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이야기/영화본후.

파니 핑크 (Nobody Loves Me, Keiner Liebt Mich)

by G_Gatsby 2008. 11. 23.

삶은 늘 기대와 공허함을 함께 안겨준다
철없던 시절의 삶은 유치하지만 열정적이고, 조금씩 세월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부터 삶은 진지하지만 공허하다.
10여년이 훨씬 넘어 이제는 고전이 되어 버린 영화 【파니핑크】
분위기 좋은 음악 만큼이나 삶의 여유로움과 따스함을 다시 찾을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마리아 슈라더의 깜찍한 옛 모습도 볼수 있어 더욱더 좋다.


" 공허함속에 서른살을 품다 "

여기 서른을 눈앞에 둔 한 여자가 있다.
서른이라는 나이는 알수 없는 뭔가의 경계선을 만들어 버린다. 
삶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세상의 모습은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뭔가 부족함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 여자는 사랑하고 싶다. 아니 사랑받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래서 서른이라는 나이는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 자신의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지점, 그곳은 결코 쉽지 않은 미묘한 감정들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이 여자는 지금 우울하고 외롭다.


        "온통 검은 옷을 입고 우울한 모습을 한 여자. 죽음을 늘 생각하는 그녀의 이름은 파니핑크다."

이 여자, 시종일관 우울하다.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거창한 사랑을 꿈꾸지도 않는다. 그녀는 그녀가 필요하다고 말할수 있는, 그저 자신과 소소한 일상의 대화를 하며 웃을수 있는 소박한 사랑이 필요할 뿐이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그저 무미건조하리 만큼 자신의 삶은 텅 비어 있다. 그래서 여자는 결론 내린다.

"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그녀는 죽음을 생각한다. 그녀의 삶은 곧 죽음을 맞이 할 것이다. 그녀 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삶이 그러하다.
하지만, 이제 서른이 되는 그녀가 벌써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무언가 문제가 있다. 그녀는 편안하게 죽는 방법을 연구하는 모임에 적극적으로 나간다. 그녀의 생활은 이렇게 온통 검은색 투성이다.
그녀는 벌써 자신이 죽어서 들어가야할 관을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그관을 자신의 아파트에 가져다 놓는다. 그리고 그속에 들어가서 편안함을 찾고자 한다.


" 내 삶이 Lp판처럼 돌아가고 있는것 같아요...
  한 홈, 한 홈씩 나 자신이 그걸 그껴요...
  전축 바늘이 어디쯤 있을까요? 끝부분... 중간... 아니면 이미 끝난건지... "

그녀는 어쩌면 특별한 운명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느날 갑자기 마법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고, 그것으로 인해서 자신의 삶이 확 바뀌어 버릴것 같은 느낌.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바램일 뿐이었다.

" 운명의 기다림, 오르페오와의 만남 "

그녀의 아파트에는 신비로운 영혼의 소유자가 살고 있었다. 아프리카 흑인이기도 하지만, 남자를 사랑하는 게이 이기도 하다. 복잡한 도심속에서 그는 타악기의 리듬에 맞춰서 주술을 부르는 엉뚱한 사람, 그의 이름은 오르페오 다.

그는 파니 핑크에게 운명적인 미래를 예언해 준다. 그녀에게 곧 젊고 멋진 금발의 남자가 나타날 것이며, 그 남자는 '23' 이라는 숫자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오르페오의 말이 사실이건 거짓이건 그녀는 그의 말을 믿어 버린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운명적인 만남을 기다린다. 우습게도 이 운명적인 남자는 '2323' 의 차번호를 가진 냉철한 아파트 관리인이다.


사랑을 얻는 법은 간단하다.
"그의 사진을 두고 촛불을 밝히고 기도하라. 초가 다 탈 무렵엔 이남자가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이 멋진 남자는 바람둥이다. 그리고 그녀의 이상형도 아닌것 같다. 하지만 그녀는 운명을 믿는다. 그리고 이 남자가 그녀를 사랑해줄 유일한 사람이라고 믿어 버린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이 남자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의 절친한 친구와 바람을 피워 버린다. 아니, 로맨스를 즐기는지도 모른다. 

이 남자가 운명의 남자가 아니라고 오르페오는 변명한다. 그리고 더 강한 주술로 이 남자를 잊으라고 말한다. 이 주술사, 어딘가 모르게 사기꾼 냄새가 난다.


사랑의 상처를 잊는 방법은 더 간단하다.
" 그의 사진을 찢어서 스프에 넣고 삼켜라. 그러면 금방 잊어 버린다. "


그녀는 울고 또 운다. 이제 운명마저 자신을 비켜가 버렸다. 이제 그녀는 더이상 사랑을 하지 못할 것 같다. 이것이 그녀의 운명이었던 것이다. 이 엉터리 주술사에게 복비를 돌려 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이 주술사는 뻔뻔하다.

아파트 관리비를 내지 못해서 쫓겨난 주술사 오르페오. 그는 사랑하던 남자에게도 버림 받았다. 오갈곳이 없게된 오르페오는 뻔뻔하게도 파니핑크의 집에서 머물며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의 상처와 그녀의 상처가 비슷하다.

" 어제의 관을 던져 버리다. "

어쩌다 비슷한 처지가 되어버린 남녀는 서로간의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이성간의 또다른 사랑이 결코 아니었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문제였다는 것을 서로는 깨닫기 시작한다.

늘 아프리카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돌아갈수 없는 오르페오의 짙은 외로움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사랑을 잃은 사람의 고독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오르페오를 바라보는 파니핑크의 모습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 시계를 바라보지 마. 그건 늘 네가 늦었다는걸 일깨워줄 뿐이야 "

" 계속 앞으로만가 그리고 시계는 보지마 항상 몇시 인지만 알리려 하니까
알겠지? 항상 "지금"이란 시간만 가져 " 이제 서른살인걸.




주술사 오르페오는 이별을 예고하면서도 파니핑크에게 지금의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미래에 대한 고민과 과거에 대한 연민이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랑은 결코 주고 받는 거래가 아니라, 자신이 줄수 있는 가장 행복한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행복은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부터 시작된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그녀의 곁을 떠난다.


" 두려움을 던져 버려 "

그가 떠난후, 파니 핑크의 삶은 변했다. 
이제 긍정적인 시선으로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오르페오가 말한 사랑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녀는, 지금껏 자신의 몸을 운명처럼 감싸고 있었던 자신의 관을 아파트 멀리로 던져 버린다. 그것은 삶에 대한 두려움 이었다.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삶을 이제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스로 삶의 무게를 이겨나갈 자신감을 찾기 시작했다.



감독 : 도리스 도리
출연 : 마리아 슈라더, 피에르 사노우시 불리스, 마이클 본 아우
1995년 독일작.

너무나 유명해진 영화음악과,  배우들의 연기는 언제봐도 멋지다.
거창하지 않으면서도 삶에 던져주는 메시지는 정확하다. 그래서 기분이 우울할때나 삶의 무게가 버거울때 다시 보면 언제나 좋은 영화다.

영화는, 자신의 삶에 있어 불행을 만드는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시선을 바꿀것을 말한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은, 주고받는 거래가 아닌 현재의 자신이 느끼는 최고의 감정이라는 것도 알려준다. 무엇이 고민되는가, 무엇이 두려운가. 이제 어제의 관은 던져 버리고 두려움을 탈피하라고 말한다. 자신을 사랑할줄 아는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