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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우리시대 문화

'칼의 노래' - 우리가 부르는 노래

by G_Gatsby 2008. 7. 25.


김훈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 는 특별하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그렸지만, 역사적 교훈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은 아니다. 작가가 밝혔듯이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을 역사적 사실위에 그려 낸다. 위인전과 다른 감동은 바로 영웅의 인간적인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기 때문이다.

‘칼의 노래’는 역사소설이지만, 어렵지 않게 주인공과 하나가 될수 있다. 영웅의 이야기 이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 이기도 하다. 그래서 칼의 노래는 꾸준히 읽게 된다.

치열한 하루를 살고 있는가? 그렇다면 ‘칼의 노래’를 통해서 우리가 부르는  노래는 어떤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보자. 과거 영웅이 불렀던 노래지만, 지금 우리가 부르는 노래 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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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을 향해 부르는 칼의 노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영웅의 관점에서 그려낸다.
그래서 담담하게 읽어 내려갈수 있다. 충성과 배신, 적군과 아군, 삶과 죽음의 극단의 상황은 미묘하게 닮아 있다. 한순간에 운명처럼 둘로 나뉜다. 그래서 늘 갈등과 번뇌를 가져다 준다.
영웅은 사지(死地)에서 힘들게 서 있다. 작가 특유의 극단적인 단어의 나열은 고민의 깊이를 말해준다.

영웅이 쥐고 있는 칼은 적을 부르는 소리다.
칼과 칼이 만나면 삶과 죽음이 나뉜다. 그래서 영웅이 부르는 칼의 노래는 웃지도 울지도 못한다. 영웅의 칼 뒤엔 혈육이 있고 아군이 있다. 영웅의 칼 앞엔 적이 있고 죽여야 할 자가 있다. 칼의 노래는 죽느냐 죽이느냐의 선택만이 존재 한다. 칼은 내가 쥐고 있고, 칼 끝은 적을 향해 있다.

적은 왜군만이 아니다. 적은 임금이요 백성이 되기도 한다. 배신과 모함은 칼을 춤 추게 한다. 적은 아군 깊숙이 뿌리 박혀 있는 당파의 흔적이고, 간신의 모함 이다. 적에게 휘두른 칼은 다시 돌아와 영웅의 목을 겨눈다. 그래서 칼은 어디를 겨눠야 하는지 몰라 슬프다.

" 우리가 부르는 노래 "

영웅의 고뇌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고뇌다.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하는 고뇌이며, 사는 방법에 대한 고뇌이다. 어디로 가나 그 끝은 죽음이다. 생존의 칼을 들었지만 칼은 결국 죽음을 가져 온다. 칼을 휘둘러야 할 적은 어디에도 없다. 적은 보이지 않으며  수시로 바뀐다. 어쩌면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칼이 부르는 노래는 어지럽고 혼돈 스럽다.

작가의 문체는 영웅의 모습처럼 장엄하다.
때론 비장하고 섬찟하다. 머리를 베고 귀를 자르고 바다를 피로 물들인다. 하지만 작가의 문체는 애절함이 있다. 죽은 아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고, 잘려나간 부하의 사지를 보고 피눈물을 뿌린다. 내면은 울며 고뇌하지만 외면은 간결하고 당당하다. 그래서 때론 무섭다.


칼의 노래(개정판) 상세보기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펴냄
<남한산성>, <언니의 폐경>의 작가 김훈 장편소설. 한 국가의 운명을 단신의 몸으로 보전한 당대의 영웅이자, 정치 모략에 희생되어 장렬히 전사한 명장 '이순신'. 저자는 당대의 사건들 속에서 '이순신'을 지극히 인간적인 존재로 표현해 내며, 사회 안에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삶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공동체와 역사에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선 자들이 지녀야 할 윤리, 문(文)의 복잡함에 대별되는

'칼의 노래' 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노래이기도 하다.
영웅의 고뇌가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기는 자가 있으면 지는자가 있고, 이기기 위해 싸우지만 매번 이기지는 못한다. 경쟁의 바다에서 이겼다 싶지만, 목뒤를 겨누는 또 다른 경쟁자가 있다. 영웅이 싸웠던 바다는 우리가 싸우고 있는 삶의 바다와 다르지 않다.

사회속을 살아가는 우리가 부르는 노래는 과연 어떤 노래일까?
아마도 영웅이 불렀던 칼의 노래처럼 극단의 상황이 있을 것이다. 영웅이 그랬던 것처럼 극단적 선택이 있을 것이다. 영웅처럼 삶의 바다에서 비장함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영웅이 부르는 칼의 노래는 우리들이 매일 부르는 노래 처럼 기쁘고 슬프며, 애절하고 비장하다.  무더운 여름날 오래전 영웅이 불렀던 칼의 노래를 함께 불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