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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가시나무 새.

by G_Gatsby 2008. 8. 2.

한 순간 정신을 잃었습니다.
의식은 있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살아 오면서 큰 병 한번 앓아 보질 않았고, 늘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자랑 이었습니다.

주변의 고함 소리가 울려 퍼지고 내가 어디론가 실려 가는 기억 까지 생생 합니다. 마치 "잠수종과 나비"의 영화속 주인공이 된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빙산이 녹아 내리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무섭지 않더군요. 팔 다리가 움직이는 감각은 없었지만 정신은 온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웃음이 나왔습니다. 어쩌면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정신은 웃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더 또렷하게 기억을 할 수 있더군요.

걸어서 5분 거리도 안되는 병원까지 가는 길이 몇시간 같이 느껴졌습니다. 머릿속에는 늘 같은 노래만 맴돌더군요. 자칫하면 흥얼 거릴뻔 했습니다. 의사가 달려오고 시끄러워지더니 잠이 마구 쏟아 지더군요. 눈을 감으면 영원히 잠들것 같았습니다.

지난, 목요일 난생 처음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습니다. 덕분에 만 하루동안 영양주사 맞으면서 병원에서 편히 쉬었습니다. 여러가지 검사를 했는데, 결과는 모두 정상이라고 합니다. 빈혈 환자가 헌혈을 하게 되면 느낄수 있는 순간적인 쇼크 라고 하더군요. 그렇다고 빈혈이 있는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원인이 스트레스증후군과 만성피로 라고 하더군요. 예상치 않게 객지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봅니다. 사는게 참 우습죠. 병원 시트에 누워 있는 걸 상상해 본적도 없는데 말이죠.

책을 보는 것도 허용이 안되어서, 줄곧 누워서 자다가 졸다가를 되풀이 했습니다. 정말 지겨웠습니다. 누워 있는 동안 많은 생각들이 스쳐 가더군요. 지금은 생각을 버려야 할때라고 굳게 다짐을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익숙한 하늘과 익숙한 땅위에서 한 그루 나무가 자라 납니다.
매일 매일 되풀이 되는 것이어서 나무는 늘 그자리에 머물러 있는것 처럼 보이죠.

언제 부턴가 새들이 날아와 가지에 앉질 않습니다.
늘 변함없는 풍경인데, 단지 새들이 날아오질 않습니다.
겨울이 오고, 풍성한 잎사귀가 다 떨어지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것 같습니다.
가지에 돋아난 가시를 보고 나서야 말이죠.

산다는 것은,
나무에 풍성한 잎사귀만 가꾸는것은 아닌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