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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꿈. 하늘을 날다

by G_Gatsby 2009. 2. 13.

꿈.

   어릴적, 나는 떨어지는 꿈을 유독 자주 꾸었다.
나른한 잠에 빠져들면, 어김없이 어느 장면이 나타나고 나는 그 장면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는 늘 그곳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 그곳은 높은 건물의 옥상이기도 했고, 드넓은 계곡의 끝자락이기도 했으며,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구덩이가 되기도 했다. 그런곳에서서 두팔을 넓게 벌린채 아래로 떨어졌다.

   꿈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했을때, 어머니는 좋지 않은 꿈이라고 걱정을 했었다. 이웃집 점쟁이는 무엇이든 추락하는 꿈은 흉조라고 말을 했다. 어느 누군가는 성장기에 나타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꿈이라고도 했다. 어찌되었건 나는 그러한 꿈꾸기를 멈추지 않았다.

   끝도 없이 아득한 어둠속으로 떨어질때에는 온몸에 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기도 했고, 높은 건물에서 아래로 떨어지며 두 팔로 날으는 꿈을 꾸고 난뒤에는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때로는 어둠속으로 떨어지고 때로는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는 꿈이었다.

   학년이 올라가고 조금씩 내가 보던 시선이 넓어지고 사춘기로 접어들었을때쯤에서야 그러한 꿈을 꾸지 않게 되었다.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나는 떨어지는 꿈을 잃어 버린후에는 학년이 올라가고 성인이 되었다. 그리고 세상이 그리 낭만적이지도, 위험하지도 않다는것을 몸소 느끼면서 부터는 꿈꾸기를 까맣게 잊게 되었다.


꿈.

   세상이 조금씩 각박해져 간다는 것을 느끼고,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가면서 숨이 턱턱막힐때쯤. 다시 떨어지는 꿈이 찾아왔다. 그것은 용케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점차 커질때쯤 다시 찾아왔다. 하지만 예전처럼 꿈속에서 나는 더이상 날수가 없었다. 그저 한없이 아래로 떨어지기만 했다. 그것은 끔찍한 악몽이긴 했지만 예전처럼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진 않았다.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고, 사람들과의 벽은 점점더 높아져 간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가장이 실직을 한다. 거리의 사람은 웃음을 잃어 버리고, 운동장에서 재잘거리던 아이들의 모습은 이제 더이상 볼수가 없다. 사람이 사는 곳에 사람이 보이지 않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 웃음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세상은 점점더 어두워 지는 것 같다. 아니 내가 보는 세상의 색깔이 점점더 어두워 지는지도 모르겠다.

   한 해가 가고, 복잡한 세상속에 파묻혀 이리저리 쫓겨 다니면서 지쳐갔다. 세상은 어릴적 순진한 눈으로 보는 것과는 매우 달랐다. 그래서 조금씩 더 그것들속에 파묻힐수록 호기심보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사람이 모여사는 사회에 대한 알수 없는 두려움. 누군가는 그러한 두려움이 나이를 먹는것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그러한 두려움이 희망을 잃는 것이라고 했다.

  어릴적 꿈꾸던 장면들은 늘 변함없이 나타난다  꿈속에서 나는 그 아찔한 높이에 대한 호기심이 더컸던것 같다. 마치 깃털처럼 가벼워 하늘을 날수 있을것 같은 기대감. 그리고 커다란 풍선을 타고 하늘로 높이 높이 올라갈것 같은 기대감. 그리고 어느 누군가가 나를 구해줄것이라는 알수 없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어릴적 좁은 시선에서 벗어나 세상과의 치열한 싸움을 한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며, 오늘도 그렇게 살아간다. 이제 더이상 날으는 꿈은 꾸지 못한다. 늘 아래로만 떨어지며 아찔한 높이가 주는 알수없는 암흑을 경험한다. 아마도 세상에 대한 자신감보다는 두려움이 더 커졌을지도 모른다.




꿈.

누구나 꿈을 꾸곤 한다.  그리고 누구나 꿈과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누군가 행복은 끝없이 밀려오는 두려움을 극복할때 느낄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두려움을 떨쳐내는 방법은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이라고 했다.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꿈을 꾸지 않는 세상은 어둡다. 얼굴엔 미소가 사라지고, 눈가엔 근심과 고민만이 가득하다. 

다시한번 꿈꾸기를 시도해 본다. 마음속에 감추어 있던 두려움을 끄집어 내어 하나둘씩 풀어헤쳐 본다. 그리고 이겨낼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 본다. 그리고 다시한번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두팔을 벌리고 하늘을 훨훨 날으는 꿈을 꾸기를 기대해 본다. 하늘을 날수 있는것은 희망과 꿈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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