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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우리시대 동화

게으름뱅이, 새벽공기를 마시다.

by G_Gatsby 2008. 4. 29.

" 게으름뱅이, 새벽공기를 마시다"

얼마전부터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겨울엔 추워서, 여름엔 더워서, 이런 저런 핑계로 피해갔었는데 산만한 생각들도 정리를 할겸 시작했다. 마음을 잡고 시작하니 이것도 어느덧 습관이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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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거창하게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근처에 있는 학교 운동장에 가서 몇바퀴 뛰고 걷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전부다. 갈수록 떨어지기 시작하는 몸의 유연성은 둘째 치고라도, 십수년 계속된 흡연생활 덕분에 두어바퀴 돌고나면 숨이 턱턱 막힌다. 달리는 순간에는 이놈의 담배 피우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만 수십번 한다.

며칠전 부터 우연찮게 같이 뛰게된 아저씨가 있는데, 작은 체격에 배도 볼록 나온 전형적인 40대 후반의 아저씨다. 그런데 두바퀴만 돌아도 허덕이는 나와는 달리 숨찬 소리 없이 사뿐 사뿐 무척 잘 뛴다. 헐떡이며 바라보는 나를 힐끔 쳐다 보는 아저씨의 얼굴에서 승자의 여유를 보며 나는 잠시 패자의 아픔을 느낀다.
 
아침 5시 부터 시작을 하는데 그 시간대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신나게 땀을 흘리고 난뒤에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다 보면 땀이 식으면서 기분이 상쾌해 진다.

" 아침 풍경, 희망을 생각하는 하루 "

학교 운동장에서 뛰다 보니 가끔 이른 아침부터 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학생을 본다. 등교 시간까지는 한참 남았는데 벌써 공부를 하러 오는 학생을 보니까 대견스럽기도 하면서 안스러운 마음도 든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얼마나 힘들고 짜증이 났던지 학교가는 즐거움은 못 느겼던 것 같다.

가끔 운동하러 가는 길에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도 본다. 밤새 어떤 고민으로 술을 마셨는지 가끔 혼잣말처럼 술주정을 부리는 사람도 있다. 표정은 하나 같이 어둡다. 어제 먹은 술값이 과했는지, 고민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누군가에게는 시작하는 아침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마감하는 아침이 되기도 한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올때 혼자 거리를 청소하는 아저씨를 자주 본다. 그래서 인지 운동하러 갈때와 올때의 거리모습은 조금 다르다. 이른 아침부터 땀흘리는 아저씨의 노고로 인해서 지저분하던 거리가 조금씩 깨끗해 지고 있다. 50대가 훌적 넘어 보이는 아저씨는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거리의 휴지를 줍고 있는데 머리에는 커다란 헤드폰을 끼고 있다. 가끔 리듬에 맞춰서 흥얼 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걸죽한 트로트의 리듬에 맞춰서 휴지를 줍는 모습이 무척 여유로워 보인다.

집에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시원한 물을 사곤 한다, 카운터에 앉아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총각을 늘 마주친다. 이른 새벽이지만 웃으면서 계산해 주는 젊은이의 미소가 아름답다. 용돈도 벌면서 그 시간을 짬내서 공부를 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대견스러운 마음이 든다. 그러면서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변변한 책한권 제대로 읽지 않는 나를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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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없는 인생 길. 어떻게 걷느냐는 나의 선택인것이다.
지금  내딛는 발걸음이 가벼워야 걷는게 즐거워 진다.



" 시간에 대한 솔직함, 삶에 대한 소중함"

늘 반복되는 하루속에서 삶의 지루함과 게으름을 본다. 허겁지겁 자명종 소리에 깨고, 아침도 못먹고 씻는둥 마는둥 직장으로 달려가면서 하루는 시작된다 . 그리고 산만함 속에 회사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기 바쁘게 피곤함을 느낀다. 늘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독서와 공부, 여가생활은 게으름속에 묻혀서 사라지고, 친구들과 술이라도 한잔 하는 날은 새벽내내 술기운에 허덕 인다.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의 공허함에 빠져 허덕이고 있는 내가 부끄러워 진다.

새벽 운동을 시작하면서, 똑같이 주어진 시간속에 자신을 위해서 하나둘씩 나아가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모습을 보았다. 주어진 일상에서 하루의 희망을 품고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는 삶의 소중함을 본다.  그것은 경제적 위치나 사회적 위치로 평가하는 삶의 기준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평가하는 자신만의 삶의 기준이 된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닫고 바꾸어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거창한 미래를 위한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을 하나둘씩 빈틈없이 메꿔 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삶에 대한 진지함을 발견한다. 자신의 시간에 솔직할 수 있을 때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면서 신나는 음악을 틀어 본다. 소리에 리듬을 맞춰서 흥얼 거려 보기도 한다. 세찬 물줄기는 나의 몸을 씻겨 주고, 음악은 나의 기분을 바꿔준다. 아침에 보았던 이른 새벽을 열어가는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보면서, 내 삶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