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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우리시대 동화

좀머씨, 풍경을 보며 걷다.

by G_Gatsby 2008. 6. 9.

" 두려운 발걸음 "

텅 빈 배낭을 짊어진 사람.
길다랗고 이상하게 생긴 지팡이를 손에 쥐고 뭔가 시간에 쫓기는 사람처럼 잰 걸음으로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묵묵히 걸어다니기만 한다. 누가 쫓아 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쉼 없이 걸어가는 것일까.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에 한 순간도 편한적이 없었던 사람.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평생 죽는 것으로부터 도망치며 살다가 결국엔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사람. 그리고 그가 뱉었던 세상을 향한 한마디.

"그러니 나를 좀  그냥 놔 두시오!"

쥐스킨트의 소설 "좀머(sommer)씨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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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스킨트의 소설은 좀 색다르다.
좀머씨 이야기에서  "나를 좀 그냥 내버려 두라"는 말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말도 있다. 세상을 향해 벽을 쌓고 은둔자의 생활을 즐기면서 세상을 향해 소리를 내는 이상한 작가. 그의 사생활에 대해서 말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절교를 선언하고 다시는 보지 않는다는 엉뚱한 사람. 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향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세상과 멀어질 수록 세상이 더 넓게 보인다는 말이 있다.  살면서 느끼지 못하는 인간 본연의 질문들이 한발짝 떨어져 바라 볼때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인간의 섬세한 감정과 본질에 대한 불편한 접근이 존재 한다.

" 풍경을 보며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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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를 살고, 또 하루를 산다.
산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본능적인 행위다.
어찌보면 오늘도 죽음을 위한 일보 전진일 뿐인데, 왜 우리는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좀머씨를 보면서 생각해 본다.
내가 걷는 발걸음 또한 좀머씨와 비슷한것은 아닌지 말이다.
종착지도 없는 곳을 향해서 무작정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가 쫓아올까봐 경쟁을 하게 되고, 빨리 가지 못할까봐 두려워 하고, 그래서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 조차 보지 못하고 그저 빨리 빨리 걷기만 재촉하는 것은 아닌지 하고 말이다.

시간이라는 아스팔트 위를 오늘도 걷고 있다.
무엇이 두려운가.
주변의 풍경도 바라 보며, 기분좋게 휘파람이라도 불며 걸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삶은, 내가 걷는 길이 아니라 길 위에 펼쳐져 있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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