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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본후.

내 깡패 같은 애인 - 부족한 2%를 찾아서

by G_Gatsby 2010. 6. 30.

아마도 내가 본 한국 영화중에 가장 많이 본 주인공을 찾으라면 배우 '박중훈'이 될것이다.
어릴적 청춘영화에서 부터 몇해전 '라디오스타' 까지 꾸준히 그의 연기를 봤다. 좋아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배우 박중훈은 우리 영화에서 빼놓을수 없는 인물임은 분명하다. 물론 나는 그의 연기를 좋아한다.

'내 깡패같은 애인' 은 저예산 영화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영화속 살림살이들은 궁상맞다. 박중훈은 추리링 차림의 단벌신사이고 여배우인 정유미도 단벌숙녀에 가깝다. 영화속에서 재미를 찾자면 아쉬운점이 있지만 영화가 주는 의미가 나쁘진 않다. 2% 부족한 영화이지만 부족한 나머지것들은 김광식 감독의 다음 영화에서 찾아야할것 같다.



# 2% 부족한 남자

깡패같은 한 남자가 있다.
'가오' 있게 멋진 차를 타고, 까만색 정장을 입고 내리면 까만색 정장을 입은 사람들의 90도 인사를 받는 그런 영화속 깡패가 아니다. 반지하에 월세를 살면서 가끔은 전단지 붙이는 소일거리도 하면서 맨날 추리링만 입고 다니는 그런 깡패다.




그렇다고 싸움질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욱하는 성질은 있지만 까불다가 얻어 터지기 일쑤인 그런 깡패다. 하지만 깡패로써의 '가오'와 자존심은 살아 있다. 깡패의 인생을 잘풀인 인생과 꼬인 인생으로 나눈다면, 심하게 꼬여서 앞이 보이지 않는 그런 인생이다. 한마디로 2% 부족한 깡패다.

남자는 교육방송을 보면서 자신이 공부하지 못했던 과거를 반성한다. 그러면서 새롭게 깡패 생활을 시작하는 후배에게 안쓰러움을 느끼는 인간적인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그의 호칭은 변하지 않는다. 밑바닥에서 뒹구는 이름없는 깡패일 뿐이다.

# 2% 부족한 여자

입사한지 3개월 만에 실직한 여자가 있다.
사회 생활이라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지방 대학을 나오고 어렵게 입사한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여자가 꿈꾸던 세상은 망가지기 시작한다. 시골에 있는 부모님께 손을 벌릴수는 없는 법. 여자는 반지하 방으로 이사를 하면서 인생에 찾아온 위기를 스스로 헤쳐나가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취업이라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 보다 더 어렵다. 신경질나고 배고픈 생활의 연속이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도전해 보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학벌과 인맥이 없는 여자가 겪어야 하는 타향살이는 생각보다 고달프다. 한마디로 여자의 인생은 무언가 2% 부족해 보인다. 더군다나 옆집에 사는 깡패같은 남자의 행동도 밥맛이다.


여자는 현실의 벽을 쉽게 허물지 못한다. 세상에는 노력해도 안되는 일이 너무도 많다. 내가 많이 모자란 인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상은 아무런 죄도 없는 여자를 능력없는 백수로 만들어 버렸다.

깡패같은 남자와 옆집 여자 사이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서로를 보듬어 줄 형편이 되지 않는 무언가 2% 부족해 보이던 그들에게 과연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날수 있을까. 남자의 생활도 여자의 생활도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어울리고 싶지 않았던 두 사람은 일상의 소소한 일과 함께 서로의 대화를 나누게 된다.

# 2% 부족한 영화

영화는 부족한 남자와 부족한 여자의 생활을 보면서 희망을 찾아 본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이라도 그들이 나누는 에피소드들은 결코 어둡지 않다. 부족한 것이 불행한 것은 아니다. 여러 사건들을 통해서 그들은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가게 된다. 우아하지 않은 백조와 깡패같은 남자의 풋풋한 사랑이 이어진다.

아쉽게도 영화의 에피소드들이 자연스럽지는 않다.
뻔한 에피소드와 뻔한 스토리의 전개가 이어진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은 지루하지 않다. 나쁜 남자는 나쁜 남자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현실에 힘들어 하는 여자는 현실에 안주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끈임없이 움직이며 자신의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영화가 주는 부족한 2%가 치명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 들어는 봤는가, 라면 먹으면서도 눈이 맞을수 있다는 이야기를"

깡패같은 남자의 밑바닥 인생과, 갈곳이 없어 방황하는 여자의 모습이 결코 낯설지 않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영화속 주인공들의 모습이 리얼하고 진지해 보인다.

영화속에서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는가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사람으로써 느끼는 외로움을 보듬어 주고 지켜봐주는 사랑의 힘을 이미 느꼈다. 그래서 그들이 보여준 헤피엔딩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될수 밖에 없다.

청춘스타에서 이웃집 아저씨로 변화한 박중훈의 모습과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준 정유미의 연기가 나쁘지 않다. 그리고 아쉬운 에피소드들을 사랑이 익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보여준 영화도 나쁘지 않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서 대단한 사랑의 위대함을 느끼는게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우리의 모습을 반추해 보기 때문이다.


내 깡패 같은 애인
감독 김광식 (2010 / 한국)
출연 박중훈,정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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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인상깊은 장면이 있다.
면접을 보는 여자를 위해서 비오는 내리막길에 슬리퍼를 신고 달려가던 츄리링 입은 깡패가 미끌어져 잠시 뇌진탕에 걸리는 장면이다. 우리는 경사진 내리막길을 달릴때 슬리퍼를 신어서는 안된다는 평범한 교훈을 얻었다. 마음이 바쁘다고 무작정 뛰어 다니다가는 '가오' 안나오는 깡패의 모습이 되기 십상이다.
 
일상의 지루함이 괴롭힐때 이러한 교훈을 생각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면 좋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