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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단상(段想)

생각하는 돼지.

by G_Gatsby 2010. 5. 18.

선거철이 왔나 보다.

길을 걷다 보면 높으신 양반들이 허리를 굽신 거리며 인사를 한다.
얼굴에는 친숙한 미소를 잊지 않는다.
오늘도 처음 보는 아저씨가 손을 건내며 말을 건다.

" 구청장이 되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

그러면서 손을 꼭 잡고 명함을 건내준다. 명함을 받으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감출수 없다.
나는 여기에 살고 있지만 이곳 구청장을 뽐을 투표권을 갖고 있지 않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이번에는 웬 할아버지가 명함을 건낸다.

" 힘 있는 구청장이 되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미소와 금이빨을 보이며 내게 웃어준다.

이렇게 돌다보니 주머니 명함이 제법 쌓인다.
명함을 꺼내어 한줄로 늘어놓고 하나둘 관상을 살펴본다.
하나 같이 세련되고 멋진 미소를 가졌다.
우리시대를 대표할만큼 나이도 먹었고, 우리의 아픔을 보듬어줄만큼 여유도 있어 보인다.

언제나 선거철이 되면 그들은 늘 상냥하고 자상한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고 나면 우리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 되었다.


" 그들의 진화 프로세서 "


우리의 고단한 역사를 돌아 보면, 권력을 가진자들은 말장난에 능했다.
사악한 욕심을 감추고 상냥한 미소를 던지는 둔갑술에 능했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 힘쓰겠다는 거짓말에 능했다. 서민과 함께 하겠다는 위장술에 능했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걱정하던 파란눈의 교수는 우리들의 모습을 "생각하는 돼지"에 비유했다. 더불어 발전하는 세상을 꿈꾸고, 보다 높은 가치를 위하여 생각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배를 불릴수 있는 포만감에 집중하는 그런 돼지 말이다. 돼지는 먹을 것 이외에는 결코 관심을 갖지 않는다.


"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포만감 "

정치라는 것이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행위임을 생각해 보면, 우리가 요구하는 정치의 구호가 물질적인 발전에만 국한 된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래서 권력은 생각하는 돼지를 사육하기 바쁘고 생각과 토론의 기회를 없애 버리고 하나의 논리만을 진리라고 믿게 한다.  그리고 가진자가 베푼다는 근거 없는 믿음종교적 믿음에 가까운 반공논리가 우리를 세뇌시킨다.

타인의 눈으로 바라본 우리의 민주주의 사회는 아직도 기득권의 현란한 구호와 달콤한 공약이 먹히는 사회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최근 몇년간 우리의 모습은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

심란한 마음에 한바퀴 돌아 다시 제자리에 섰다.
명함을 돌리던 할아버지가 다시 반갑게 나의 손을 잡는다.

" 부자동네로 만들겠습니다. 밀어주세요 "

돌고 돌아 다시오니 제자리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꿈도 이러한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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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2

  • Favicon of https://befreepark.tistory.com BlogIcon 비프리박 2010.05.19 00:13 신고

    그들의 진화 프로세스가 참 거시기 하군요. 정곡을 찌른다 해야 하나.
    제발 아파트값 같은 걸로 누군가를 찍어주고 그러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결국 아파트값은 올리지도 못했고
    모두 아파트값이 오르면 결국 안 오른 거랑 같고
    아파트값이 오르면 없는 서민들의 내집마련 장벽만 높아집니다.
    작년에 가신 그분의 말처럼 '추구할만한 높은 가치'가
    선거의 쟁점이 될 수는 엇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런 가치를 위해 투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요.
    답글

    • Favicon of https://akdong2k.tistory.com BlogIcon G_Gatsby 2010.05.19 22:19 신고

      지난 국개의원 선거때 뉴타운 열풍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선거의 이슈는 함께 잘 살도록 노력해보자가 아니라 내가 잘 살게 해주겠다는 구호가 더 많은것 같습니다. 요즘 공약도 그리 달라보이진 않더군요. 할아버지의 금이빨이 아직도 생각나네요.

  • Favicon of http://reignman.tistory.com BlogIcon Reignman 2010.05.19 10:40

    일관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부류들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긴 하죠.
    저는 투표를 안할 것 같아 보이는지 명함도 잘 안주더군요. ㅋㅋ
    투표권을 얻고 지난 대선을 제외하고는 모든 투표에 참여한 나를 몰라보고... ㅜㅜ
    답글

    • Favicon of https://akdong2k.tistory.com BlogIcon G_Gatsby 2010.05.19 22:20 신고

      많이 배우고 존경 받던 사람들이 그 쪽 세계에 발을 들여 놓으면 이상하게 변하긴 하더군요. 정치적 신념이라는게 원래 추상적이긴 하지만, 과정에서 하나하나 보이는 무언가를 내놓는것이 정치인일텐데 말이죠. 미남에게는 명함을 안주나 봅니다.ㅎㅎ

  • Favicon of http://garimtos.tistory.com/ BlogIcon 가림토 2010.05.19 20:59

    이번 포스팅의 파란색은 긍정이네요.
    생각하는 돼지에게 일침을 했으니까요.
    전 그 파란눈 아저씨 책은 못 읽어 봤지만
    말씀하신 '생각하는 돼지'의 비유 운운은
    제가 요새 생각하는 생각의 방향타에 정조준되어 있습니다.

    요는
    시혜의식과 적의창출, 그리고 속물근성에 기댄 공약(空約)이란 말씀이시죠.
    생각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감사합니다. ^^
    답글

    • Favicon of https://akdong2k.tistory.com BlogIcon G_Gatsby 2010.05.19 22:22 신고

      오늘도 파란색 눈을 가진 아이를 봤습니다. 한국인이지만 한국인처럼 대우 받지 못하는 그런 아이 말이죠. 생각하는 돼지들이 많아 지면 우리 사회도 더이상의 발전은 없다고 보네요. 노예근성과 천민사상..뭐 이런것과도 연계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 나오는 영화에도 그런게 있더군요.

      아름다운 녹색을 피우지 못하고..
      아름다운 식성의 포만감도 주지 못한채..
      봄 장마에 세상을 떠난 상추들을 생각하니 목이 메이네요.

    • Favicon of http://garimtos.tistory.com/ BlogIcon 가림토 2010.05.19 23:26

      아, 오해가 있을까봐 덧붙입니다

      상추 녀석들 비명횡사한 거 아닙니다.
      다만 비료를 주지 않아서 생각보다 잘 자라지 않습니다.
      상추, 꽃상추, 깻잎, 치커리, 겨자채, 고추를 심었는데 상추 녀석들이 그 중 좀 낫습니다.
      그래서 내일은 상추 모종을 더 사와
      상추 녀석들만 집중적으로 키울 작정이랍니다.
      음하하하하하.

      + 겨자채 하나는 끝내 세상을 하직했구요.
      치커리 하나도 간당간당 하긴 합니다만.. 긁적긁적..

    • Favicon of https://akdong2k.tistory.com BlogIcon G_Gatsby 2010.05.19 23:51 신고

      아 그렇군요.
      오해의 정부에 살다 보니 이런 저런 오해를 많이 하게 되는군요.
      그래서인지 요즘 농심의 주가가 좋지 못하군요.
      아무튼 재배를 열심히 하셔서 부농이 되셔야 하는데 말이죠.
      포식과 포만.
      상추가 주는 가벼운 졸음.
      깻잎과 함께 먹는 따뜻한 밥 한술.
      고추에 찍어 먹는 알싸한 맛.
      대봉산의 대봉이..

      농사를 잘 지으시나 봅니다.
      벌써 부터 풍년입니다.^^

  • Daisy 2010.05.20 00:28

    "그들의 진화 프로세서"에 해당되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죠.
    이 험한 세상에 잘 적응해서, 잘 사는 부류라고 봐야 하는 건지 의문스러울 때가 참 많더군요.
    늘 한결같기가 힘들겠지만, 그러기 위해서 노력은 해봐야겠죠.ㅎㅎ
    답글

    • Favicon of https://akdong2k.tistory.com BlogIcon G_Gatsby 2010.05.21 02:24 신고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가 정말 배만 부르기 위한 삶을 사는건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 봅니다.^^

  • Favicon of http://zihuatanejo.kr BlogIcon 지후아타네호 2010.05.23 00:23

    와우, 척척 와닿는 글입니다.
    생각하는 돼지, 딱이군요.
    언제쯤이면 돼지 아닌 정치인을 맞이할 수 있을지...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