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우리시대 문화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 - 희망의 노래를 부르다.

by G_Gatsby 2009. 12. 10.


한때는 고난을 이겨내고 시대의 영웅이 된 사람들의 전기나 일기를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강한 의지를 가진 시대의 영웅들은 배고픈 가난의 고통도, 주변의 차가운 시선도, 불평등의 서글픈 무게도 이겨내고 으뜸이 되었다. 영웅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강렬했다. 그 강렬함 속에 인생은 스스로 쟁취해 나가는 것이라며  알수 없는 자신감을 얻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시대의 영웅을 이야기한 책을 잘 읽지 않게 되었다.
아마도 그들이 말하는 강렬한 인생은 선택 받은 자의 특권이거나, 너무도 멀어서 도저히 다가갈수 없는 거대한 절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자는 패배주의에 젖은 인생이 아니냐고 묻기도 하고, 혹자는 인생을 너무 비관적이고 비판적으로 사는게 아니냐고 묻기도 하지만, 적절히 현실과 타협 하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아는 나이가 된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실패한 혁명가의 사라져버린 열정에 관한 책이나, 시대를 앞서 살다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 월리엄 캄쾀바의 에세이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도 그러한 류의 책이 아닐까 싶다.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윌리엄 캄쾀바 (서해문집, 2009년)
상세보기
* 본 도서는 Daum책과 TISTORY가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옥수수 소년의 현실

소년이 태어난 곳은 물과 나무가 부족한 전형적인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의 삶처럼, 소년도 어릴 때부터 굶주림과 질병에 익숙해져 가난한 삶을 살아간다. 하늘에서 비를 내려주면 옥수수를 키워 배불리 먹을수 있고, 비가 오지 않는 해가 되면 흉년이 들어 기근과 질병에 굶어 죽어 간다. 소년은 자신의 아버지의 삶처럼 옥수수에 자신의 인생을 걸어야 하는 운명이었다.

독재자가 정권을 잡은 이후 그들의 운명은 더욱더 가혹한 것이 되었는데, 그 독재자가 선거를 치루면서 했던 거짓말을 비웃는 소년의 어투는 꽤 진지하다. 오해의 정부 출범이후 우리의 느끼는 심정이나 별반 다를게 없는 것 같다. 아무튼 10대 소년의 눈을 통해서 대기근을 겪는 아프리카 주민의 참혹한 현실도 그려진다.

흉년이 들면 옥수수 가격은 올라간다. 그로 인해서 가난한 사람부터 죽음이 시작되고 친구와 이웃들이 목숨을 잃는다. 소년이 기르던 강아지도 굶어 죽어간다. 파리가 몸을 뒤덮은채 숨만 허덕이고 있는 강아지의 모습은 고통 스러워 보인다. 소년은 죽음을 보면서 어른이 되었고, 소년은 강아지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서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했다.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 에는 주인공 자신이 겪었던 참혹한 현실을 말하고 있다. 죽음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고, 결코 빠져나갈 구멍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어디에도 희망을 말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죽음의 그림자가 비켜가길, 그리고 다음번 죽음이 자신이 아니길 신에게 비는 방법 밖에는 없다.

바람을 길들인 소년 - 희망을 품고 운명을 바꾸다.

절망적이던 현실에서도 소년은 남들과 다른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쉽게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현실을 개선하려고 하는 의지였다. 배움에 대한 열정,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선해 나가게 되는 강한 동기가 되었다.

돈이 없어서 학교를 중퇴한 소년은 아버지의 농사일을 돕기 위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된다. 옥수수를 많이 수확하기 위해서는 우기에만 내리는 물을 활용하는 방법이 필요했고 이러한 현실적인 고민은 그에게 풍차를 만들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며 전기를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했고, 주변의 폐자재를 이용하여 마침내 전기를 생산 할수 있었다. 비록 작은양이었지만 그의 이야기는 주변에 퍼져나갔고 마침내 국제구호단체에게 까지 알려졌다. 그 이후, 소년의 인생은 해피엔딩이 되었다.

이 책을 쓴 소년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있는 아프리카 리더십 아카데미의 1기 학생이 되었고, 지금 이순간에도 아프리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희망만이 검은 대륙의 미래를 바꿀수 있다는 것을 굳게 믿고 스스로 그것을 실천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국제 구호단체나 아프리카주민들을 돕기 위한 여러 자선단체들이 많이 있다. 그러한 단체들이 소개하는 절망적인 삶의 모습들은 익히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여러 구호단체나 종교단체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기 위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소년의 이야기는 그러한 단체들의 도움으로 배움의 기회를 얻은 소년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의 개선된 삶을 위하여 노력한다는 이야기다. 소설이 아니기에 감동을 안겨준다.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제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어찌보면 운이 좋은 소년일지도 모르지만, 소년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것도 소년 스스로가 만든 것이다. 그리고 소년의 이야기는 남의 도움만 받기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삶의 모습이 아니라, 스스로 희망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이면에 묻어 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싶지만, 여기쯤에서 그만두어야 할 것 같다. 희망을 말하는 소년의 이야기에만 찬사를 보내고 싶다. 조금 더 인내심이 필요한 우리 아이들에게 한번쯤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