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코이케 류노스케 +1

 첫 눈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이제 겨울이 왔다고 말을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출근하는 아저씨의 뒷모습에도,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그림자에도 두꺼운 외투가 어색하지 않습니다. 겨울 먹거리를 파는 노점들이 따뜻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합니다.

누군가 에게는 낭만의 계절이 시작되는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 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난의 계절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똑 같이 시작된 계절의 변화 속에도 우린 서로 다른 이야기와 고민을 안고 살아가나 봅니다. 이렇게 또 다른 계절이 시작되는 것이겠죠.

 

# 1

지하철 에서 한 청년이 열심히 책을 봅니다.

익숙한 표지가 눈에 띕니다. 코이케 류노스케생각버리기 연습이라는 책입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책이라서 반갑습니다. 복잡한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생각 때문에 힘들어 한다는 내용입니다. 어쩌면 단순하게 사는 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한자 한 자 읽으면서 쉽게 공감했던 책입니다.



 

책을 읽는 청년의 모습이 무척 진지합니다. 어쩌면 힘든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중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고된 직장생활을 하는 지도 모릅니다. 사색이 겹쳐진 독서. 청년의 진지함을 오랫동안 쳐다 봅니다.

 

# 2

살다 보면 자신만의 시간에 갇힐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옆에 있고 없고를 떠나서 자신이 만들어 버린 시간에 갇혀 버릴 때 말이죠. 그 속에서 외로움을 찾고, 그 속에서 내면의 고독을 느낍니다. 때로는 이러한 시간들을 통해서 좀 더 나은 세상을 보기도 하고, 때로는 이러한 시간들을 통해서 내가 꿈꾸던 세상을 포기하기도 하죠. 가슴에 품었던 하나의 꿈이 사라지기도 하고, 잊혀졌던 꿈이 되살아 나기도 합니다.

 

수 많은 생각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지나간 선택이 후회와 실망감으로 나타나기도 하죠. 그리고 끝없는 시간속으로의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잠을 못자는 밤이 찾아오고 세상의 관심사가 하나 둘씩 사라집니다. 어떤 이는 이러한 증상을 우울증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생각을 버리고 단순해지라고 조언하기도 합니다. 살면서 우리가 한번쯤 겪게 되는 갇힌 시간으로의 여행이죠.

 

인도의 한 철학자는 이러한 시간을 통해서 좀 더 성숙한 인간으로의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수 없이 질문하고 대답하는 자아와의 대화를 통해서 고난을 견딜수 있는 힘을 기른다는 것이죠. 하지만 철학적이지 못한 우리들에게는 쉽지 않은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책을 보던 청년이 책을 덮고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책의 내용을 음미 하는 것인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조용히 눈을 감고 오랜 시간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어쩌면 갇힌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긴 호흡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죠. 안내 문구가 흐르고 청년의 모습을 남겨둔 채 거리로 쏟아져 나옵니다.

 

계절의 변화처럼 우리들의 모습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나 봅니다. 인간이 가진 감정들이 하나 둘씩 순번을 바꾸어 가며 오늘의 나를 기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수 많은 생각들이 지금의 감정을 만들어 내는 것인지도 모르죠.  시간 여행은 긴 호흡인것 같습니다. 짧은 보폭의 걸음은 발자국을 남기지만, 그것이 모여야 내가 호흡하는 길고 긴 이 되니까요.

 


Comment +13

  • 이게 얼마만의 포스팅입니까.
    저도 짧지만 갇힌 시간을 겪어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무섭기도 하지만 이겨내야 하는 시간이죠.
    어쨌든 참 반가운 글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지요?

    • 오랜만이죠.걷다가도 문득 레인맨님의 빨간바지와 치어리더가 생각 날때가 있었죠. 잠시 머리를 식혔네요.영하 40도쯤에서요.자주뵙죠^^

  • 아마도 시간은 생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간에 갇힌 건 결국 자신의 생각에 갇힌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책을 아직 읽지 않아서 책과 연관지어 설명하긴 어렵지만
    적어주신 문맥으로는 그랬습니다.
    사색과 명상이 필요한 책일 듯 싶습니다.

    덧) 오랜만입니다.
    온라인에서 못 뵙고 시간이 꽤나 지나면서, 문자를 한번 넣을까, 했습니다.
    그러지 못한 건, 어떤 생각이 있으셔서 떠나 계신 것 같은데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지나 않을까 해서였습니다.
    (그렇다고 개츠비님의 삶이 잔잔한 호수라고는 절대(응?) 생각지 않습니다.
    복귀 환영하고요. 제 맘대로 '복귀'하신 거라고 해석하겠습니다.
    이제 좀 자주 뵈옵는 거겠죠?

    • 잔잔한 호수에는 돌을 던져도 표시가 나지 않습니다^^ 있으나 없으나 걷는 길은 별반 다르지 않더군요. 시간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요즘입니다. 시간은 그저 늙는다는 것이라고 어느 시인이 말했다지요. 생각이 늙지만 않으면 시간의 의미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 Favicon of http://slimer.tistory.com BlogIcon Slimer 2010.11.30 09:51

    오랜만에 개츠비님의 담담한 어조의 글을 보니 정말 반갑습니다.
    제가 다 이해하기에는 좀 어렵지만, 왠지 모를 그 차분함이 항상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거든요..ㅎ

    • 꽤 긴 시간동안 담담하게 잘 살고 있었습니다^^ 갈수록 글이 재미없어 지는것은 맞습니다. 언젠가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오를날도 있을테지요.^^ 세상사 웃다가 울다가 하는것 아니겠습니까.

  • 역시나 잘 보고 느끼고 갑니다.
    스스로가 만들어놓은 공간 안에 가두고 그 안 깊숙이 점점 들어가버리고 있는 지금의 제 모습이 느껴집니다
    그 속에서 나와야 할까 아니면 더 들어가야할지를 고민하고 있는데요 ^^

    오랜만에 님의 글을 읽으며, 저물어가는 한 해를 다시 되돌아보게 만드네요 늘 감사합니다 ^^

    오랜만에 올라온 글이 더욱 감동이네요 ^^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가끔 다녀가긴 했지만 오늘따라 더욱 포근하게 느껴지네요 ^^
    감기조심하시고 즐거운 오늘 그리고 12월 되세요 ^^

    • 오랜만입니다. 꽁마담님^^ 시간에 대한 변명을 늘 달고 사는건 아닌가..생각해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오랜시간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구요. 벌써 겨울이군요. 포근한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시간이 늘 선형으로 어디서든 똑같이 흐르는 건 아닌가봐요.
    나이 먹어갈수록 빨리가기도하고.
    조급한 만큼..순식간에 사라지기도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부족해서일까요.
    요즘은 그냥 몸을 내맡긴 느낌이네요.
    그래서인지 반가운 포스팅을 이제야 만났습니다. ^^

    • 김훈씨의 신작 소설에도 시간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볼만한 이야기들이 나오죠^^ 어쩌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선형의 시간이 주는 갑갑함에 힘들어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삼촌이 맛난것도 사주고 해야 하는데.ㅎㅎ 지구벌레님 뵈면 늘 부럽습니다.^^

  • 제 블로그 글 좀 읽다 생각나서 들렀습니다. 여전히 감성을 자극하는 좋은 글을 쓰고 계시네요. 늘 한결같은 블로거 되시길 바랄께요. 2010년 마무리 잘 하세요.^^

    • 아바네라님 반갑습니다^^
      체게바라 때문에 익숙한 닉네임이 되어버렸네요. 잘 지내시죠? 달력이 한장 남았습니다. 새해에는 따뜻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 오랜만에 개츠비님의 담담한 어조의 글을 보니 정말 반갑습니다.
    제가 다 이해하기에는 좀 어렵지만, 왠지 모를 그 차분함이 항상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거든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