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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단상(段想)

시골의사 박경철의 광우병에 대한 생각

by G_Gatsby 2008.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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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blog.naver.com/donodonsu/
시골의사 박경철의 블로그


사회 각계 각층에서 전문적인 의견을 내놓는 것은 광우병 논란을 판단하는데 좋은 자료가 될듯 하다. 평소 정당논리에 상관없이 날카롭게 핵심을 찌르는 시골의사 박경철의 광우병에 대한  생각이다.

아래 본문

필자가 의대 본과를 다닐 때, 병리학 교과서에는 CJD 라는 아주 희귀한 병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었다.

지금 기억을 더듬어보면 '전세계적으로 드물게 발병하기는 하지만, 주로 파푸아뉴기니의 일부 원주민들에게 치매,무도병,소뇌위축증등을 합한 듯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부검을 하면 뇌가 해면체처럼 변해있더라'는 것이다. 당시 병리학 교과서는 인간이 동종단백질을 섭취하면 변이 단백질이 발생하여 뇌를 파괴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일단 당시 그 지역에 남아있던 식인풍습을 원인중의 하나로 지목했었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그후로 현재의 ‘광우병’에 이르기까지 이 부분에 대한 연구는 크게 진전되지 않았다.

이유는 긴 잠복기로 인해 임상실험이 불가능했고, 전 인구에 비하면 유병율이 별로 높지 않아서 역학조사에도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인데, 정작 더 큰 이유는 어차피 연구를 할 필요가 크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당시 의학자들이 이 병이 식인풍습이 없는 문명사회에서 다른 형태로 문제가 될 것 이라고는 그야말로 상상도 하지 않았던 탓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필자 세대의 의사들에게는 다른병에 비해 광우병에 대한 정보가 별로 많지 않다.

즉 이론적으로 병태생리가 이해는 가지만, 신뢰할 만한 임상실험이나 조기진단이나 치료에 대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설령 잠복기 상태에 있는 환자가 증상 발현 초기에 필자의 진료실을 찾아 왔다고 하더라도, 필자가 그 환자를 위해 그것을 진단, 치료하는데 어떤 도움도 줄 수가 없는 것이다.

필자가 걱정스러운 것은 바로 그점이다.

1957년 탈리도마이드라는 약이 발매 되었다. 동물실험에서 안정성이 인정된 몇 안되는 신경안정제였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꿈의 약물이었다. 너무 안전해서 임산부들도 안심하고 사용 할 수 있다는 이 신경안정제는 특히 구토나 입덧으로 고생하는 임산부들에게는 복음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비극이 시작된 것은 5년이 지난 다음이었다.

어느해부터 팔다리가 없는 아이들의 출산율이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전 세계적으로 오십만에 가까운 기형아가 태어난 것이다. 이 약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한 의사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최종적으로 이 약이 원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다음에도, 일본에는 그 사실을 통보하지 않아 유럽에서는 판매금지가 된 약이 일본에서는 산모들이 그 약을 계속 복용하는 비 윤리적 상황이 계속되기도 했다..

또 얼마전에는 '바이옥스'라는 유명한 소염진통제가 전면적으로 판금되면서 머크라는 초대형 다국적 제약사가 휘청거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약은 다른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가 가진 복용의 불편함 ( 이약은 하루에 한번만 복용하면 된다), 부작용 (위괘양,천식등)을 극복한 꿈의 약물로 우리나라에서도 대량으로 처방되었다. 그러나 결국 이 약이 협심증과, 심방세동, 또 그로인한 뇌출혈등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FDA 로부터 판금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뇌출혈로 쓰러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또 최근에는 소아에게 쓰이는 항 히스타민등이 돌발사를 초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아에게 항 히스타민제가 포함된 약이 전면 금지되었다. 물론 그 사이에 돌발사한 아이중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이 약 때문에 꽃같은 생명을 잃었는지는 역시 아무도 모른다.

이렇듯 의학은 불완전하다.

새로운 병에 대하여 역학조사로 병인을 이해하고, 병태 생리가 확립되고, 병리적 특성이 확인되고, 치료에 이르는 과정은 지난하다. 그래서 그것이 약이건, 음식이건, 물질이건 간에 인간의 건강에 위해를 끼친다는 인과관계가 밝혀지면, 가장 먼저하는 일은 즉각적인 금지와 폐기다.

가까이하지 않음으로서 발병을 자체를 막을 수 있는데, 굳이 계속 사용하면서 생길 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이다.(최근 교과서에는 이렇게 씌여있다: No effective therapy for it has yet been discovered, although attempts have been made to prevent or treat infections in experimental animal models for decades..)

그래서 필자는 광우병 파문을 보면서 생각했다.

‘특별히 이 병을 논문주제로 삼지 않았던 한, 대부분의 의사들이 이 병에 대해서 세간에 알려진 이상의 무엇을 더 많이 알고 있거나, 아직은 그것을 치료 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 이 말은 누군가가 이 병의 위험성을 과장했다고 해서(솔직히 반대논리에도 약간의 과장은 있어 보인다), 혹은 정부가 위험을 축소했다고 해서(이점은 두말 할 필요조차 없다), 내가 의사로서 그것의 옳고 그름을 판단 할 여지는 별로 없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의사인 내게 있어서 이 문제의 논점은 누군가가 ‘과장했다, 축소했다’가 아니라, 단지 ‘크건 적건 위험성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라는 단 한가지의 사실 뿐이다..

그래서 필자가 의사의 입장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정말 양심적으로 말한다면...

'실제 확률적으로는 대단히 낮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의과대학에서 배운 예방의학이, ‘치명적인 질병이 명백히 존재하고, 그것의 원인을 알고, 그것을 먹지 않으면 그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가르치는데, 내가 굳이 그것을 먹어야 할 이유가 없고, 특히 내 아이들에게 그것을 먹일 생각은 정말 추호도 없다'는 것 하나는 분명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선택의 자유'가 없다는 점, 즉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는 한, 나나 당신이 그것을 먹지 않거나, 우리의 아이들에게 먹이지 않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그것이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는데 이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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