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길을 잃은 강아지 한 마리가 낑낑 거립니다.

긴 털은 비에 젖어 얼어 붙어 버릴 것 같고, 추운 거리를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얼굴은 온갖 먼지로 뒤덮여 있습니다. 사람이 무서운지, 차가 무서운지 기울어진 전봇대 앞에서 꼬리를 내리고 잠시 숨을 고릅니다. 결코 사람들의 눈길을 끌만큼 예쁘지 않은 작은 체격의 강아지입니다.

강아지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두리 번 거립니다.
슬픈 눈망울 속에서 두려움 공포가 느껴집니다. 매서운 바람에 몸서리가 쳐지는지 엉켜 붙은 털 속에서 떨림이 느껴집니다. 강아지와 눈이 마주칩니다. 사람이 무서운지 이내 꼬리를 내리고 몸을 움츠립니다. 바람이 차가워지는 어느 날, 절망에 떠는 한 생명을 보았습니다.

# 1

스티브 도나휴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에 보면 인생의 목표와 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삶의 원칙과 기준이 너무 내일의 목표에 집중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죠. 그렇게 내일의 목표에 집중하다 보면 오늘에 대한 애정과 느낌에 둔감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목표를 달성하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면 당황하고 힘들어지는 것이죠. 스스로 만들어 놓은 목표가 스스로를 망치는 결과를 만듭니다.

사막을건너는여섯가지방법
카테고리 시/에세이 > 지혜/상식 > 교훈/지혜
지은이 스티브 도나휴 (김영사,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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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작가는 우리가 사는 삶에 방향성을 가지라고 조언합니다.
목적 의식 보다는 내가 만들어 가는 삶의 방향부터 정하라는 것이죠. 어떤 이는 정직하게 살겠다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또 어떤이는 남에게 봉사하며 살겠다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삶의 방향을 정하고 오늘 이라는 현실에 임하면 좀 더 행복하고 집중력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겁니다. 쉽지 않지만 우리가 쉽게 놓치고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방향을 잃은 삶은 공포와 불안감에 힘들어 합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삶의 길은 늘 혼자 인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러면서 스스로가 잃어버린 목표 속에서 영원히 헤어나오질 못합니다. 남들과의 경쟁에서 인간미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수없이 마주치는 사람들 속에서 소중한 인연을 잃어 버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세상에 버거워하는 스스로를 발견 하게 되죠. 시간과 공간이 주는 혼란스러움은 견디기 쉽지 않습니다.

#2


슈퍼마켓에 들러 강아지가 먹는 통조림과 따뜻한 두유 한 병을 삽니다. 가슴이 아파 오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밖에 없습니다. 햇빛도 비켜 가는 그늘진 전봇대 앞에 쭈그리고 앉습니다. 그리고 겁에 떠는 강아지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봅니다. 강아지의 눈빛을 통해서 모든 것을 내맡겨 버린 슬픈 영혼을 느껴 봅니다. 슬픈 영혼은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작은 꼬리를 조금 흔들어 봅니다.

조금씩 입에 넣어주며 비릿한 고기 냄새를 맡아 봅니다. 허겁지겁 삼켜 버리는 강아지의 몸짓을 보며 따뜻한 두유를 따라 줍니다. 추웠던지, 목이 말랐던지 마지막 남은 한 방울 조차 아낌없이 삼켜 버립니다. 조심스럽게 다시 머리를 쓰다듬어 봅니다. 고기 냄새에 취했던지 녀석의 꼬리를 더 세게 흔들며 고마워 합니다.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이웃집에서 이사를 가면서 버리고 간 강아지라고 합니다. 하도 불쌍해서 며칠 정도 음식을 줬더니 이 시간이면 여기 온다고 말을 합니다. 똑똑한 강아지인데 예쁘질 않아서 아무도 안 데려 간다고 합니다. 강아지의 다시 한번 쓰다듬어 봅니다. 강아지의 눈빛은 처음 보는 나에게도 아낌없는 사랑을 보냅니다.




비가 오고 나면 한파가 올 거라고 합니다. 강아지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주머니는 불쌍해서 자기가 키워야 겠다고 말을 건넵니다. 마치 나에게 다짐 하듯이 말이죠. 슈퍼마켓에 들어가 강아지 통조림을 몇 개 더 사서 아주머니에게 드려봅니다. 왠지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사막과 같은 것이 인생인지 모릅니다.
사막에서 보이는 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 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오늘도 우리는, 마음속에 신기루를 만들고 그것이 있다고 믿으며 하루를 다짐하는지 모릅니다. 주변에 대한 작은 관심조차 포기한 채 말이죠.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만들어낸 거짓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강아지를 안고 돌아서는 아주머니를 뒤로 하고 다시 길을 걷습니다. 강아지의 슬픈 눈빛과 바라보는 사람의 슬픈 눈빛을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우리는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Comment +8

  • 아주머니의 마음이 곱습니다.
    아마도 우리들 마음 속에는 그 고움이 들어있을 건데
    그것을 발현시키기가 어려운 각박한 세상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개를 버리고 간 주인만큼 비정하진 않습니다.
    (사실 이 '비정'이라는 부문에서 짱 드실 분이 계시죠. 한때 고양이였던.)

    삶을 대하는 데 있어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은 방향성이겠죠.
    방향이 정해지면 그 외의 것은 나중 문제가 되며
    방향이 정해지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방황에 지나지 않죠.

    개츠비님의 이런 따뜻한 글을 좀더 자주 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조금 인심을 써서^^ 영혼 정화 글이라고 불러 마땅한 글이잖아요. ^^

    • 그렇죠. 강아지가 좋은 주인을 만났으면 좋겠네요. 이쁘지 않다고 버려지는게 참 가슴 아프더군요^^ 삶의 나침반이 있다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하나의 방향에 대해서 믿음을 갖고 나아가는것도 결코쉽지 않다는걸 요즘 많이 느끼네요. 시간의 부침이 심한 요즘이라, 글 하나 남기는 것도 쉽지 않네요^^ 고맙습니다.

  • 2010.12.19 12:20

    비밀댓글입니다

    • 오랜만이죠^^ 추억이 있고 기억이 남는 곳인데 말이죠. 행복이라는 단어는 쉽지만 그것을 느끼는건 정말 어렵나 봐요. 그래서 늘 후회와 반성이 생기나 봅니다.^^ 벌써 겨울이네요.

  • 아마도 아주머니는 개츠비님의 모습에서 스스로 결심을 한 건지도 모르겠네요.
    따뜻한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고 실천하는 것 조차 꽤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요.
    하나의 목적지, 뚜렷한 방향을 잡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니 서로의 흔들리는 나침반을 지켜봐주며 그렇게 영향을 주는 관계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 누군가의 말처럼 갈수록 사람들이 나약해 지는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방향을 찾지 못하는 시간들이 늘어갈수록 말이죠.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는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할것 같아요. 적어도 길을 잃진 말아야겠죠^^

  • 목표에만 얽매인 삶을 사는 것은 너무 피곤합니다.
    삶의 방향을 잃어버렸을 때 오는 혼란은 더욱 무섭고요.
    인생의 나침반을 잘 간수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날씨가 장난이 아닙니다.
    강아지가 따뜻한 곳에서 잘 지내고 있을지 걱정이 되는군요. ㅜㅜ
    가만보면 개들은 인간에 의해서 삶의 방향이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 눈이 오는군요. 요즘 불필요하게 좀 바쁘게 지내다 보니 인사도 늦었네요. 강아지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특히 설치류의 침공이 현실에 와닿으니 말이죠^^