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이 넘도록 긴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옷을 입은채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일에 대한 긴장감이 풀린대다 열시간이 넘는 운전에 지쳐서 그랬는지 잠을 깨니 벌써 일요일 아침이었다.
이대론 도저히 살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큰맘 먹고 대형 롤스크린을 사고 프로젝션를 사는
사치를 부렸고, 홈시어터를 연결해서 방 하나를 모두 나만의 영화관으로 만들어 버렸다.
치킨과 맥주가 배달되었고, 첫 상영작으로 무엇을 할까 하는 심각한 고민끝에
선택한 영화는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이었다.
옆집이 뭐라 하건 말건 스피커를 크게 틀어놓고 푹신한 의자에 누워 영화를 보았다.
남자를 좋아하는 간다프를 보면서 환호했고 리즈 테일러의 미모에 흠뻑 젖어 들었다.
진정한 희생은 무엇이며, 용기란 무엇이던가. 그리고 믿음이란 도대체 무엇이던가.
치킨이 모두 제모습을 감출 무렵, 영화는 끝이 났고, 긴 판타지 세상에서 돌아와 커텐을 열어 보니
벌써 어둑한 밤이 되어 있었다.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에서의 탈출.
어쩌면 오랜 긴장감에서 벗어나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니었을지.
나른하게 잠든 그날 밤,
꿈속에서 나는 어김없이 호빗마을의 전사가 되었고 브레이크 없는 하얀 백마를 타고 날아 다녔다.
그리고 어김없이 흘러 나오는 음악.
일에 지쳐 쓰러질것 같은 시간이 되면, 돈도 일도 필요없는 그러한 판타스틱한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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