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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우리시대 문화

촛불 시위에 다녀왔습니다.

by G_Gatsby 2008. 5. 28.


"  두가지 기억 "

노동자가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십수년이 지나 버린 과거의 기억 입니다. 공업도시로 알려진 한 도시에서 노동자와 경찰이 매일 같이 싸우고 있었습니다. 학교 가는 길은 온통 최루탄 가스와 전경들로 가득 했습니다. 누가 옳고 그른지를 떠나서 왜 이런식으로 싸워야 하는가를 무척 궁금해 했던 시절 이었습니다.

한쪽에는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화염병과 각목을 들고 대열을 갖춥니다. 또 한쪽에서는 헬맷과 방패로 무장한 전경들이 최루탄을 쏠 준비를 합니다. 곧 화염병이 던져지고 최루탄이 쏟아 집니다. 마스크 쓴 사람과 헬맷쓴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싸우기 시작합니다. 흰색 헬맷을 쓰고 청바지를 입고 다리에 각반을 찬 백골단이 빠른 속도로 뛰어 다닙니다.

작업복 입은 아저씨가 맞아 쓰러집니다. 대열에서 이탈한 전경이 집단 구타를 당합니다.  피가 쏟아지고 뼈가 부서지는 전쟁터가 다름 없습니다. 차가 다니지 않는 4차선 도로에서 그렇게 한바탕 전쟁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싸우다가 한쪽이 밀리면 일시 휴전 상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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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들은 길 한쪽에 대열을 지어 앉아 휴식을 취합니다. 벌겋게 상기된 얼굴엔 지치고 힘든 모습이 가득합니다.  아주머니 몇분이 전경들 에게 다가 갑니다. 양손에는 음료수와 빵이 한가득 들려 있습니다. 어떤 분은 아이스크림을 한박스 가져 갑니다. 지휘하던 경찰도 제지를 하지 않습니다. 머리 가득 먼지를 뒤집어 쓴 젊은 전경은, 우유를 마시고 빵을 씹으며 고개를 숙입니다. 피멍든 다리를 보며 아주머니는 군대간 아들 생각이 난다며 눈물을 흘립니다. 담배 피우던 젊은이는 미안 했던지 담배를 감추며 뿌연 하늘을 쳐다 봅니다.

최루탄 냄새가 자욱했던 거리에서 내가 보았던 모습 입니다.

가정집에서 몰래 숨어 화염병을 만드는 대학생의 모습도 보았습니다. 쓰러진 전경에게 물을 먹이는 걱정스런 아저씨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잡혀 가는 사람의 피를 닦아 주는 앳딘 경찰의 모습도 보았습니다. 마치 모두가 광기에 오염된 미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몰랐기에 모든게 낯설고 불편한 풍경이 었습니다.

TV와 신문에서는 연일 폭도에 의한 불법 시위라고 비난 했습니다. 운동권 학생들이 주도가 되어 국가를 위협한다고 떠들었습니다. 북한의 지령을 받은 사람들이 일으킨 폭동 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모두 구속하여 배후를 색출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야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임금 착취와 대량 해고등의 부당한 대우에 대한 노동자의 항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투쟁을 해도 소용이 없었기에, 먹고 살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5살난 아들을 둔 아버지가, 대학생 딸을 둔 늙은 노동자가 거리로 나가 폭도가 될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기업에 노조가 설립 되었고, 이것은 노동운동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 왔습니다. 언론은 노동운동의 정당성을 보도 했습니다. 기업의 비인간적인 행태를 고발 했습니다. 그들이 떠들었던 폭도들에 의한 난동이, 노동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노동운동으로 바뀌었습니다.

촛불 집회에 다녀왔습니다.

벌써 몇번째 인지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부터는 거리로 나갔습니다. 단발 머리 여고생도 있었습니다. 토익을 공부하던 대학생도 있었습니다. 아이를 등에 업은 아줌마도 있었습니다. 수염이 덥수룩한 할아버지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구호는 달랐지만 마음은 하나 였습니다. "이대로는 못살겠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비롯한 어용 신문들은 연일 떠들어 댑니다. 인터넷 문화의 천박함을 비난 합니다. 불법 시위에 대한 당연한 조치라고 경찰과 정부를 칭찬 합니다. 교통대란 이라는 말을 쓰고, 좌파라는 말을 서슴치 않습니다. 경찰의 과잉진압도 당연한 논리라고 설명 합니다. 친북 세력 이라는 말이 등장 합니다. 폭도 라는 말도 등장합니다.

이런 사회 현상을 어떻게 평가 할지는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알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질을 흐리며 편가르기에, 이념 논쟁을 끌어 들이는 언론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지난 역사를 은밀하게 오염 시킨 그들의 추악한 모습이 갈수록 눈에 선명하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확실한 사실은, 그들은 언제나 같은 곳에 머물러 썩어 가고 있었지만, 국민들은 시간과 함께 흐르고 있었다는 사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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