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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본후.

내사랑 아이거 (North Face) - 사랑,영원한 곳에 묻다.

by G_Gatsby 2009. 8. 9.

얼마전, 산악등반 도중에 목숨을 잃은 여성 등반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정상에 오르는것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녀의 못다 이룬 꿈과 열정이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산악등반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지만, 정상을 향한 인간의 꿈은 늘 경외롭기만 하다. 안타까운 죽음을 보면서 문득 떠올랐던 영화가 바로 내사랑 아이거(North Face)다.

내 사랑 아이거
감독 필립 슈톨츨 (2008 / 오스트리아, 스위스, 독일)
출연 벤노 퓨어만, 플로리안 루카스, 요한나 보칼렉,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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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아이거는 히틀러 시대를 살아가던 독일의 젊은 등반가 2명에 대한 이야기다. 당시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아이거 등반을 하게 되는데, 영화속에서 펼쳐지는 화면들이 너무도 리얼하게 펼쳐진다. 눈덮인 알프스의 산자락에서 생존을 위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열정과 위대함을 볼 수 있다.


사랑 하나, 우정 둘.

두 젊은이가 환하고 웃고 있는 사진을 보며 중년의 여자는 기억을 더듬어 간다. 애국심이 강요되던 나치 시대를 살아가던 두 젊은이가 아무도 오르지 못했던 아이거를 오르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던지던 때를 기억한다. 그들은 산을 사랑했고, 산을 오르길 좋아했으며, 무엇보다도 산을 두려워 했다. 그리고 아이거 정상을 오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자는 다시 기억을 더듬어 간다. 두 젊은이가 아이거 정상을 오르기를 결심한 것은 바로 자신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들에게 아이거 정상은 산악인으로서 극복해야 할 난관이었고, 사랑을 위한 약속이었으며, 우정을 위한 맹세이기도 했다. 그리고 삶을 위한 또다른 도전이기도 했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의 목표를 위해 아이거 정상을 향해 떠났다. 이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아이거 정상을 정복하기 위해서 떠났다. 아이거 정상에서 그들은 사랑과 우정을 영원히 심으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도전이 되었다.

내 사랑, 아이거

영화는 눈보라 속에서도 정상을 향해 가는 산악인의 치열한 모습을 담아 낸다. 뜻하지 않은 동반객들 덕분에 그들은 더욱더 힘든 상황을 맞게 된다. 맑던 날씨가 갑자기 바뀌고 눈보라가 치고 돌이 떨어져 내린다. 그들은 죽음의 문턱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한발씩 한발씩 정상을 향해서 나아간다.


산 아래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이 있다.
애국심을 강요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죽거나 정복하거나 둘중 하나에 관심이 있다.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삶이든 죽음이든, 그들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다. 두 젊은이를 바라보는 애처로운 눈빛도 있다. 두 젊은이를 사랑하는 여인은 아이거 정복과 무사귀환을 위해서 기도한다. 결코 고백하지 않았던 사랑의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그녀는 투박한 젊은이가 건네던 사랑의 눈빛을 기억한다.


갑자기 몰아닥친 폭풍은 정상을 향한 진격도, 산아래를 향한 후퇴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들은 추위와 공포에 사로잡히고 부상당한 동료의 눈물을 맞이 하게 된다. 스스로 삶을 택할 기회를 허락하지 않고, 스스로 죽음을 택할 용기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죽어가는 동료를 위해서 하산을 결정하고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앞을 보기도 힘든 눈보라는 그들을 죽음앞에 서게 한다.

친구를 살리기 위해 한 친구는 자신의 몸에 걸린 생명줄을 스스로 끊어 버린다. 함께 산을 오르던 오랜 친구는 아이거 산의 아래로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친구를 잃은 슬픔과 죽음의 공포는 살아남은 자를 괴롭힌다. 그가 죽음을 기다리던 어느 추운 계곡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여인은 그의 이름을 부르며 살아돌아오라고 절규한다. 한뼘의 공간에서 그는 죽음의 공포로 부터 이겨내며 밤을 지새운다. 그는 살아 내려가야 한다. 사랑을 위해서, 그리고 다시 오를 아이거산을 위해서.



그가 구출되기까지는 불과 몇미터가 필요했다. 추위에 온몸이 마비가 되고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는 기적같이 살아서 조금씩 내려왔다. 그를 기다리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고 온몸을 녹여줄 구조대원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된다..조금만..

결국 그는 허공속에서 숨을 거두었다. 온몸이 얼어붙은채 죽어갔다. 그가 살아야 했던 이유중의 하나인 여인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그는 끝내 이겨내질 못했다.
아이거 산의 비극은 두 젊은이의 목숨을 빼앗아 갔고, 한 여인의 사랑과 우정을 빼앗아가 버렸다. 결코 사람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았던 아이거 산은 이듬해에 어느 산악인에 의해서 정복되었다.

조금은 뻔한 이야기갔지만, 영화의 모든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이 되었다고 한다. 산과 싸워야 했던 두 젊은이의 치열한 생존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죽음을 앞둔 두 젊은이의 절규하는 목소리는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귓가에 맴돈다. 그리고 영원히 묻혀버려야 했던 젊은이의 열정과 사랑도 잊혀지질 않는다.

자연과 싸우는 인간의 모습은 늘 치열하다. 사랑을 위한 젊은이의 수줍은 미소는 언제나 순박하다. 그리고 죽음과 치열하게 맞서는 인간의 모습은 늘 눈물겹다. 내사랑 아이거는 이러한 여러가지 감정들을 동시에 마주할수 있다. 정상을 향한 우리들의 모습도 이러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