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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지름길 인생.

by G_Gatsby 2009. 9. 3.

배불리 저녁을 먹고 나가는 산책길에 숨이 가빠옵니다.
돼지마냥 마음껏 먹었더니 걷는것조차 쉽지 않군요. 체중이 많이 나가지는 않는데, 나이살인지 가끔 배가 출렁거리기도 합니다. 게으른 생활속에 머리는 텅비고 위장만 가득채우는것 같습니다.

보신탕집앞을 지나갑니다.
맛이 있는 집인지 창문으로 보이는 곳에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보신탕을 먹진 않지만 그렇다고 먹는 사람을 비난하지도 않습니다. 우습게도 식당 밖으로 음악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손님들의 식욕과 시선을 자극하기 위해서 그런것 같습니다. 여자가수의 간절한 목소리로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이제 더~ 이상 슬픔은 없어~~... 마지막 까지 웃음을 보여줘~"

삼가 견공들의 명복을 빌고 훌쩍 그자리를 떠납니다.

[L양의 매혹적인 자태]

" 창조적 고통 "

불가에서 말하는 고통에는 세가지 종류의 고통이 있다고 합니다.
그중의 하나는 스스로 만들어 내는 창조적 고통입니다.
어제에 대한 후회, 내일에 대한 걱정, 스스로의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온갖 두려움.
이러한 모든것들을 창조적 고통이라고 말합니다. 하지 않아도 될 생각의 조각들이 스스로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든다고 합니다. 인간이기에 짊어져야할 중요한 고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고통은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서 중요한 거름이 되기도 합니다.
창조적인 삶을 살기 위한 힘이 되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찾아 떠나는 삶의 여정은 이러한 고통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고통에 힘들어 하고 좌절합니다. 창조적 고통은 신이 우리에게 준 희망이기도 하고 절망이기도 합니다.

지혜로운 자는 이러한 창조적 고통을 명상을 통해서 관찰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본질적 자아에 대한 접근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는다고 합니다. 그것이 곧 깨달음이 되고 본질적 지혜로움이 된다고 합니다.

" 지름길 인생 "

누구나 한번쯤은 지름길에 대한 유혹을 받습니다.
만약 지름길이 존재한다면 삶이 조금더 윤택해 질거라고 믿습니다.
초고속 승진, 로또 1등 당첨, 내가 산 주식의 상한가 행진, 집값의 상승. 말하자면 끝이 없는것 같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행운의 징표가 자신의 인생을 레벨업 시킬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름길은 참기 힘든 창조적 고통을 가져다 줍니다. 두려움과 불안감,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도 가져옵니다. 삶에 대한 기쁨 보다는 잃는것에 대한 두려움이 삶을 지배한다고 합니다.

티베트의 한 라마승려는 인간의 삶에서 지름길이라는 것은 인생의 덧없음과 공허함을 뜻한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내면을 돌보지 않는 삶은 공허한 고통의 메아리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터벅터벅 걸어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곳에서 산지도 10달이 다되어 갑니다.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할때가 온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그네 인생에서 다음 정착지가 어디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강워도 산골 어딘가로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의 지름길이 없다면 멀리 돌아가는 길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존경받던 학자가 국무총리로 지명이 되었습니다.
정파와 계파를 떠나서 그가 지금까지 외쳐온 경제적 윤리에 대한 실천을 지켜봐야 할것 같습니다. 소신과 배신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것을 느낍니다. 어쩌면 그도 지름길 인생을 걷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