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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본후.

김씨 표류기 - 희망의 신호를 보다.

by G_Gatsby 2009. 9. 29.

영화를 안본지 꽤 되었다는 생각(한 100만년쯤?)에 별다른 생각없이 꺼내든 영화 김씨표류기.
개봉할 당시에 그저 그런 코메디물이라고만 생각을 해서 애써 보지 않은 영화였다.

시원한 배우 정재영과 매력적인 여자 정려원이 만든 영화였지만, 10년만에 한번씩 찾아오는 영화의 권태로움에 취해있을때라서 과감하게 포기해버린 영화이기도 하다.이영화를 이해준 감독이 만들었다는것도 최근에야 알게되었다.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지만 생각보다 재미있는 영화였다.
배우들의 연기도 그러했고, 이야기의 설정도 참신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코메디의 단골인 조폭이 나오지 않아서 더 좋았다. 수년간 조폭들이 주름잡던 코메디영화는 정말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표류기
감독 이해준 (2009 / 한국)
출연 정재영, 정려원, 박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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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가벼운 웃음을 전해주는 코메디물 같지만, 영화의 설정과 장면들은 그것을 뛰어넘는 무언가의 느낌도 함께 전해준다.

"섬에 갇힌 남자"

한 남자가 한강에서 투신을 결심한다.
대출이자를 확인하고 자신의 미래를 잠시 생각해 보니 도저히 살아갈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하는일마다 잘 되질 않는다. 직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애인은 변심을 강행했다. 돈은 없고 카드는 하나둘씩 정지 되어 간다. 이렇게 살아서 무엇을 하겠는가. 눈 딱감고 뛰어 내리자. 어짜피 수영도 못하니 이것보다 더 확실한 자살방법은 없다. 다시 눈을 뜨면 그곳이 곧 극락이리라. 이 남자의 주먹에 힘이 들어가고 한강으로 뛰어 내린다.



재수없는 놈은 잘 죽지도 않는다.
눈을 떠보니 극락은 커녕 쓰레기 더미와 함께 강변에 밀려와 있다. 이 얼마나 모진인생이던가.
남자는 정신을 차리고 63빌딩을 쳐다본다. 저곳에서는 확실히 죽을수 있으리라. 남자는 자기가 날지 못하기 때문에 확실히 죽을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리고 63빌딩을 향해 가고자 한다.

하지만 남자는 그곳에 갈수가 없다. 그가 떠내려온 곳은 육지로 이어지는 길이 없다. 아무도 살지 않는곳. 도심속에 갇혀있는 밤섬에 갇힌 것이다. 정말 갑갑한 인생이다. 이남자 갑자기 살고 싶은 마음이 밀려온다. 그는 강변 모래사장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애를 쓴다.

---  HELP ---

하지만 아무도 그의 모습에 관심을 갇지 않는다. 바라보는 풍경은 수많은 빌딩들이 아름답게 늘어져 있는 도심의 모습이다. . 남자는 그 곳에 완벽하게 갇혀버렸다.

"섬에 사는 여자"

이 남자를 몰래 지켜보는 여자가 있다.
수년동안 방밖을 나가지 않는 여자. 자신의 얼굴에 있는 흉이 무서워 사람을 모두 피하는 여자. 그녀는 자신만의 작은 공간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규칙적으로 지켜왔다. 컴퓨터 속의 세상만으로 만들어갈수 있다. 어느 누구도 온라인에서는 그녀의 얼굴에 있는 흉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녀는 사람들을 피해 자신만의 섬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망원렌즈 앞에 외계생물체가 포착되었다.
이상한 복장을 하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변태다. 도심속의 외딴섬에 인간이 살고 있을리가 없다. 이 남자는 분명히 외계생명체임에 분명하다. 이 여자, 호기심이 발동한다.

" 소통과 외로움"

영화는 남자와 여자가 가지고 있는 서로다른 공간을 '섬'이라는 외로운 곳으로 표현했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비유한 것이 아닐까 싶다. 수많은 사람들속에 느끼는 외로움. 그리고 그속에서 더 깊이 파고들어 자신만의 공간으로 도피하면서 느끼는 외로움. 그것은 남자와 여자가 가지고 있는 공간의 또다른 모습일 것이다.

가벼운 웃음을 던져주는 영화이지만, 영화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어쩌면 발전하는 문명과 함께 서서히 후퇴하는 인간과 인간과의 감정적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영화를 통해서 느껴진다. 무언가 꼬집어 말할수는 없지만 관객이 주인공과 느끼는 공통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영화는 섬에 갇히 남자와 섬에 사는 여자가 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방법들이 나온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간의 소통을 통해서 희망을 이야기한다. 

물론 남자의 희망이 짜장면을 먹는다는 웃긴 설정이긴 하지만, 남자의 삶을 통해서 스스로 포기하려고 했던 자살과 절망을 극복하게 만들어 준다. 여자 역시 남자의 삶을 지켜보며 자신의 갇힌 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한다. 이렇게 영화는 절망적 상황에 놓여있는 남자와 여자의 공간을 희망으로 바꾸어 나간다.

짜장면을 먹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정재영의 모습은 많이 우습다. 약간은 멍청해 보이는 그의 시선과 행동은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그리고 그가 보여준 노출연기.. 설사를 하면서 꽃을 따먹으며 우는 장면은 배설과 질긴 생명력을 함께 보여주는 최고의 장면이다.(혹여 따라하는분이 있으면 곤란하겠다)



아무튼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그들은 고립된 공간에서 극적으로 탈출하게 되고 서로를 만나게 된다. 서로가 갇혀있던 절망의 섬에서 탈출을 했다. 얼굴도 모르던 그들은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게 된다. 서로의 손을 마주잡는 순간 남자와 여자는 고립된 공간을 벗어난다. 그리고 서로간의 사랑으로 이어지게 된다.



연기잘하는 배우 정재영의 모습을 이 영화에서도 볼수 있다. 눈큰 사람이 웃긴 연기를 하면 더 재미있다. 정려원의 알듯말듯한 매력도 볼수 있다. 웃고 사라지는 영화가 아니라 조금더 긴 여운을 만끽할수 있는 영화다. 고된 생활에 찌들어 갈때 한번쯤 웃으며 볼수 있는 영화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