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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요란한 빈수레와 침묵의 기도.

by G_Gatsby 2009. 10. 5.

   연휴기간동안 집에 틀어박혀서 책과 영화만 보다가, 문득 길을 걷는 법을 잊어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다시 산보를 시작했습니다. 줄어드는 근육의 무게와 늘어나는 지방질로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있으면 배가나온 중년남자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배나온 아저씨와 할머니가 거리의 나무 아래에서 무언가를 줍습니다.
무언가 잘 찾아지질 않는지 배나온 아저씨가 나무를 발로 마구 때립니다. 그러고나서 다시 길바닥에 시선을 두고 무언가를 줍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은행 열매 입니다.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던 은행나무가 열매를 맺기 시작합니다.
은행이 몸에 좋아서 그런지 배나온 아저씨는 나무를 발로 마구차기 시작합니다. 나무가 무슨 죄가 있을까 싶지만, 아저씨의 욕심 앞에서 속절없이 난타당하기만 합니다. 아직 여물지 않아서 떨어지지 않는 높은곳의 열매까지 인간은 탐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소박한 욕심인지, 무모한 탐욕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요란한 빈수레.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언론에서 떠들어대기 시작합니다.
추석 대목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일부 언론에서는 떠들어 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어느곳을 가보아도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여전히 사람들의 표정은 어둡습니다.



경제적으로 가장 민감한 분야에서 저도 밥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경제적 수치는 개선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체력은 아직도 취약합니다. 일부 특정 분야의 거품으로 경제적 수치만 올리고 있습니다. 좌우의 폭만 커질뿐, 중심이 어디인지는 아직도 불분명 합니다.

급여생활자와 자영업자에게는 가장 힘든 시기가 되고 있습니다. 자산이 없거나 월세 생활자에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산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부동산 재테크를 생각하는 사람은 러시아 룰렛의 마지막 방아쇠를 즐겁게 당기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은 줄어들지 않고, 소비생활은 여유롭지 못합니다. 부실한 기초체력은 이렇게 다시 소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합주가지수 3000을 공약한 사람은 모든것이 자신이 한 일인양 소리치고 있습니다. 언론은 그것을 그대로 받아쓰고 있습니다. 나아진것이 없는데 나아졌다고 합니다. 거품으로 만든 경제적 수치가 자신들에게는 큰 자랑거리 입니다. 물론 그 수치도 2년전의 수치보다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자신을 변명하기 바쁘고, 자신의 노고를 알리기에 바쁩니다. 말만 많아지고 행해지는것은 없습니다. 그저 그렇게 보여지는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말 잘듣는 언론이 필요했던 겁니다. 이제 거품을 가득실은 요란한 빈수레가 확성기를 대고 귀가 아프도록 외쳐댈것 같습니다.

침묵의 기도.

용산참사의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서 한 학자가 방문을 했습니다.
예의바른 그의 모습에서도 뚜렷한 해답을 들을수 없었습니다. 정부도 책임지지 못하고, 사업을 주도 했던 사람들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그들의 억울한 죽음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알수 없습니다.

인정해야할 것도 인정하지 않는 법치를 강조하는 대단한 정권입니다. 더이상 촛불집회와 같은 시위도 없고, 주류 언론의 관심도 없습니다. 조용히 잊혀지기를 바라는것 같습니다. 스스로 사회적 약자임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반민주적인 정권에 지쳐버린 사람들은 조용히 침묵을 지킵니다.

몸에 좋다고 무작정 먹는것이 좋은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아직 익지도 않은 열매를 먹겠다는 욕심으로, 모질게 나무를 때리는 것도 옳지 않은것 같습니다.


요란하게 떠들어 대는 빈수레를 보면서 생각해 봅니다.
아직 익지도 않은 열매를 익었다고 사람들에게 헛된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 아닌지 말입니다. 그러면서 오랜시간 열매를 맺어온 소중한 나무를 모질게 때리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거품은 사라지게 되어 있고, 실체는 반드시 밝혀지게 되어 있습니다. 피땀흘려 가꾸어온 우리의 힘든 역사가 무모한 발길질에 흔들리지 말아야 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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