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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비극적 사건과 편견

by G_Gatsby 2009. 1. 20.

   오바바 취임식을 앞둔 미국의 분위기는 들떠 있다.
지구 건너편에서 전해오는 사람들의 흥분된 모습이 웬지 부러워보이기 까지 한다. 세계 초강대국의 최고 책임자로 부임하는 오바마를 보는 사람들의 모습에는 열정과 기대감이 묻어나온다. 거리는 과거 링컨 대통령의 모습이 휘날리고 오바마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감격에 겨워 보인다.

   경제적 위기속에서 인종과 편견을 딛고 일어서는 역사적인 일로 기억될 것이다. 오바마는 이제 국민통합과 타협을 위해서 노력할것을 다짐한다. 자신의 적수였던 멕케인을 영웅으로 치켜세워준다. 철학과 가치관은 다를지언정, 우리는 한배를 탄 영원한 가족이라는 것을 말한다.  정치적 승리는 승자의 몫으로 돌아가는 전리품이 아니라, 승자가 짊어져야할 책임이라는 것, 그리고 의견이 다룰순 있어도 목표하는 것은 서로 같다는 것을 말해준다.

2009년 1월. 미국 워싱턴은 그렇게 들뜬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것 같다.

   같은날 우리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사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사는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그런 참사가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2009년에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도 믿기지 않는다. 사람의 가치가 이렇게 쉽게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도 믿기지 않는다.

   국민이 주인된 나라에서, 공권력이 인권보다 위에 있는 것이 법치주의와 질서인지를 묻고 싶다. 헌법의 가치보다 권력의 가치가 더 높이 있는것인지를 묻고 싶다. 공권력이 국민의 생존권 위에서 군림할 수 잇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렇다면 국가의 권력은 국민을 다스리기 위한 권력자의 통치의 수단일 뿐이다.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경찰 테러전담반에 투입되었다고 한다. 그들이 진압해야할 대상은 철거민이었다고 한다. 이유는 그들이 화염병과 불법점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도망칠곳 없는 옥상에서 추위와 생존권을 외치는 그들에게 살수차를 동원 하고 영화에서 볼법한 진압작전을 펼쳤다고 한다. 그리고 진압경찰을 포함해서 수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피끓는 울음에 나도 목이 메인다. 설날을 앞둔 2009년 1월 우리나라의 모습이다.

동의하지 못하는 원칙은 고집

   오바마 대통령을 맞이하는 미국은, 인종차별과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 노력했던 링컨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 군사독재정권이 떠오른다. 의견이 다르다고 차별하는 세상. 의견이 다르면 권력을 이용해 억압하는 세상. 가진자를 위해서 가지지 못한자를 희생하는 세상. 아마도 우리가 지난 시절에 무수히 싸워왔던 시간들을 다시 생각나게 할 것이다.  정부는 매일 국민들이 하지 말아야 할것들을 법제화 하기 바쁘다.

   법과질서를 앞세운다는 논리는, 사회적 동의합의를 동반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권력자의 입맛에 맞게끔 세상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불과하다. 법은 권력자를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국민이 주인된 세상에서는 국민을 위해서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요즘 정부의 모습은 그렇지 않은것 같다.

공권력은 날로 포악해져 가고, 사법부의 판결은 애매해져 간다. 하지말아야 할것들은 조목조목 꼬리를 물고 법제화 되려고 하고, 국민의 세금은 대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돈으로 쓰여진다. 사회적 약자의 비명소리는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경제적 위기는 또다른 기회가 될수도 있다. 국민적 단합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그래서 어려울수록 힘을 합해야 한다. 적어도 우리 민족은 위기에 강하게 길들여져 왔다. 그래서 우리는 남들보다 빨리 일어섰다. 그리고 그 위기 극복의 가장 밑바탕은 민족 특유의 끈끈한 정과 단합이었다.

   말로만 국민통합을 외치면서, 상대방의 말은 전혀 듣지 않는 지도자. 자신들의 말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배타적 사고방식을 가진 지도자. 자신을 잘 따라오는 가신들만 중용하는 편협한 인사정책을 가진 지도자. 자신의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못하는 지도자. 자신의 허물이 세상에 알려지는것이 두려워 감추려고 더 큰 희생을 감수하는 지도자. 늘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면서도 눈가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지도자.

   아마도 우리가 바라던 지도자의 모습은 아닐것이다. 그리고 이 험난한 위기에 통합을 이루어낼 위인은 아닐것이다. 그리고 그 고집이 계속될수록 우리의 지난 수십년의 모습처럼 세상은 더 어두워질 것이다.

 추운겨울.
끝닿을때 없는 옥상의 한켠에서 세상을 원망하며 세상을 떠난 사람들과, 자신의 목숨을 나라에 바치며 순국한 분께 고개를 숙여 애도한다. 그들이 그렇게 벼랑끝에서 사투를 벌이게끔 한 지금 우리의 모습에 대해서 반성한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일이 없기를 바란다.

십수년전, 하반신이 없어진 몸을 고무바지에 의지해 시장바닥을 쓸어 담으며 고무줄을 팔던 노인의 모습이 기억이 난다. 구걸하지 않고 고단하지만 씩씩하게 고무줄을 외치던 모습을 기억한다. 그리고 손바닥 깊숙히 녹아 있던 굳은살의 두께를 기억한다. 그 굳은 살의 두께만큼 고단한 삶을 살았지만, 눈에는 언제나 생기가 넘쳤다.

시장 귀퉁이에 있는 국수집앞에서 노인은 멈춰서 국수를 건네 받았다. 그리고는 가장 구석진 곳에서 허기진 배를 채웠다. 국수를 먹는 노인의 눈빛은 두려움과 미안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아마도 다른 사람이 국수를 먹을때 불편할까봐 그랬던것 같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왈칵 눈물을 쏟을뻔 했다.

이미 오랜시간이 지나버린 모습이, 오늘 비극적인 뉴스를 보면서 왜 이렇게 선명하게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지금 우리가 처한 모습이 이런 풍경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