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영화를 보기 시작한지 10분정도만 지나면, 이 영화가 재미있을지 없을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영화가 시작된후 불과 얼마만에 느껴지는 느낌과 몰입도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양익준 감독의 영화 [똥파리]에 대한 느낌은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영화는 시작에서 부터 마칠때 까지 끊임없는 욕설이 난무한다. 비어와 속어가 주된 대화이고, 피가 튀기고 주먹이 오고가는 거친 영화다. 자칫 그러한 욕설들이 거부감을 불러 일으킬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금새 익숙해 진다.
영화 [똥파리]는 우리 시대에 살고 있음직한 어느 건달에 대한 이야기다. 모양새가 근사한 건달이나, 세련된 조폭의 조직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시장바닥에서 행패를 부리고 주접을 떨것만 같은 그런 건달이다. 그것도 아주 독하고 패륜적인 행동을 일삼는 건달이다.
영화 제목 [똥파리]를 보면서 생각해 본다.
똥파리는 똥과 파리의 합성어인데, 똥은 지저분한 배설물을 의미한다. 파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지만 존재감을 가지지 않는 가치없는 것들을 말한다. 즉, 똥파리는 지저분한 배설물을 먹고 살아가는 한찮은 존재를 의미하는것 같다. 영화는 똥파리 같은 건달의 인생을 이야기 한다.
똥파리 - 피의 본능.
영화는 시작부터 거침없이 욕설을 해대는 한 건달의 인생을 이야기 한다.
하찮은 파리도 피로 물려 받은 습성을 가지고 있다. 이 건달 역시 피로 부터 물려 받은 습성이 있다. 그것은 지독한 가난과 폭력에 대한 습성이다. 적어도 건달이 바라보는 세상은 인간적이지 않다. 그가 피로 부터 물려 받은 습성이 그러하듯 인간의 모습은 파괴되어야 한다.
폭력적인 아버지로 부터 구타 당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기억한다. 술과 가난에 쩔어 살던 누추한 골목길의 삶을 기억한다. 그리고 아버지로 부터 죽임을 당하는 어린 여동생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고, 동생의 죽음에 정신없이 거리를 달려가던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한다.
이 건달이 보았던 삶의 모습은 폭력과 죽음, 피와 눈물로 가득찼던 모습이다. 건달은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으로 가득차 있지만, 그 역시 아버지의 삶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추악한 삶의 세계로 뛰어 든다. 이 모든것이 아버지로 부터 물려 받은 피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할수 있다면 자신의 모든 피를 쏟아내고 싶다고 말한다.
똥파리 - 후회와 선택
자신의 혈육인 아버지를 폭행한다.
세상에 대한 모든 증오는 아버지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러한 증오만이 세상을 살수 있게끔 만드는 유일한 힘이다. 자신의 누이가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고 홀로 살아가는 모습과 어린 조카가 외롭게 홀로 집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건달은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피의 되물림에서 벗어날수 있는 방법은 없단 말인가.
영화는 이 건달의 이야기를 통해서 피로 물려받은 거역할수 없는 인간의 고뇌와 분노를 말해준다. 주인공으로 직접 주연을한 양익준 감독의 표정과 감정연기가 압권이다. 연기가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감독의 지난 과거에 대해서 잠시 궁금증을 가져보기도 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배우들의 감정 연기는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더 높여준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수 있게 만드는 계기는 여러가지가 있다.
자신과 비슷한 어린시절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스스로를 반성하고 삶을 되돌아 보게 된다. 이 건달 역시 스스로의 삶에 대한 후회와 반성을 하고 있다.
물려받은 증오심과 피를 바꿀수 없다면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건달은 조금씩 변화하는 자신을 느끼기 시작한다. 쇠약한 아버지가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려고 손목에 칼을 그었을때, 그를 엎고 병원으로 뛰면서 건달은 오열하며 외친다.
"아버지... 죽지마. 죽지 말란 말이야."
건달은 한번도 꺼내지 않았던 아버지라는 말을 내뱉는다. 자신의 등뒤에서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혈육의 따스한 체온을 처음으로 느끼게 된다. 더럽고 추악한 삶을 살아왔던 똥파리의 삶이 이제 변화하기 시작한다.
똥파리 - 극복하지 못한 죽음과 무서운 현실.
이 건달은 변하기 시작한다.
이제 이 더러운 삶을 청산하기로 결심한다. 증오의 대상이었던 늙은 아버지와 홀로된 누이와 조카의 모습이 혈육으로 뭉친 소중한 가족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아버지가 자살을 시도한 날. 그는 상처받은 사람들만이 호흡할 수 있는 긴 한숨을 몰아쉬며 오열한다.
하지만 그의 변화된 삶의 모습은 영화속에서 보여주지 않는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르고, 또 다른 폭력의 피를 물려 받은 이는 복수의 칼날을 갈아 댄다. 어릴적 자신의 모습을 빼닮은 또 다른 사람은 똥파리의 화려한 변신을 허용하지 않았다.
피를 흘리며 죽음을 기다리는 그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말이 흘러 나온다.
이제는 가야 한다. 가족들이 기다리는 그곳으로, 이제는 가야 한다. 제발 좀 데려줘. 제발...
양익준 감독의 연기와 김꽃비와 같은 연기파 배우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주연과 조연을 가릴것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배우들의 모습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그리고 거친 삶의 모습을 여과없이 담아내는 현실적인 장면도 부담스럽지는 않다.
살면서 과거를 후회하는 시간이 많은것 같다.
태생에 대한 지나친 불만은 알게 모르게 증오와 갈등을 만들어 낸다. 타인의 삶을 평가하긴 힘들겠지만, 외롭고 고독한 삶을 살았던 한 건달의 이야기를 보면서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요즘 처럼 뒤숭숭한 세상을 살다 보면 거칠게 욕설을 내뱉고 싶은 때도 있다. 그래서 인지 [똥파리]가 주는 거친 욕설이 크게 충격적이지는 않은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양익준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끔 만드는 영화다.
태생에 대한 지나친 불만은 알게 모르게 증오와 갈등을 만들어 낸다. 타인의 삶을 평가하긴 힘들겠지만, 외롭고 고독한 삶을 살았던 한 건달의 이야기를 보면서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요즘 처럼 뒤숭숭한 세상을 살다 보면 거칠게 욕설을 내뱉고 싶은 때도 있다. 그래서 인지 [똥파리]가 주는 거친 욕설이 크게 충격적이지는 않은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양익준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끔 만드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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