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국무 총리가 까칠하다.
야당 국회의원의 질문에 변죽만 올리더니, 이제 고함까지 친다.
머리숙여 사과하던 총리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이제 총리는 당당하다. 정부 관계자와 총리의 답변을 들으면 잘못은 어디에도 없다. 경제도 고유가와 노무현 탓이다. 쇠고기도 PD수첩과 노무현 탓이다.
잘못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총리는 당당하다. 하지만 질의를 하는 국회의원에게 말을 끝까지 들으라며 고성을 지르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 정부에서 이해찬 국무총리가 비슷한 이유로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남의탓과 모르쇠.
정부의 실책을 진정으로 사과하고, 문제점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은 PD수첩과 인터넷의 문제로 본질을 흐렸다. 거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PD수첩을 수사하고, 인터넷 검열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경제는 노무현정부 탓이었다. 당시 잠재성장율이 최악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747 공약에서 7% 경제성장율은 약속이 아니라, 잠재성장율을 그정도로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환율문제를 안고 있는 강만수 장관도 적극 옹호 한다. 정부의 탓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적어도 이명박 정부와 한승수 총리의 자세를 보면 책임있는 정부의 모습은 아니다. 그들의 입장을 정당화 하기 위해서 지금 많은 것들을 잃고 있다. 그들의 편리한 반박 논리는 앞으로 비정상적인 정치논란과 혼란을 만드는 자충수임이 분명하다.
한승수 총리의 기본입장은 쇠고기협상에 대한 민주당 조경태 의원의 질의응답을 보면 요약이 된다.
조경태 의원: EU에서는 소 내장을 동물 사료로도 못쓰게 되어 있다. 근데 미국에서는 동물사료을 아직도 쓰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아직도 미국 소가 안전 합니까?
한승수 총리: EU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소 내장을 동물 사료로도 못 쓰게 되어 있습니다.
조경태 의원: 말씀 잘 하셨어요 미국에서도 소 내장을 동물사료로 못쓰게 되어 있는데 왜 폐기처분해야 할 미국 소 내장을 우리는 돈 주고 사 먹어야 합니까?
한승수 총리: 그건 제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인 농림부 차관한테 들으면 명확한 답변을 들을수 있습니다. [7.16일 질의응답 중]
그의 논리는 한발짝만 더 나아가면 대답이 궁색하다. 그래서 확장된 논리와 구차한 부연설명으로 본질을 흐리지 않으면 대화가 어렵다. 정부는 못한일은 남의 탓, 곤란한 것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한승수 총리가 국보위 출신이며, 정부의 요직을 거쳐가면서 철새정치인의 모습을 보였다는 과거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가 보여주는 언행은 권위로 뭉친 올드보이의 모습이다.
외로운 지도자와 꼿꼿총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있어, 적어도 일정 부분은 포기한 듯 하다. 정부의 논리에 수긍하는 세력은 부각시키고, 반대 세력은 무시하거나 탄압하고 있다.
국민의 지지가 20%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오만한 행동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어느정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국회를 장악하고 있고, 언론을 장악중에 있다. 합법적인 선거로 당선된 국회의원이 그들 편을 들어 준다는 것은 최소한의 정당성은 확보할 수 있다. 다수의 국민이 그들을 비난하더라도,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다수가 그들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의정치의 위기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여론은 가볍게 무시하는 국회의원이 가장 큰 문제다.
한승수 총리는 그래서 당당하다, 적어도 그들만의 공간에서는 아군이 적군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려도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총리로서 가져야할 미덕은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이명박 정부의 특성이기도 하다.
신뢰회복의 길이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정부의 논리와 여론 사이에는 심각한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고, 이것을 자기편 만들기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반대논리에는 공권력과 법치질서 확립의 논리만 존재 한다. 국제인권위원회 엠네스티에 대한 법적대응 검토 보도는 그래서 우습다. 그들만의 리그를 이젠 국외로 확장 시키려 한다.
미봉책은 늘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 온다. 정권 초기이기 때문에 실수도 있을수 있고 비난도 있을 수 있다.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일 때 비난은 가라앉고 지지자는 늘어난다. 하지만 정부는 그럴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위기다. 미온적 반대자는 확실한 반대자로 돌아선다. 앞으로는 잘한 일이 있어도 칭찬 받기 힘들고, 위기가 닥치면 뭉치기 어렵다. 이것은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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