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왔나 보다.
길을 걷다 보면 높으신 양반들이 허리를 굽신 거리며 인사를 한다.
얼굴에는 친숙한 미소를 잊지 않는다.
오늘도 처음 보는 아저씨가 손을 건내며 말을 건다.
" 구청장이 되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
그러면서 손을 꼭 잡고 명함을 건내준다. 명함을 받으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감출수 없다.
나는 여기에 살고 있지만 이곳 구청장을 뽐을 투표권을 갖고 있지 않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이번에는 웬 할아버지가 명함을 건낸다.
" 힘 있는 구청장이 되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미소와 금이빨을 보이며 내게 웃어준다.
이렇게 돌다보니 주머니 명함이 제법 쌓인다.
명함을 꺼내어 한줄로 늘어놓고 하나둘 관상을 살펴본다.
하나 같이 세련되고 멋진 미소를 가졌다.
우리시대를 대표할만큼 나이도 먹었고, 우리의 아픔을 보듬어줄만큼 여유도 있어 보인다.
언제나 선거철이 되면 그들은 늘 상냥하고 자상한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고 나면 우리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 되었다.
" 그들의 진화 프로세서 "
우리의 고단한 역사를 돌아 보면, 권력을 가진자들은 말장난에 능했다.
사악한 욕심을 감추고 상냥한 미소를 던지는 둔갑술에 능했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 힘쓰겠다는 거짓말에 능했다. 서민과 함께 하겠다는 위장술에 능했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걱정하던 파란눈의 교수는 우리들의 모습을 "생각하는 돼지"에 비유했다. 더불어 발전하는 세상을 꿈꾸고, 보다 높은 가치를 위하여 생각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배를 불릴수 있는 포만감에 집중하는 그런 돼지 말이다. 돼지는 먹을 것 이외에는 결코 관심을 갖지 않는다.
"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포만감 "
정치라는 것이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행위임을 생각해 보면, 우리가 요구하는 정치의 구호가 물질적인 발전에만 국한 된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래서 권력은 생각하는 돼지를 사육하기 바쁘고 생각과 토론의 기회를 없애 버리고 하나의 논리만을 진리라고 믿게 한다. 그리고 가진자가 베푼다는 근거 없는 믿음과 종교적 믿음에 가까운 반공논리가 우리를 세뇌시킨다.
타인의 눈으로 바라본 우리의 민주주의 사회는 아직도 기득권의 현란한 구호와 달콤한 공약이 먹히는 사회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최근 몇년간 우리의 모습은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
심란한 마음에 한바퀴 돌아 다시 제자리에 섰다.
명함을 돌리던 할아버지가 다시 반갑게 나의 손을 잡는다.
" 부자동네로 만들겠습니다. 밀어주세요 "
돌고 돌아 다시오니 제자리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꿈도 이러한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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