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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본후.

시대와 인간의 아이러니 - 고야의 유령

by G_Gatsby 2008.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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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유령 (Goya's Ghosts)

감독 : 밀로스 포만
출연 : 하비에르 바르뎀, 나탈리 포트만,스텔란 스카스가드

영화 "노인과 바다는 없다"에서 안톤시거로 나오는 하비에르 바르뎀에 대한 인상이 무척 강했다. 더군다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에서 살짝 모습을 보인 레옹의 영원한 연인 나탈리 포트만이 나온다는 것은 이 영화를 꼭 봐야 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고야라는 화가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영화의 내용보다는 단지 배우가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영화이기도 했고, 이 영화가 2006년에 제작이 되어 개봉이 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개봉을 1년 넘게 미루다가 최근에서야 개봉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영화에 대한 별 기대는 하질 않았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는 배우도 영화도 모두 대 만족이었다.
사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나오는 영화들은 뛰어난 영웅담을 그린 영화이거나, 역사적인 다큐멘터리물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은 지루하면서도 뻔한 내용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고야의 유령이라는 제목에서 보듯이 고야라는 화가의 일대기일것이라는 짐작을 했었다. 하지만 영화는 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고, 보는동안 지루함을 느끼지 못해서 영화가 너무 짧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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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종교재판소에서 고야라는 화가가 그린 그림을 놓고 그의 사상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대목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이 고야라는 화가는 격변의 시대속에서  살아간 두명의 주인공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그림으로 그려낸다. 영화 끝까지 고야가 특별한 반전이나 실마리를 풀어 낼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는 철저하게 관찰자의 모습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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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적 아이러니가 그려낸 인간 내면에 숨겨진 추악한 본능."

왕의 권위와 종교의 권위는 그 시대에는 절대적인 권력이었다. 고야의 그림은 시대를 비판적으로 묘사 하는데, 왕비의 초상화를 그릴때는 전혀 이쁘지 않게 그린다던가, 교회의 어두운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려넣는것을 보면 알수 있다.  종교는 인간의 보이지 않는 내면까지 장악하려 하였고 종교재판소에서는 종교적 관점에서 유대교와 이단들을 철저하게 탄압하였다.

그 권력의 중심에 있던 로렌조 신부역으로 하비에르 바르뎀이 나온다.
그러나 로렌조 신부 역시 신의영역에서 신성함을 가지지 못한채, 고문에 못이겨 거짓자백을 하는 약한 인간의 모습과 어린 아이네스를 감옥에서 범하는 추악한 욕정을 가진 사람일 뿐이다.
사람의 생각까지 지배하려고 했던 종교의 성직자 역시 하나의 추악한 인간에 불가한 것이다.
도피생활을 하던 로렌조 신부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프랑스 혁명에 힘입어 시민의 권력으로 다시 스페인에 돌아오는 것을 보면 영원의 진리를 추구하기에는 너무도 약한 인간 본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성직자의 신분으로 잉태한 그의 딸을 아메리카로 추방하려고 하는 그의 모습은 약점은 철저하게 감추려고 하는 핏줄로도 극복하지 못하는 인간의 부끄러운 단면을 보여준다.

"꺼지지 않고 계속되는 인간의 순수함, 그속에 희망과 안식을 보다"

나탈리 포트만은 고야의 그림에서 천사로 묘사되는 아이네스로 나온다. 부호인 아버지 밑에서 곱게 자란 그녀는 잘못된 밀고로 인하여 종교재판소에 회부되어 거짓자백을 하게 되고, 햇빛이 보이지도 않는 감옥에서 15년을 지내게 된다.  그녀가 긴 시간동안 결코 잊지 않았던 것은 로렌쪼 신부가 보듬어 주었던 사랑의 손길이었고 신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었다. 그녀는 권력과 인간의 본성이 주는 추악함에 희생된 존재였지만 신에 대한 순수함과 잉태된 자식을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존재였다.
그녀가 감옥생활을 마치고 나와서 낳자 마자 버려진 아이를 찾아 가는 모습,  아이의 아버지인 로렌쪼 신부를 찾아가서 말하는 장면은 , 인간의 더러운 본능보다 위대한 인간의 순수성을 찾게 된다.

영화는 프랑스를 물리치고 스페인으로 돌아온 영국에 의해서 로렌쪼 신부는 다시 죄인의 신분으로 재판정에 서게 되고 신을 거부한 그는 사형을 받게 된다. 권력과 본능에 길들여진 로렌쪼 신부가 다시 신을 인정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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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로렌조 신부를 태우고 가는 수레와 옆에서 손을 잡고 가는 아이네스의 뒷모습,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있는 아이네스를  부르는 고야의 모습.
인간의 탐욕과 권력은 파멸로 이르게 하지만, 그 옆에는 항상 손잡고 기다리고 있는 인간의 사랑과 순수함이 있다는 사실이다.

하비에르 바르뎀의 굵직한 목소리와 절제된 동작들, 그리고 나탈리 포트만의 변함없는 아름다움.
영화 프라하의 봄을 썼던 시나리오 작가가 이 영화의 시나리에도 참여 했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인간본성에 대한 묘사와 영화가 주는 여운이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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