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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본후.

밴드 비지트(The Band's visit) - 어느 악단의 조용한 방문

by G_Gatsby 2008. 10. 30.

우리의 역사가 그러했고, 그속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그러하다.
국경이 나뉘어 지고,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점점더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사상과 역사는 사람을 나누어 버리고, 정치와 종교는 서로 싸워야 하는 필요성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잊어 버리고, 때로는 낯선 이방인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낯선 이방인을 보기도 한다.

영화 "밴드비지트- 낯선 악단의 조용한방문"은 그 나눔의 경계선을 넘어 사람과 사람사이에 느끼는 감정과 감동, 그리고 그들의 고민과 외로움을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다. 비록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이집트와 이스라엘을 배경으로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만, 현실은 끝내 그 배타적인 공간을 극복하지 못했다.

감정을 표현할수 있는 표현력에 늘 한계를 느낀다. 그래서 서로간의 소통을 하게 만드는 언어와 문화는 그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 영화는, 잔잔하고도 느리게 표현할수 없는 사람들의 감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은 그들의 몸짓과 음악을 통해서 전달하고 있다. 
어쩌면 인간은 사람과 사람사이를 떠돌아 다니는 영원한 이방인이기도 하며, 그들 사이에 정착하지 못하는 고독한 보혜미안인지도 모른다.


조용한 방문 - 환영하는 사람도, 아는 사람도 없다.

" 낯설은 곳, 환영받지 못한 자들의 방문 "

이집트 경찰학교의 악단 (알렉산드리아 경찰 악단)은 작은 소도시의 초청을 받아 이스라엘을 방문한다. 예전부터 좋지 못했던 양국의 사이만큼, 그들이 내린곳은 낯설고 황량하다. 그들을 반겨주는 사람도, 환영하는 사람도 없다. 그들은 이 나라와 이 도시가 낯설고 불편하다.


경찰학교의 악단이라고 군가를 연주하진 않는다.
그들은 그들 민족의 고유의 음악을 연주한다. 그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커다란 자부심이다.
제복과 음악이 그리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이집트와 이스라엘도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고, 어울리지 않는 음악을 한다. 또  언제 악단이 해체될지 모른다.
그들은 낯선 이방인이며, 이 황량한 회색도시에 어울리지 않다. 처음본 이 어색한 도시의 풍경이 너무도 어색하다. 그리고 말도 통하지 않는다.

그들이 가야할 도시를 잘못 찾아가고 말았다.
황량한 이 작은 도시에 버스도 끊겼다. 그들은 하루를 이곳에서 보내야만 한다. 내일있을 연주도 걱정이고, 낯선곳에서 하루를 지내야 할것도 걱정이다.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서로 다른 모습의 이곳 사람들도 어렵기만 하다. 그들은 당황한다.


그러한 그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회색도시의 식당 주인과 주변사람들. 바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조용하고 황량한 도시에 등장한 푸른제복의 사람들이 낯설고 새롭다.
그들과 다른 말을 쓰고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의 딱한 처지를 보고 하룻밤 묶고 갈것을 제의 한다. 서로 무엇이 다르건간에, 그들의 처지가 불쌍한 것은 사실이다. 이제  낯선 곳의 이방인은 이 회색도시의 사람들과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영화는 다분이 느리고 조용하게 흘러간다.
긴박한 장면도 없고, 스릴감 있는 스토리도 없다. 하지만 흘러나오는 낯선 음악과 배우들의 표정과 감정은 있는 그대로 전해진다. 그래서 영화는 그들이 속한 일상과, 이방인의 모습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깨닫게 해준다. 이제 과연 그들에게 어떠한 일이 일어날것인가.

" 소통과 나눔, 그리고 어울림 "

언어가 다르고 풍속이 다른 그들.
푸른제복의 이방인과 회색도시의 주민들. 그들은 서로 다른 경계심을 가지고 서로를 관찰하고 지켜본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얼굴색이 다르고 먹는 음식은 다르지만, 그들 역시 함께 어울리며 사랑을 느끼고 감정을 느끼는 똑같은 사람임을 알게 된다. 이 단순하고도 평범한 진실은, 그들의 모습과 행동을 통해서 그대로 나타난다.


꿈 많던 시절, 꿈꾸던 음악을 작곡하다가 마무리 짓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머리가 하얗게 되어 버린 지금도 그의 음악은 완성되지 못했다. 완성되지 못한 음악을 연주하는 그의 옆에서, 그 선율에 담긴 아쉬움을 이해하는 이고장 사람이 있다. 그들은 음악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느낌을 공유한다.


사랑할줄 모르는 이남자. 서로 대화가 잘 통하지 않지만, 이 푸른제복의 이방인은 몸짓으로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서로가 다르지 않고,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다 같은 사람임을 깨닫게 해준다. 그는 이 낯선 이방인을 통해서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부인을 잃은 이 남자는 늘 외롭고 고독하다. 푸른제복은 그의 삶에 긴장감을 주지만, 잃어버린 그의 가족은 그의 삶에 깊은 고독과 상실감을 안겨준다. 사랑을 잃어 버린 이 여자는 그의 모습을 통해서 동일한 상실감과 고독감을 느낀다. 말하지 않고도 그녀는 느낄수 있다. 비록 오늘 처음 본 낯선 이방인이지만, 그녀는 그 동일한 감정을 느낄수 있다. 이렇게 그들은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를 느낄수 있다.


멀리 떠나간 애인의 전화를 매일밤 기다리는 남자. 길을 잃고 연주할 도시를 찾아야 하는 이 남자. 그들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다. 기다림은 고통이고 또하나의 기대감인것을. 그리고 기다리던 전화가 왔을때의 기쁨이 무엇인것을, 그들은 서로다른 입장에서 감정을 공유한다.



이제 그들은 떠나야 한다.
만남이 있고 헤어짐이 있다.
그들이 처음 만났을때의 낯선 모습은 사라지고 서로 정겨운 이별 인사를 한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며 다를것이라 믿었던 이들은,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감독 : 에란 콜리린
출연 : 새슨가바이,로니트 알카베츠
2007년 프랑스,이스라엘 공동작.

영화는, 인간은 결코 그들이 대화하는 언어와 문화가 다르다고 서로 다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소통할수 있는 것은 보여지는 것 이외의 인간내면에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감정은 표정과 몸짓, 그리고 그들이 노래하는 음악을 통해서도 충분히 전달될수 있다. 잔잔한 음악과 조용함 속에 그들의 몸짓과 표정 하나하나를 보다가 웃음을 짓게 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