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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단상(段想)

투표를 하고.....잠못드는밤 비는 내리고

by G_Gatsby 2008. 4. 9.

오전 11시가 넘겨서 투표소로 향한다.  지난 총선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비가 와서 그런지 어제까지 떠들던 선거유세가 없어서 그런지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다.
이웃에 살지만 한번도 본적이 없는듯한 낯선 사람들 몇몇이 투표를 하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대다수다.
투표를 마치고 잠시 내리는 비를 피해 맞은편 슈퍼마켓 처마밑에서 담배를 피워 문다.
투표를 마치고 잠시 서있는 동안에도 젊은 사람들은 커녕 내 또래 사람들의 모습조차 찾기가 어렵다.
투표율 최저 기록달성과 함께, 뻔한 결과를 안주삼아 오늘밤에는 소주 한잔 해야 할듯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권력에 길들여진 아버지 세대"

어제 저녁 생신을 맞으신 작은 아버님댁에 인사를 갔었다.
환갑을 바라보시는 그분의 주름살은 만큼, 인생의 곡절도 크셨던 분이다.
식사후 자연스럽게 정치이야기를 안주삼아 약주를 드신다.
흡사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사설과 기사를 그대로 듣는듯 하다. 대운하 반대론자들을 비판하고, 진보세력을 빨갱이로 규정하며, 이명박의 경찰서 호통개그를 자랑스러워 하신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밉지만 한나라당 밖에 없다며 은근히 나에게도 투표성향을 권유하신다.

적어도 반공이념과 정부권력에 억압당하며 평생을 살아오신 작은 아버지에게는 참여정치와 권위의식의 약화는 견디기 힘든 굴욕일지 모른다. 스스로 정치권력과 일반국민이라는 계급적 경계선을 그어 놓고, 정치가 이 사회를 이끌어 주기만을 바란다. 그래서 박정희의 독재권력을 카리스마와 영웅으로 표현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내가 판단해서 참여 하는 정치가 아닌, 정치권력의 성향에 따라서 이끌려 가는 우리 아버지 세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무관심과 투덜거림 ,우리 세대"

우린 아버지 세대를 탓해서는 안된다. 그들의 고된 삶속에 권위와 권력의 이미지는 우리가 보는 시대의 것과는 충분히 다른 것이었다. 우리는 스스로 정치참여를 거부하면서 시대만 탓하는 못난 젊은 세대들을 비난 해야 한다. 요즘 세대는 국민이 주권자이며, 절대권력도 국민의 손에 의해서 물러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우리 세대들을 비난 해야 한다.
우리 시대 아이들을 경쟁과 부의 논리에 더 깊이 몰아 넣는 우리 세대를 비난해야 한다.
스스로의 권리를 무관심으로 포장해 버리는 기회주의자이면서, 은밀하게 숨어 비난만 해대는 우리 세대를 비난해야 한다.

특정 언론의 정치적 기사를 무조건 자기것으로 만들어 가고, 그외의 정보를 전달받을 수 없는 순박한 아버지 세대들과 참여하지 않는 비겁한 우리 세대들을 안타까워 하면서 오늘 소주 한잔 마셔야 겠다.
일기예보는 내 마음처럼, 잠 못드는 밤 비는 내린다고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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