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간의 선택이 인간의 운명을 바꾸기도 하고,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특별한 감정 때문에 삶이 달라지기도 한다. 영화 [세븐파운즈(Seven Pounds)]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특별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영화는 불의의 사고로 7명의 목숨을 빼앗아 버린 주인공이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어떻게 그것을 보상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중반까지 주인공의 정체가 뭔지에 대해서 고민을 했지만 말이다. 영화가 주는 스토리 보다는, 영화가 던져주는 좀더 깊이 있는 질문들은 한번쯤 살면서 생각해봐야 할것 같다. 그래서 억지스런 감동을 불러 일으키며 사라질것 같은 영화에 아쉬움이 남는다.
매년 그의 영화가 우리 극장가에도 걸리는걸 보면, 그가 기본적인 흥행을 보장하는 것임은 틀림 없다. 요즘에는 너무도 다양하게 변신을 하는 바람에 조금 이미지가 헷갈리지만 말이다.
어디에 갔다놔도 비교적 잘 어울리긴 하지만, 윌 스미스만이 줄 수 있는 느낌은 점점더 사라지는 것같아 아쉽다.
수상한 남자. 사람들 주변을 서성이다.
말끔한 양복을 입고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는 이 남자 좀 수상하다.
세금징수원으로 자신을 소개하지만 세금을 재촉하는 일을 하진 않는 것 같다. 시각장애인인 남자를 전화로 심하게 조롱하고는 터질것 같은 울음을 참는다. 그리고는 알수 없는 사람들의 이름을 큰 소리로 외쳐된다. 이 남자 좀 많이 이상하다. 싸이코패스에 대한 영화던가?
이 남자는 몇명의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한다.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인 중년남자를 유심히 쳐다보고, 골수이식을 받아야 생명을 이어갈수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바라본다. 심장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언제 숨이 멎을지 모르는 여자를 찾아가 호의를 베푼다. 동거남의 학대에 힘들어하는 여성을 도우러 먼곳까지 달려간다. 이 남자 정체가 뭔지 모르겠다.
그가 찾아가는 사람들의 고통을 보며 그는 가슴 아파 한다. 밀려오는 울음을 참으며 도우려고 한다. 언제 어디에서든 그는 그들을 도우려 한다. 그러면서 그는 악몽같은 꿈을 꾸고 식은땀을 흘리며 잠을 잔다. 이 남자 뭔가를 두려워 한다.
영화는 주인공이 바라보는 사람들을 단편적으로 엮어 간다. 그가 바라보는 사람들은 모두 죽음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그것이 바로 오늘일지 내일일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안하고 지켜보는 그도 불안하다. 단순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는 좀 더 다른 무엇이 있다. 이 남자 무슨 사연이 있길래 그러는 것일까.
" 하나님이 인간을 만드는데 7일이 걸렸지만, 난 그것을 파괴하는데 7초가 걸렸다. "
인간이 느끼는 죄의식은 엄청나다.
나로 인해 누군가가 큰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면 우리의 감정은 표현하기 힘든 혼란에 빠진다. 더군다나 나로 인해 누군가가 목숨을 잃었다면 그것은 상상하기 싫은 고통을 안겨다 준다. 물론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말이다. 그래서 혹자는 그 엄청난 죄책감으로 자살을 택하기도 하고, 혹자는 부단히 그것을 잊고 새출발을 하려고 한다. 또 혹자는 그것을 어떻게든 보상하려고 한다.
어릴적 주인공은 아버지와 함께 치명적인 독을 가진 해파리를 본다. 이 치명적인 생명체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의 눈에는 너무도 아름답게 보인다. 푸른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며 화려함을 자랑하는 해파리의 모습에 매료가 된다. 가장 공포스러운 죽음을 안겨다주는 해파리는 너무도 화려하다.
그는 커다란 죄의식을 갖고 있다. 순탄하게만 흘러갔던 그의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생긴다. 좋은대학을 졸업하고 아름다운 아내를 만나고, 근사한 생활을 즐기던 그에게 커다란 사건이 발생한다. 그의 작은 부주의로 7명이 죽게 된다. 그가 사랑하던 아내도 죽는다. 모든게 그의 실수다. 모든것이 바뀌었다.
시간은 되돌릴수 없고, 그의 인생은 공포스럽다. 자신의 실수로 죽어버린 7명의 사람을 생각하면 고통스럽다. 그래서 그는 결심한다. 죽음을 예측하지 않았던 사람 7명을 죽인 댓가로, 죽음을 준비하는 7명의 사람을 살리겠다고 말이다. 그 결심은 그의 죽음을 전제로 시작된다.
그가 가지고 있는 한쪽폐는 한사람을 살린다. 그의 몸속의 간은 또 한사람을 살리고, 그의 골수는 어린 아이에게 생명을 준다. 이제 남은 것은 숨쉬는 심장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다. 언제 심장이 멎을지 모르는 여인에게서 사랑을 느낀다. 뜻하지 않은 사랑을 느끼면서 여인을 살릴수 있는 방법은 바로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는 준비한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독을 가진 해파리. 자신의 죽음은 죄의식에서 벗어나는 길이며, 자신이 죽인 사람만큼 자신이 살리는 것이다.
두려움을 느끼다.
영화는 알수없는 스토리를 후반부로 가면서 빠르게 풀어낸다. 이상해 보이는 그가 커다란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으며, 죽어가는 사람을 바라보던 그가 왜 힘들어 하는가를 말해준다. 더불어 그의 눈에 비춰지는 죽음에 대한 공포도 보여준다. 모든것은 조용하고도 치밀하게 움직여 진다.
누구나 살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가진다. 자신이 어떻게 죽는지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다. 그리고 자신이 편안한 죽음을 맞을수 있도록 기도 한다. 영화는 자신의 실수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에 대한 죄의식과, 자신의 죽음에 대한 공포스러움을 보여준다. 그리고 주인공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독을 가진 해파리를 통해서 죽음을 맞이 한다. 자신의 죄에 대한 가장 무거운 벌이 되었으리라.
앞을 보지 못하던 남자는 이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뛰는 것이 소원이었던 한 여자는 남자의 심장으로 건강을 되찾게 되었다. 이들 모두, 믿기지 않는 한 남자의 과거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남자의 원죄는 그들의 심장과 눈으로 녹아 들어간다.
세븐 파운즈 (Seven Pounds)
감독 : 가브리엘 무치노
출연 : 윌 스미스, 로자리오 도슨, 우디 해럴슨
2008년 미국작
사실 영화의 스토리가 꽤나 충격적이었다. 원죄에 대한 남자의 행동이 그다지 현실적이진 않다. 우리는 지은죄를 은폐하는데 골몰하지, 그것을 보상하려는데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수상쩍은 이야기의 전개는 원죄에 대한 한남자의 치밀한 복수로 반전된다. 남자는 자신의 삶에 대하여 처절한 복수를 완성했다.
꽤나 감동적인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감동적이진 않다. 모든 것이 밝혀졌을때 영화는 멍한 기분을 안겨준다. 하지만, 죄의식에 대한 자기파멸의 또다른 모습에서 접근한다면 이 남자의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자신이 지은죄에 대한 자신의 처절한 복수. 그것은 두렵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감동적이기도 하다. 윌 스미스가 [행복을 찾아서]에서 보여주던 글썽이던 눈물연기가 이 영화에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보기전엔 보고 싶고, 보고나면 서운하기도 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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