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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우리시대 문화

[문학] 길에서 영화를 만나다.- 영화속에서 길을 걷다

by G_Gatsby 2009. 1. 31.

   내가 저자를 처음 만난것은 작년에 티스토리에서 블로깅을 처음 할때였다.
특별한 주제없이 블로깅을 하다보니 내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의 글을 찾는 것은 당연했고, 마음에 드는 블로그는 링크를 통해서 묶어놓았다. 내가 어찌해서 저자의 블로그에 찾아갔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다만 저자의 글을 잃고 곧바로 블로그에 링크를 시켜놓은것은 확실하다.

   시간이 제법 흐른후에, 나는 내 블로그 이웃인 빈상자(http://onlocation.tistory.com)님이 책을 쓴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서점으로 곧바로 달려가 책을 샀지만, 한줄도 읽기 전에 잃어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본의 아니게 두권째 책을 사야 했다.
  

   대단한 독서광은 분명 아니지만, 나이를 먹은 만큼 꽤나 많은 책들을 보았다. 책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
지, TV에 열광하는 시간보다는 조용히 책을 보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하면서 부터는 확연하게 숫자가 줄긴 했다. 하지만 난 여전히 무더운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날 그늘진 곳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솔솔 불어오는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고 싶은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

   내가 저자의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드는 느낌이 바로 이런것이었다. 책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저자가 이야기 하는 문체나 내용들이 내가 꿈꾸던 소박한 일상의 모습 그대로 였다. 그 느낌과 함께 또다른 느낌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너무 이쁘다. 책속의 사진과 구성도 그러하지만, 책이 주는 전체적인 느낌이 너무 이쁘다. 그리고 너무도 편안하다.

평범한 영화광, 길에서 영화를 만나다.

   저자는 평범한 영화광이었다고 한다. 영화를 단지 좋아했을 뿐이지만, 이제 그는 영화에 관한 일을 하고 책을 쓸만큼 전문가가 되었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을수 있는 것은 아마도 행복한 일인지도 모른다.

   책은 영화에 대한 분석이나 스토리를 늘어놓지 않는다. 책 제목 그대로, 평범한 영화광이 그가 걸어가는 삶의 길속에서 영화를 만나면서 느끼고 이해하는 것에 대한 글이다. 그는 아직도 그 길위에서 걸어가고 있다.그래서 그의 책은 현재진행형이다.

   저자가 거주하는 LA 이라는 도시는 미국 영화산업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 한다. 우리가 즐겨 보는 많은 영화들이 그곳을 거쳐서 만들어졌다. 그래서 저자는 그가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영화에 대해서 좀 더 밀착해서 느끼는 경험들을 말해준다. 영화속에 인상깊은 장소에서 부터, 영화의 주요 촬영지가 되었던 곳, 그리고 그 영화가 살아숨쉬는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까지 들려준다.

   하지만, 영화의 명소나 찾아 다니며 이런저런 뒷 이야기를 전해주는 책은 결코 아니다. 그가 수십년 보아왔던 영화속에서 저자가 느끼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흘러 나온다. 그의 이야기에는 평범한 영화광의 순수한 열정과 영화를 공부하면서 느끼는 진지한 고민들이 묻어 있다. 그래서 저자의 사회를 바라보는 철학까지 엿볼수 있다.


   책 속에는 무수히 많은 영화들이 나온다. 아마도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영화가 촬영된 추억의 장소에서 저자가 전해주는 생생한 이야기들에 흥분할 것이다. 그리고 보지 못했던 영화에 대해서는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영화에 대한 느낌을 공유하고자 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느꼈던 감정과 느낌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저자는 머릿말에서, LA라는 공간을 책을 다 보고 나서 잊으라고 말한다. 그것은 영화에 대한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고, 이 책이 LA의 영화산업에 대한 소개글이 아니길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특정한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영화를 들여다 봄으로써 함께 느끼고 공유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가 담겨 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글을 적지 않았다. 단지 그가 가슴에 품고 있는 [시네마 천국]에 대한 글이 마지막 페이지가 된다. 그것은 저자가 길위에서 영화를 만나고 있으며, 아직도 할말들이 무척 많다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책은 진행형으로 끝을 맺는다. 아마도 어디선가 저자의 영화이야기는 지금도 진행중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다음책을 기다리기로 한다.

사진찍기도 수준급인 저자는 작년 11월에 사진집도 내었다. 저자의 블로그(http://blog.cine21.com/lenz)에서 자주 보던 사진과 그에 대한 단상에 관한 글이다. 삶의 풍경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저자의 모습과, 때로는 싱긋 웃음짓게 만드는 저자의 유머스러운 문체도 볼 수 있다.


길에서 영화를 만나다 - 10점
이철승 지음/쿠오레



내가 걷는 길, 영화를 생각하다.


   나도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나를 잘 아는 지인은 나를 보고 "영화를 볼 줄 모르는 놈" 이라고 단정지어 말한다.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람이 감독의 이름도 모르고 주인공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게 말이 되냐는 것이다. 하긴. 고백하지만 나는 영화속 주인공의 이름은 물론이거니와, 영화배우의 이름조차 잘 기억하지 못한다. 영화를 보고 난 바로 직후에도, 주인공의 이름이 가물거릴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나의 IQ 수치나 기억력의 문제이지 영화를 볼줄 아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나는 영화를 나의 느낌과 감정에 기대어 본다. 그래서 영화가 주는 장면과 수치의 기억 보다는 영화 전체가 주는 느낌과 풍경들을 사랑할 뿐이다. 물론 이것은 영화배우의 이름조차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치사한 변명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영화를 사랑하며 즐겨 본다.

[길에서 영화를 만나다]를 통해서 나는 내가 바라보는 영화의 시각이 틀린것은 아니다 라는것을 느꼈다. 영화같은 삶을 살건, 삶을 통해서 영화를 느끼건 간에 형식과 방법이 중요한 것은 아닐것이다.  이 책속에서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영화는 느낌과 감정의 공유가 가장 소중한 것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영화속 풍경을 찾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영화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열정을 볼 수 있으며, 한정된 영화만 보는 사람이라면 영화가 주는 특별한 매력과 의미를 알게 할수 있는 좋은 책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