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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우리시대 문화

'최악' - 오쿠다 히데오 장편소설

by G_Gatsby 2008. 7. 22.

삶은,
계획된 데로 살아지지 않고, 의도한 데로 행해지지 않는다.
그것이 어쩌면 인생의 법칙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오늘도 무수한 계획 속에서 살아 간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계획은 고단했던 오늘을 희망으로 마감하게 해준다. 하지만 계획과 정반대의 세상이 펼쳐질 때도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 한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최악’은 바로 이런 이야기다.
특별히 영리하지도 않고, 많이 가지지도 않았지만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오쿠다 히데오는 그들의 삶을 책 위에 던져 놓고 최악의 절벽을 향해 악셀을 밟아 댄다.
이들의 삶은 수습이 불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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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답답한 사람이 보면 정말 답답하다. 인생을 돌아볼 여유가 있는 사람이 보면, 공포스럽다. 삶의 희망을 이야기 하는 사람이 보면 우연으로 가득찬 세상이 불안하기만 하다. 한 마디로 ‘최악’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접한 것은 몇 년전 ‘공중그네’ 때문이었다. 소설의 깊이를 떠나서 그가 쓴 간결한 문장과 위트는 쉽게 읽혔다. 이후로 ‘남쪽으로 튀어“라는 책을 봤는데 역시 오쿠다 히데오만의 문체와 해학이 느껴졌다.

그의 소설 ‘최악’은 세명의 주연과 그들을 둘러싼 여러명의 조연들이 나온다. 우리의 일상과 흡사하게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 그래서 읽어 내리기가 참 쉽다.

"최악의 상황은 없다 "

평생 자영업을 하면서 소심하게 살아왔던 40대 가장, 그의 소심함은 거품경제의 위기를 힘겹게 견뎌냈다. 열심히 일만 하는 것이 최선책은 아닌 것 같다. 주변의 골치아픈 문제들로부터 탈출을 꿈꾸며 인생의 커다란 모험을 시작 한다.

은행원인 20대 젊은 아가씨. 그녀는 이복형제를 둔 집안의 맏딸이다. 치유되기 힘들어 보이는 태생적 아픔은 우유부단한 성격 덕분에 꾸준히 누적된다. 밀집된 공장과 번화가가 함께 보이는 직장에서, 그녀의 삶은 갈등과 무료함속을 헤매고 다닌다. 속박된 세상에서 자유로운 꿈을 꾸고 싶지만 용기가 없다. 그녀는 무료하고 우유부단하다.

결손 가정에서 자란 20살 청년. 그에게 미래는 없다. 아버지의 폭력과 어머니의 재혼을 핑계로 일직 세상으로 나왔다. 그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사회의 공인된 침묵속에 그가 설곳은 없어 보인다. 그에게 일탈은 생활이다. 세상에 내일은 없고, 한발짝 앞선 곳도 보이지 않는다. 그는 늘 어둠과 이명의 공포속에 살아 간다.

이들이 한곳에서 만났다. 서로 다른 이유와 상황으로 한곳에서 만났다. 그곳은 최악으로 치닫는 그들이 만날 수 밖에 없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곳은 그들의 분노와 슬픔을 터뜨려야 할 유일한 공간이었다. 우연과 필연을 통해서 그들은 그곳에 모였다.

이전 소설에서 보지 못했던 오쿠다 히데오의 진지함이 보인다. 진지함을 애써 웃음으로 넘겨 왔던 그가 이번에는 거침없이 숨소리를 쏟아낸다. 비록 그들이 쏟아낸 분노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 비해서 정점은 기대이하였지만, 그것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답게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금방 읽어 내려 간다. 글의 깊이가 가벼워서 라기 보다는 문체가 가볍고 간결하다. 그것이 작가의 장점일 것이다.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최악이라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인생에 있어 최악의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풀어야할 고리들이 엉키는 것에 불과하다. 고리가 풀리면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상황은 벗어 난다. 물론, 그 과정을 통해서 인생은 커다란 전환점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최악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