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런히 뻗은 아스팔트.
노란색 중앙선이 선명한 그곳을 사람들은 차를 타고 달린다. 때로는 무더운 여름날 뜨거워진 아스팔트길을 따라 걷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신발도 신지 않은채 이글거리는 태양아래 땀흘려 걷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쫓아가도 차를 타고 달리는 사람을 따라 잡을 수 없다. 때론 그 길을 시원한 자동차로 달리는 사람들이 부러워 보일때가 있다. 그러다 주위를 둘러보면 목적지로 가기 위한 지름길이 보인다. 그 길은 차는 다닐수 없는 길. 하지만 사람들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그 길이 최상의 길처럼 보인다. 이제 우리는 차들이 달리는 말끔하게 정리된 아스팔트를 벗어나, 흙과 먼지와 바람이 부는 비포장도로를 향해 달려가는 상처받은 인간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 조용한 남자 ”
하루 8만원의 사납금을 마련하기도 버거운 젊은 택시운전사. 그에게는 혼수상태에 빠진 아버지와, 목숨처럼 사랑하는 한 여인이 있다. 그의 전직은 은행원. 안정된 직장에서 불법대출로 구속된 사람. 그저 위에서 시키는 데로 했을 뿐인데, 현실은 가혹하다. 쏟아지는 생활의 무게. 매일 계속되는 빚의 굴레에 자신도 여인도 지칠데로 지쳤다.
생명보험에 가입하고, 수혜자를 자신의 여자이름으로 변경시킨다음, 여자와 헤어질 것을 요구한다. 자신 때문에 한 여인의 삶이 불행해 지는 것은 죽기보다 싫다. 이제 남은 것은 멋지게 죽는 것.
“ 용감한 남자 ”
“ 자유로운 여자 ”
구석진 모텔. 지나가는 화물차 운전수들이 들러서 잠시 머물러 가는 곳. 남자들의 배설본능 만이 이 여자가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모텔의 어두운 조명아래 찾아 오는 이를 기다리는 젊은 창녀. 네모난 모텔건물 아래 갇혀 지내지만, 이 여자의 영혼은 자유롭고 싶다. 영혼이 희망하는 것은 평범한 일상. 평범한 사람과 평범한 사랑을 나누고 평범한 삶을 꾸려 가는 것. 불어 오는 바람에 마음이 설레지만 끝도 없이 펼쳐진 아스팔트 인생에서 그녀가 머물곳은 없어 보인다.
때론 자유롭게 마음껏 달리고 싶다. 쭉뻗은 아스팔트 같은 인생길을
은행강도, 택시기사,창녀. 이 세사람은 이렇게 비포장 도로로 함께 들어선다. 시작은 달랐지만 비포장 길을 달리는 과정에서 그들의 삶은 어우러 진다. 은행강도의 죽음과 애인의 죽음을 접한 택시기사의 자살. 홀연히 돈가방을 들고 정체없는 길을 떠나는 한 여인. 지름길은 늘 쉽지 않은 법. 삶은 이렇게 규칙적인게 아니고 늘 변화한다.
가끔 달리는 길이 지루할때가 있다. 불어 오는 바람이 더울때도 있다. 잠깐 꾼 꿈속에 펼쳐진 이 달콤한 지름길의 기억. 그리고 깨어나고 난 뒤에 느껴지는 불편한 현실들. 삶은 치열하다. 그래서 이 영화가 주는 인생의 슬픈 꿈도 역시 치열하기만 하다.
오프로드 (off Road)
개봉 2007.08.30
감독 : 한승룡
주연 : 조한철(택시기사 상훈), 백수장(은행강도 철구), 선우선(창녀 지수)
공식사이트: http://cafe.naver.com/spongehouse.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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