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1 노인과 흰우유 겨울비인지 봄비인지 알지 못하는 비가 내립니다. 꽃샘 추위라고는 하지만 꽤 매서운 바람이 붑니다. 비가 오는 거리는 물에 젖은 발걸음으로 분주해 집니다. 같은 걸음으로 길을 걷지만, 매번 걸음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기분이 좋을 땐 걸음이 가볍고 기분이 좋지 못할 땐 걸음이 무겁습니다. # 1 오래된 슈퍼마켓앞에 그늘진 차양막이 있습니다. 비를 피해 그곳에 자리를 잡은 한 노인이 무언가를 먹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계란빵 입니다. 노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달달하고 부드러운 작은 빵입니다. 백발의 노인은 비오는 거리를 바라보며 오물거리고 빵을 먹습니다. 이가 없는 노인이 틀니도 없이 무언가를 먹는 모습을 보셨겠지요. 그저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을 것 같은 빵도 오래오래 씹어 넘겨야 합니.. 2010. 3.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