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없는 토끼"는 사랑의 블랙홀에 빠져드는 남녀의 이야기다.
거창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사랑이 이루어질때의 느낌이 따뜻한 영화다. 그래서 사랑을 얻기 까지의 위태롭고 야릇한 감정에 누구나 동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두사람이 손을 맞잡고 웃는 모습에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이야기다.
거창한 사랑의 이야기도 아니며, 가슴 애틋한 이별의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볼수 있는 평범한 사랑의 이야기 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이 느끼는 그 오묘한 감정에 대해서 동감할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속 주인공이 어딘지 모르게 낯익은 얼굴이다. 투박한 독일어의 억양만큼 인상적인 배우, 틸 슈바이거의 모습을 볼수 있다. 영화 " knocking on heaven's door" 에서 바닷가를 바라보며 세상을 떠나던 그가 얼굴에 주름살을 가득안고 이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찾아 왔다. 그가 직접 감독까지 겸한 작품이기도 하고, 독일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달렸던 작품이기도 하다.
" 한 남자가 있다 "
그의 세상은 늘 뒤죽박죽 바쁘게만 돌아간다.
세상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폭로하고, 취재하며 살아가는 것이 그의 일이다. 그는 파파라치 기자이다. 직업이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꽤나 만족스럽다. 어디든 달려가고 어디든 폭로할 것을 찾는다. 그래서 그는 점점더 뒤죽박죽이 되어 간다. 깔끔한 계획도 없고, 준비된 계획도 없다.
그에게 사랑은 진실없는 공허함이다.
그래서 마음을 나누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사랑은 영원함을 꿈꾸지 않는다.
그저 여자와의 만남은 하룻밤의 쾌락을 위한 것일뿐이다. 사람에 대한 끌림도 없고 설레임도 없다. 때론 강한 승부욕이 그를 자극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는다. 그에게 사랑은 무의미하고 진부하기 그지 없다. 그는 사랑을 채울줄은 알지만 보관할줄 모른다.
하지만, 그에게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그는 무척 매력적인 남자라는 것이다.
" 한 여자가 있다 "
그녀의 세상은 한가롭고 무미건조하다.
사람들이 따분해 할만한 유치원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사랑을 하고 싶지만 그녀는 꽤나 고지식 하다. 아니 사랑 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사랑을 하는 사람의 모습은 진부하고 유치해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사랑을 하고 싶다. 아니 사랑을 받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녀에겐 어릴적 좋지 못한 기억도 가지고 있다. 좋아하던 남학생은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고, 그녀는 늘 따돌림을 받았다. 그때의 기억은 그녀를 특별한 의식에 사로잡히게 했다. 그래서 사랑에 다가가는 방법이 서툴다. 모든것은 교과서에 나오는것처럼 명확한 공식과 해답이 있어야 한다. 그녀는 분명, 사랑에 서툴다.
이들이 만났다.
파파라치를 하다가 일어난 사고로 법원으로 부터 사회봉사 받은 남자는, 이 여자가 있는 유치원으로 가게 된다. 그들은 그곳에서 만나게 된다. 남자를 바라보는 여자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이 남자는 그가 어릴때 짝사랑하던 멋진 남학생이었던 것이다.
사랑의 감정이 때로는 정 반대의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어릴때의 기억때문이었는지 이 여자는 남자를 못살게 군다. 때로는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미워한다. 하지만 그녀는 곧 이유를 알아 낸다. 그녀가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 귀없는 토끼, 사랑을 품다 "
유치원 아이들에게 만들어 주려고 남자가 만든 귀없는 토끼.
그 인형을 보면서 여자는 남자에게 핀잔을 준다. 귀가 없는 토끼가 어디 있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 토끼를 여자는 소중히 간직한다. 사실 그녀는 그 토끼가 너무도 마음에 든다. 마치 그녀의 사랑을 보답해줄 행운의 상징으로 생각한다.
다른 여자와의 잠자리를 마다하지 않는 남자. 그 남자를 바라보며 애가 타지만,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기 힘들어 하는 여자. 그들은 그 오묘한 감정의 경계선에서 서로의 발걸음을 한걸음씩 내딛는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비록 그것이 서로가 바라는 사랑의 모습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여자와 남자는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랑을 기억하며 서로를 바라본다. 그리고 사랑의 차이에 대해서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남자의 자유분방한 사랑과 여자의 고지식한 사랑은 그들만의 영역에서 하나를 꿈꾸기 시작한다. 비록 그것이 서로만의 착각일지라도 말이다.
달콤한 로맨스를 꿈꾸는 여자는 용기를 내어 남자에게 고백을 한다. 하늘과 땅과 강이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그녀의 마음을 전한다. 비록 방해꾼이 많아서 그녀의 말을 남자는 듣지 못한다. 늘 결정적인 순간에는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감정은 이미 사랑에 빠져 버렸다.
하지만 남자의 사랑은 이해하기 힘들다.
자유분방한 이 남자.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하다가 그녀에게 들켜 버린다. 그는 이 여자와의 약속을 까맣게 잊어 버리고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여자는 참았던 눈물과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 이래서 사랑은 슬프고 서로간의 감정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제 그녀의 귀없는 토끼는 버림받았다.
" 남자와 여자, 해피엔딩을 꿈꾸다 "
남자는 여자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서로간의 거리는 그 사랑이 더욱더 그립게 만들었다. 남자는 여자가 생각하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조금씩 알기 시작한다. 사랑은 순간적인 감정에서 시작되지만, 영원함을 꿈꾸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서로간의 영역에서 마주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 남자의 가슴속에는 이 여자의 사랑만이 가득차게 되었다.
여자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해주려는 남자의 노력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해피엔딩이 되어야만 했다.
감독 : 틸 슈바이거
출연 : 틸 슈바이거, 마치아스 슈바이어퍼, 알바라 호펠스
2007년 독일작.
영화는, 독일 특유의 무뚝뚝한 유머감각도 함께 전해준다. 독일어의 억센 발음만큼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신선하다. 그리고 그들이 만드는 헤피엔딩의 모습도 즐겁다. 거창한 러브스토리는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서 느낄수 있는 사랑의 감정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팝음악의 경쾌함은 영화를 즐겁게 만든다.
사랑은 당사자만이 느낄수 있는 감정이기에, 때론 유치하기도 하고, 때론 이해하지 못할 감정이 표현된다. 우리가 사는 지금 이곳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로가 꿈꾸는 모습이 다른만큼, 그것을 받아들이는 모습도 다르다. 분명한것은 우리 역시, 이들처럼 사랑을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이 서툴다. 마치, 귀가 없는 토끼의 모습처럼 뭔가 어색하지만 사랑스러울수 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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