큼이나 흐리고 아련하다. 슈퍼마켓집 외아들. 어릴적 동네 슈퍼마켓을 하던 아저씨의 집 외아들이 있었다. 꽤나 넉넉한 풍채의 아저씨는 늦게 얻은 아들을 끔찍히 사랑했다. 나 같은 꼬맹이들은 그 아들을 형이라고 불렀다. 몇살 터울이 나진 않지만, 형은 우리들과는 달라 보였다. 마치 부잣집 외동아들처럼 근엄하고 얌전하며, 성숙해 보였다. 아니 무언가 우리들과는 다른 세상의 사람같이 보였다. 형의 눈빛은 다부지고 단호해 보였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았다. 이웃분들은 그 형을 보며 총기가 넘친다고 했다. 까까머리를 하고 이제 막 중.. 2008. 12.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