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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시대유감

PD수첩과 강아쥐의 분노(憤怒)

by G_Gatsby 2010. 1. 20.

안개 자욱한 거리를 길 잃은 강아지가 돌아 다닙니다.
쓰레기통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는 녀석의 배가 홀쭉 합니다. 덩치가 작지 않은 강아지 인데 주거가 불분명해 보입니다. 주인을 잃어 버렸는지 주인이 버렸는지 알수는 없습니다.

근처 슈퍼에서 천하장사 소시지를 한통 삽니다.
 녀석이 불쌍하다고 거둘수는 없지만 이렇게 마주친것도 우연인데 한끼 식사라도 제공해 볼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녀석이 킁킁 거리는 전봇대로 다가갑니다. 녀석은 내가 다가가자 갑자기 으르렁 거리기 시작합니다. 보다 큰 녀석이 한성격 하는것 같습니다. 조금 멀리서 비닐을 벗긴 소시지를 던져 줍니다. 녀석은 이내 꼬리를 내리고 단숨에 삼켜 버립니다. 다시 소시지를 던져 줍니다. 이번에도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긴장을 풀어서인지 녀석은 꼬리를 살살 흔들기 시작합니다. 배가 참 많이 고팠나 봅니다.

# 1

PD수첩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요즘은 죄가 아닌것이 죄가 되고, 죄지은 자가 사면 받는 일이 많습니다. 누구 편이냐에 따라서 죄의 유무가 판결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검찰의 묻지마식 기소 행위도 많아졌습니다. 상식이 비상식이 되고, 비상식이 상식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법은 사회 구성원의 지극히 상식적인 이해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요즘의 법은 사회 구성원의 색깔에 따라서 그 기준이 달라지는것 같습니다.

정치 검찰의 이야기는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의 한 부분 입니다.
권력이 집중되고, 시민의식이 성숙하지 못하고 언론이 침묵의 동조를 보낼때 꽃을 피웁니다. 많이 나아지고 있었지만 몇년 사이에 다시 부활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정치 검찰이 올린 업적은 참 많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그러했고,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수사도 그러했습니다. 미네르바 사건도 있었고, 촛불집회 참가자에 대한 수사도 있었습니다. 시국선언을한 사람들에 대한 수사도 그러했습니다. 권력에 대한 과잉 충성이 부른 부끄러운 그림자 입니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군인들의 충성이 있었고, 민간 독재 시절에는 검찰과 경찰의 충성이 있습니다. 국민이 부여해준 권한을 권력을 위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참 슬픈 현실입니다.


'쥐 잡으라고 키워놨더니 살만 찌는구나!'

아직도 부끄러운줄 모르고 분노의 욕설을 뱉어 냅니다. 엄정하고 공평한 법집행을 강조하던 여당의 높으신 분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사법기관에 대해 으름장을 놓습니다. 권력의 단맛을 잊지 않고 있는 검찰은 입으로만 큰소리 칩니다. 보수주의자임을 주장하는 조갑제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분노의 배설물을 쏟아 냅니다. 국내 생활정보지의 트로이카인 조중동은 좌파 카드를 꺼내 듭니다. 참 웃긴 세상입니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법을 적용하기 시작하는 것은 분명한 오류입니다. 특별한 목적을 위해서 증거를 찾는 것은 기만입니다. 특별한 목적을 위한 충성심은 이렇게 준법의 기본사항까지 무시해 버립니다. 기회주의가 판을 치고, 정책을 비판하는 언론은 사라지며 경제적 부와 권력의 끈을 쫓아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결코 선진 대한민국은 아닐겁니다.

아마도 세종시의 시선을 PD수첩으로 극복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보일겁니다. 이 문제를 크게 확대하고 말과 말들을 쏟아내며 세종시에 쏠린 시선을 적절히 분산 할겁니다. 조중동 생활정보지는 사법부의 신뢰성에 대해서 매일같이 배설물을 쏟을 것이고 자칭 보수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테러도 있을겁니다.

충성스러운 강아는 주인의 마음과 심리를 읽고 알아서 움직입니다. 집단생활을 하는 강아는 좀 더 조직화 되고 분업화 됩니다. 주인이 던져주는 고기맛에 길들여진 강아는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 2

손에 든 소시지를 모두 던져주자, 강아지의 모습에 생기가 도는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쉬웠는지 제 눈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기다립니다. 한참을 서서 강아지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녀석이 흔드는 꼬리의 속도가 점점 무뎌집니다.

강아지를 한번 쓰다듬어 보려고 다시 가까이 다가갑니다.
소시지를 다 먹은 강아지는 다시 으르릉 거리며 경계를 합니다. 내손에 더이상 줄것이 없다는걸 아는것 같습니다. 아니면 제가 좌파나 빨갱이에 근접하다고 느끼는지도 모릅니다. 조중동 생활정보지를 읽고 KBS뉴스를 보던 똘똘한 강아지인것 같습니다. 강아지가 골목으로 사라집니다. 강아지도 좌파를 싫어 하는것 같습니다. 하긴 우리가 사는 G의 세상에서도 강아쥐는 좌측에 있는 사람에게만 으르렁 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